2년째 계속되는 코로나의 여파로 그 전에는 자주 갔던 극장엘 이젠 거의 가지 못하고 있는데요. 영화 마니아 분들은 극장에서 영화를 보지 못하는 한을 넷플릭스나 왓챠를 통해 해소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꿩 대신 닭이라도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넷플릭스와 왓챠에도 좋은 콘텐츠가 많으니까요. 물론 극장에서 감상하는 것처럼 현장감은 느끼기 어렵겠죠.
서론이 길었네요. 어쨌든 오늘은 코로나가 발생하기 직전에 개봉해서 운 좋게 봤던 저의 인생 영화에 관해 리뷰를 하고자 합니다. 원래 제 여동생과 블로그 이웃 아장 님의 추천으로 보게 된 영화인데, 관람해보니 돈이 전혀 아깝지 않았고 도리어 제 인생에 있어 큰 도움이 될 만한 인생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영화는 바로 디즈니, 픽사 애니메이션 영화 소울입니다.
여기서부터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영화를 보지 못하신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월트 디즈니와 픽사가 제작한 영화 소울은 107분 분량의 영화로, 제이미 폭스, 티나 페이 등 할리우드의 유명 배우들이 톡톡 튀면서 개성 넘치는 목소리 연기를 했습니다. 이러한 뛰어난 연기와 훌륭한 스토리, 생동감 있는 작화가 조화를 이루어 완성도 있는 애니메이션 영화 한 편이 탄생했습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미지의 공간을 마치 현실에 와 있는 것처럼 구체적으로 표현해내고, 우리가 미처 느끼지 못한 부분을 일깨워주는 교훈적인 역할까지도 해내는 소울.
이제 영화 소울 이야기 시작합니다.
이 영화는 음악이 자신의 불꽃(spark)이라고 여기면서 피아노 연주자가 되기를 소망하던 주인공 조 가드너가 클럽 연주자가 되던 날, 맨홀 뚜껑 아래로 떨어지는 사고로 시작됩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으로 떨어진 조는 '머나먼 저편'으로 향하는 에스컬레이터에 올라타게 되지만, '머나먼 저편'으로 가서 죽음을 맞이하고 싶지 않았던 조는 필사적으로 저항을 하다가 그만 '태어나기 전 세상'으로 떨어지고 맙니다.
조는 '태어나기 전 세상'에서 아직 태어나지 않고관리자들의 애를 먹이던 영혼 22번의 가짜 멘토가 되어 지구로 되돌아가려 해 보지만, 22번은 도무지 조의 말을 듣지 않습니다. 조는 22번에게 지구 통행증에 필요한 불꽃을 주기 위해서 영감의 사막에 도착하지만, 갑작스럽게 22번과 함께 지구에 떨어지고 맙니다.
지구에 떨어진 두 영혼은 각자의 영혼이 22번은 조의 몸에, 조는 고양이에게 옮겨가면서 일이 꼬이게 됩니다. 여기서부터 두 영혼의 흥미진진한 모험이 시작됩니다.
저는 이 영화를 소개함에 있어서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말씀드릴까 합니다.
이발사와의 에피소드
조와 22번은 조가 생전에 약속했던 클럽 연주에 맞춰 몸을 바꾸기 위해 양복을 입고 머리를 꾸미다가 실수로 트리머(이발기)로 조(22번)의 머리를 망치게 됩니다. 망친 머리를 수습하기 위해서 조와 22번은 이발소에 가게 됩니다. 그곳에서 평소와 다른 조(22번)의 모습을 보게 된 이발사와 손님들은 다양한 대화를 하면서 점차 친해지게 됩니다.
그러다가 이발사의 불꽃이 이발이었다고 생각했던 조는 그가 실은 수의사가 되고 싶었지만, 아픈 딸을 위해서 직업을 포기해야 했다는 얘기를 듣게 됩니다. 그러면서 이발사 일을 해오면서도 행복함을 느끼고 있다고 말하는 이발사를 말없이 바라봅니다.
자신이 애초에 선택한 직업이 아니었지만, 행복을 느끼면서 성실히 일을 해오고 있는 이발사. 음악만이, 피아노만이 자신의 불꽃이라고 절대적으로 믿고 있던 조에게 묵직하게 한 방 날린 셈이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불꽃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을 수도, 하나가 될 수도, 여러 개가 될 수도 있던 것입니다.
조의 엄마와의 에피소드
조와 22번은 몸을 바꾸기 위해 길을 가던 중 조(22번)가 입은 양복바지가 찢어지게 됩니다. 양복바지를 수선하기 위해서 조는 자신의 엄마를 찾아가게 되고, 엄마의 양복 수선집에서 양복을 고치면서 엄마와 대화를 나누게 됩니다.
엄마는 조에게 아빠처럼 가난한 음악에 빠져 살지 말고, 안정적인 일을 하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조(22번)는 엄마에게 음악은 자신이 그토록 원하던 일이었다고 간절하게 엄마를 설득합니다. 엄마는 결국 조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고 아버지의 오래된 정장을 내어줍니다.
여기서 조의 엄마의 말을 들어보면 우리가 항상 부모님께 자주 듣던 말들이 생각이 납니다.
"안정적인 직장을 찾아라."
자식의 앞날을 걱정하는 부모님의 마음도 읽히는 대목이었습니다. 자식 잘못되라는 부모님은 없으시겠죠. 그만큼 자식이 편하게 살았으면, 힘들지 않게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 느껴졌습니다. 그렇지만, 또 한편으로 자식이 원하는 길을 끝까지 막을 수 없는 부모님의 모습도 그려져 있어서 보는 내내 짠한 느낌이 들었던 부분입니다.
피아노를 치면서 눈물을 흘리는 조
테리에게 붙잡혀 태어나기 전 세상으로 돌아가게 된 조와 22번. 22번은 조에게 지구 통행증을 건네주고 사라져 버리고, 조는 지구로 와서 무사히 클럽 연주를 마치지만, 뭔가 찝찝합니다. 집으로 돌아와 양복 주머니에 있던 22번의 물건들을 꺼내 보다가 문득 드는 생각에 피아노를 칩니다. 자신의 몸에 잠시 머물렀고 짧은 시간 동안 삶을 경험했지만 그 순간순간이 너무나도 소중했던 22번. 그런 22번의 감정을 느끼며 조는 피아노를 치며 눈물을 흘립니다.
조와 22번은 서로 정반대 환경에서 자라온 인물들입니다. 조는 삶을 살다가 사후세계로 가게 되었고, 22번은 태어나기 전 세상에 있다가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22번에게 삶이란, 자신이 살아보지 못한 세계였습니다. 그런 그에게 지구는 호기심 가득한 곳이었고, 소중한 공간이었습니다. 그런 22번의 마음을 조가 이해하게 되면서 두 영혼은 진정한 이해로 거듭나게 됩니다.
22번을 구하는 조
그렇게 눈물을 흘리면서 피아노를 치다가 영감의 사막으로 들어간 조. 조는 선장 문 워드와 함께 흑화(?)되어버린 22번을 찾아내지만, 22번은 도망을 칩니다. 계속 22번을 쫓아가던 조는 22번에게 먹히게 되고, 22번의 마음속에 들어가게 됩니다.
"난 안 돼."
"안 될 거야."
"자격이 없어."
자신을 비관하던 22번에게 조는 그가 지구에 있을 때 손에 쥐었던 나뭇잎을 건네주고, 22번은 다시 원상태의 22번으로 돌아옵니다.
누군가는 자신이 삶을 살아갈 자격이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 생의 감각을 느끼는 순간, 느껴서 내 안에 의미로 다가온 순간, 그것은 자격이 되고 삶을 살아갈 원동력이 됩니다. 자격 같은 건 애초에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건 단지 내 마음에 준비가 되어 있느냐, 아니냐의 차이이겠지요. 그런 면에서 애초에 태어나지 못한 아이들, 낙태된 아이들의 영혼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요? 그들은 결국 길 잃은 영혼들이 되는 것일까요?
이 4개의 에피소드가 제게 다가온 의미는 이랬습니다.
지구 통행증을 위한 불꽃이란 것은 애초에 정해진 것이 아니며, 불꽃은 자신이 만들어가기 나름이라는 것. 그리고 삶의 소중한 것들을 매 순간순간 오감을 통해 자극을 받고 느끼는, 즐기는 과정이 우리 삶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것.
우리는 높은 학벌과 스펙 등에 가려져 있는 진짜 삶을 모르고 지내왔습니다. 진짜 삶이란 반복되는 일상에허덕이거나 지루해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저 매일매일 감각들을 동원해 따스한 햇살과 맑은 공기와 시원한 물, 예쁜 꽃과 나무를 바라보고 냄새 맡아보고 들어 보고 느껴보는 총체적인 과정인 것입니다.
누군가는 살아보지 못한 인생을 우리는 살아보고 있지 않습니까. 어미의 자궁 속에서 빛을 보지 못하고죽어간 '태어나기 전 세상'의 영혼들을 생각해 보십시오. 그에 비하면 우리는 참 행복하지 않습니까.
지금까지 영화 소울 리뷰였습니다. 처음 영화 리뷰를 써보는 터라 부족한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혹시 미흡한 점이 있다면 지적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의 댓글과 라이킷은 제갈해리의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