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은유 Oct 14. 2024

늘 낯선 이 쌉쌀함

이별



“왔어?“ 


“응. 밥은? 먹었고?“ 


“응. 먹었어. ㅎㅎ“ 


걱정했던 친구의 얼굴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오히려 편안해보인달까,


친구의 마음에 한조각의 따가움이라도 튈까 최대한 염분기 없는 부드러운 말들을 곱게 갈고 골랐다. 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내내 이 친구의 마음상태를 가늠하고 있었다. 그 아픔을 아니까. 


2~30분 평소와 같은 대화를 하다, 어느 정도 안심이 돼 물어보았다.


“그런데, 여태 내가 봤던 네 모습중에 오늘이 가장 편안해보여. 마음은 많이 슬프겠지만.”


“그래? ㅎㅎ ” 친구는 하얗게 웃는다. 최근 조금 살이 오른 친구의 눈이 정말 웃는 것처럼 보였다.


“끝나고 보니까 조금 그렇기도 해. 지난 주말 많이 힘들었는데, 이제는 조금 괜찮아졌어. 

다시 집으로 올라가려고.”


사랑하는 이 때문에 지방에 머물던 친구는 다시 본가로 들어간다고 한다.


떠오르는 기억이 하나 있어 덧붙였다.


“나는 예전에 엄청 좋아했던 사람이 있었는데, 납득이 되지 않는 타이밍에 헤어졌어. 이별로 밥을 못먹기는 처음이었는데… 많이 아팠는데… 이상하게 긴장이 풀리듯이 마음이 편안해지더라? 몸도 편안했어. 그리고 그때 처음 알았지. 아, 그동안 내 몸에 안맞는, 내게 해로운 연애를 하고 있었구나.” 


친구와는 전혀 상관없는 얘기였는데, 친구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편안해졌으면 해서 했던 말 같다.


이별 후에, 아니면 그 전에라도 이별을 떠올리면 마음이 쌉쌀해진다. 그 쌉쌀함을 가만히 추적해보면 목구멍에서부터 시작해 가슴을 타고 배까지 내려와 내 몸을 납작하게 만든다. 이 쪼그라든 몸이 다시 원래의 크기만큼 부풀어와 제 기능을 할 수 있을까, 저만치 의심이 든다. 의심이 들어도 어쩔 수 없다. 쌉쌀함의 시간에는 온몸이 묶여버리니까. 그저 온몸으로 그 시간을 맞이하고, 보내는 수밖에. 시간은 흘러가니까.


친구는 괜찮아보였다. 사실 괜찮지 않겠지. 많은 잔상들이 당분간은 꽤 자주 생각날 거다. 하지만 하나하나 되새기다 오늘 밥벌이를 하고, 슬픔에 잠겨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만나고, 지난 시간들을 정리하고, 깨닫고, 후회하고, 울고,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글을 쓰고, 하다보면 좀 더 편안한 시기가 올거다. 그래서 우리는 계속 사랑을 할 수 있는 거겠지.


친구는 좋은일들이 더 많이 생길 것 같다. 그럴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내일 출근하기 싫으신가요? (연휴 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