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핀란드, 덴마크 교육탐방은 아직까지도 잊혀지지 않는 꿈만 같았던 시간이었습니다. TCF공동체의 배려와 지원으로 좋은 기회를 갖게 해주신 공동체 선생님들께 감사드리며, 저 혼자만 이런 좋은 기회를 가짐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허락해주고 또 적극 지원해 준 사랑하는 아내에게 깊은 사랑의 마음을 전합니다.
북유럽 탐방을 준비하는 가운데 사전 모임에서 추천해주신 책들과 관련 동영상들을 보면서 들었던 생각은 “그렇다면 핀란드 덴마크는 천국인가?”라는 질문이었습니다. 그 어떤 책에도 핀란드와 덴마크 교육의 실체 그리고 한계에 대해서 알려주는 부분은 거의 없다고 말할 수 있었습니다. 책을 출판하고 영상프로그램을 만드는 입장에서는 당연한 이야기일수 있지만 늘 좋은 얘기들, 우리 교육과 비교를 통해 에둘러 우리 교육을 비판하는 내용들이 많았습니다. “분명 핀란드 덴마크도 사람이 사는 곳이고 우리 인간은 다 죄인인데 문제점은 없지 않을까?”하는 생각들을 가지고 북유럽으로 출발 하였습니다. 길지 않은 기간이지만 무언가 실체를 찾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바라며 설레는 마음으로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신뢰를 넘어선 믿음을 주는 핀란드 교육
핀란드교육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신뢰를 주는 교육”이라고 정의하고 싶습니다. 아니 핀란드 사회 전체를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신뢰”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어느 사회나 그러하듯이 교육은 사회를 반영합니다. 때문에 핀란드의 교육 또한 학생과 교사 그리고 학부모 모두에게 신뢰를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 교육이 사회의 불신과 부정부패, 재물에 대한 탐욕을 반영하고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시스템과 구조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그 나라의 특색 그리고 그 나라의 민족성이라 할 수 있는 그 무엇을 생각하지 않고서는 핀란드 교육을 함부로 이야기 할 수 없다는 생각입니다.
Westendinpuiston 유치원 방문
첫 번째로 방문한 곳은 유치원이었습니다. 올해로 4살배기 딸아이를 어린이 집에 입학시키는 저이였기에 더욱 유심히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핀란드 유치원의 핵심은 학습에 대한 흥미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가본적인 방침이 아이들의 학습보다는 놀이와 안전 그리고 학습이 아닌 학습에 대한 기대감 혹은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습니다. 아이들을 추운 핀란드의 날씨와 상관없이 인근 숲으로 데려가 자연을 관찰하고 직접 식물들을 만져보며 탐구에 대한 욕구(?) 혹은 자세를 배울 수 있도록 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어린이집 주변을 잠시 생각해보니 ‘우리나라 어린이 집 근처에는 아파트가 많아 안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후 핀란드 헬싱키 도시를 돌아보면서도 느꼈지만 수도임에도 불구하고 아주 중심부 외에는 도시 곳곳에 아름다운 침엽수림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우리와 같은 아파트촌은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인구가 많지 않기에 가능한 일이겠지만 자연에 대한 핀란드인의 태도를 생각 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자연과 가까운 곳에 자라는 아이들 그리고 자연을 잘 가꾸는 핀란드 사람들에게 교육의 첫걸음은 당연히 자연을 누리는 법을 배우는 것이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학생들의 일과는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건물 안을 집처럼 아늑하게 꾸며놓아 아이들에게 가정과 같은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꾸며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후에도 재차 확인하게 된 사실이었지만 우리의 교육청의 역할을 하는 시청 교육국에서는 관리 감독 보다는 지원에 더 초첨이 맞추어져 있는 것도 기억에 남았습니다.
Westendinpuiston Koulu(초등학교 방문)- 우리의 유치원부터 6학년까지 있는 기초학교
두 번째로 방문한 곳은 유치원 바로 근처에 있는 초등학교였습니다. 지은 지 얼마 안 된 건물이라 그런지 학교라기보다는 정갈하고 아름다운 미술관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남은 탐방 일정동안 눈으로 보게 된 사실이지만 핀란드의 학교건물들은 놀라우리만치 학교마다 제각각 다른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내부 구조는 더 많이 다릅니다. 아무튼 이학교의 내부 또한 너무나 예쁘고 밝아서 아이들이 놀러오고 싶은 마음이 들게끔 보였습니다. 도착하자마자 오랫동안 기다리신 교장 선생님의 브리핑이 이어졌습니다. 한국 탐방단들을 많이 맞이해보셔서 그런지 학교의 전반적인 부분에 대해서 잘 설명해 주셨습니다. 이후 두 팀으로 나누어 학교시설과 수업을 볼 수 있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근처에 저는 있는 TOPPELUNDIN KOULU학교로 이동하여 수업을 보았습니다. 이미 방송을 통해 알고 있기는 했지만 학생들의 수업에 대한 자세와 학습에 대한 집중도는 놀라우리만치 좋았습니다. 그냥 손님들이 와서 얼어있는 것이 아닌 선생님과의 수업 그리고 교과와 자신과의 만남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아 부러웠습니다. 또 하나 인상적인 것은 선생님의 수업이 특별하거나 대단하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와 다fms 외모를 가졌을 뿐 수업을 하는 방식이나 학생들을 대하는 태도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에 위로와 도전이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MANK KAAN KOULU (중학교 방문)
다른 곳들도 마찬가지이지만 역시나 교장 선생님의 학교 브리핑 겸 자랑(?)으로 방문을 시작하였습니다. 학교의 교육과정이나 시수 편제 등에 대해 설명하시고 학교의 특색 사업에 대해 브리핑을 해주셨습니다. 교장 선생님께서 우리의 사이버 스쿨과 유사한 시스템을 자랑스럽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역시 IT강국이라 그런지 우리나라가 더 낫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ㅎㅎ 그리고 PISA 성적 우수에 대해 많이 말씀하셨는데 굉장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신 것 같았습니다. 핀란드의 교육 제도는 상당수 주변 북유럽국가들의 시스템을 본따 왔다는 사실을 책에서 읽은 것이 생각났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늘 열심히 교육을 개혁하고 더 좋은 교육을 위해 노력해왔지만 한편으로는 주변 국가들에게 비해 약간 주눅 들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PISA라는 어찌보면 일률적인 기준인 국가별 순위정하기(?)가 생겼고 그 결과에서 주변 국가들보다 우수한 성적을 거둔 것이 그들로 하여금 큰 자부심을 가지게 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브리핑이 끝난 뒤 학생 가이드들과 함께 수업을 참관하였습니다. 잠깐 잠깐 여러 수업들을 보는 방식이어서 심도있는 수업 참관은 되지 못했지만 여전히 학생들의 수업에 대한 열의는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 그리고 성실히 가르치는 교사 참 많이 부럽고 또 부러웠습니다.
TAPIOLAN KOULU JA LUKIO (고등학교 방문 - 인문계 고등학교)
고등학교는 역시 초등학교와는 완연히 다른 분위기였습니다. 책에서 읽은 대로 대학처럼 학점제로 운영되고 있어 그런지 고등학생들임에도 대학생처럼 보였습니다. 학교 입구에서 다들 모여 담배 피우는 모습과 자유롭다 못해 너무 막나간 건(?) 아닐까 싶을 정도의 자유로운 머리 스타일과 옷차림은 꽤 낯설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어차피 자신의 선택에 대해 자신이 책임지므로 그 선택을 존중하는 것이라 생각하니 한편으로 이해되기도 했지만 정서적으로 거부감이 드는 건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저의 생각을 무색하게 하듯 잠시 후 이어진 수업참관을 통해서 그들의 옷차림이나 모습과는 달리 수업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고서는 바른 옷차림 바른 마음가짐이라는 것 그건 나만의 선입견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핀란드 학생들 너무 잘생기고 예뻐서 참 좋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였습니다.
Vantaa Vocational College Varia (고등학교 방문 -직업계고등학교)
역시 다른 고등학교와 같이 학점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직업계 고등학교이자 일반 시민들도 함께 들어와 배울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물론 다른 핀란드의 학교처럼 시설은 우수한 편이었습니다. 그러나 직업계 학교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으심 선생님들은 이 정도의 시설은 우리나라에서도 구비한 곳이 상당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렇습니다. 핀란드 학교들을 보면서 느낀 점 중의 하나는 시설이 우리보다 좋기는 하지만 우리도 그닥 뒤지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졸업 이후의 취업과 사회적 인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직업의 귀천이 있기는 하지만 그 귀천을 다른 여타의 보수와 세금으로 보정해주는 핀란드와 직업의 귀천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한국과는 너무나 먼 차이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몸 쓰는 일, 사람이 하는 일을 가장 귀히 여기는 핀란드와 사람 인력을 가장 싸게 취급하는 한국과의 차이, 이 사회적 차이와 문화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아지는 부분이었습니다. 이 학교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학교가 자급자족(?)으로 운영된다는 것이었습니다. 학교에 공사할 일이 있으면 토목과 학생들이 투입되어 실습을 실제 공사로 진행합니다. 그리고 학교의 가장 멋진 레스토랑중의 하나인 학교식당의 전반적인 요리와 서빙 세팅 주방일은 조리 관련 계열학생들이 돌아가며 맡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학교에 필요한 각종 가구나 제품들도 학생들이 직접 만들어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헤어디자인과 학생들은 실제 헤어샾을 운영하고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그들의 기술을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자신이 배우는 일과 앞으로 사회 속에서 하게 될 일들을 밀접하게 연관지어 할 수 있게 되어 있는 학교의 모습이 참 멋있었습니다. 순간 제가 이 학교에 입학하여 진짜 제 자신의 진로에 맞는 적성을 찾아 기술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그리고 그들이 다니는 학교에 그들이 배우는 기술을 통해 기여 할 수 있다는 점, 졸업 후에도 그들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게 될 것 같았습니다.
신뢰를 바탕으로 세련된 교육을 하는 핀란드교육
짧은 기간 핀란드의 교육을 돌아보며 든 생각은 "한 나라의 교육은 결국 그 나라의 사회상을 반영하고 그 사회에서 원하는 사람을 길러낼 수 밖에 없구나."였습니다. 핀란드의 교육은 진정 사회를 잘 반영하고 있었습니다. 국민들이 공통적으로 생각하는 상식의 수준에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었고 사람들의 소망을 교육에 담고 있었습니다. 좀 더 자신의 꿈을 잘 찾을 수 있는 학교, 좀 더 자신이 공부하고 싶은 분야를 찾아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육. 사람이라면 누구나 생각하게 되는 '나는 누구이며 이 땅에서 무엇을 하며 살아갈 것인가?'라는 아주 원초적이고 기본적인 질문에 답하기 위한 노력이 핀란드교육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한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꿈꾸는 교육은 무엇일까요? 우리 교육을 그 사람들의 소망을 잘 반영하여 지금의 모습을 이룬 것일까요? 아니면 소망과는 달리 우리 교육은 다른 길로 달려가고 있는 것일까요? 이런 저런 질문과 고민들을 많이 할 수 있는 시간들이었습니다. 앞으로 이 고민들을 더 붙들고 나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