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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노 Sep 06. 2017

앤디쌤의 북유럽 교육탐방2(덴마크)

2011년 1월  좋은교사운동 북유럽 교육탐방단 보고서


지난 겨울 핀란드, 덴마크 교육탐방은 아직까지도 잊혀지지 않는 꿈만 같았던 시간이었습니다. TCF공동체의 배려와 지원으로 좋은 기회를 갖게 해주신 공동체 선생님들께 감사드리며, 저 혼자만 이런 좋은 기회를 가짐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허락해주고 또 적극 지원해 준 사랑하는 아내에게 깊은 사랑의 마음을 전합니다.

  북유럽 탐방을 준비하는 가운데 사전 모임에서 추천해주신 책들과 관련 동영상들을 보면서 들었던 생각은 “그렇다면 핀란드 덴마크는 천국인가?”라는 질문이었습니다. 그 어떤 책에도 핀란드와 덴마크 교육의 실체 그리고 한계에 대해서 알려주는 부분은 거의 없다고 말할 수 있었습니다. 책을 출판하고 영상프로그램을 만드는 입장에서는 당연한 이야기일수 있지만 늘 좋은 얘기들, 우리 교육과 비교를 통해 에둘러 우리 교육을 비판하는 내용들이 많았습니다. “분명 핀란드 덴마크도 사람이 사는 곳이고 우리 인간은 다 죄인인데 문제점은 없지 않을까?”하는 생각들을 가지고 북유럽으로 출발 하였습니다. 길지 않은 기간이지만 무언가 실체를 찾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바라며 설레는 마음으로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위대한 평민을 기르는 덴마크의 당당한 교육

핀란드는 이미 언론이나 각종 매체들로부터 익히 들어왔었습니다. 그러나 덴마크는 이번 탐방단에 참여하기 전까지는 특별히 많은 얘기들을 듣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번 탐방을 준비하면서 "앞으로는 덴마크 교육을 더 주목해야한다"는 송순재 교수님의 말씀에 따라 추천 받은 몇 권의 책을 읽을 수 있었고 핀란드와는 또 다른 자신들만의 교육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핀란드와는 달리 그룬트비와 콜이라는 자국의 탁월한 지도자이자 교육자를 가지고 있는 덴마크는 교육제도와 시스템 속에 그들의 교육 철학과 사상 그리고 바램들이 깊이 베여 있었습니다. 그래서 핀란드 교육을 보며 많은 도전을 받았지만 덴마크에서는 또 다른 무언가를 보리라 기대하며 코펜하겐으로 출발하였습니다.


Hunderupskolen 덴마크 공립 초등학교 탐방

과거 해군 막사로 사용되었던 특이한(?) 이력을 가진 초등학교를 방문하였습니다. 수업을 돌아다니며 참관한 뒤 교장 선생님의 말씀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다른 북유럽 국가들처럼 덴마크도 교사 혹은 학교에 대한 그 어떤 평가도 없었습니다. 다만 학교 자체 기준에 따른 자율보고서만 있을 뿐이었습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임에도 들을 때마라 생경하게 다가오는 것은 할 수 없었습니다. 핀란드를 방문하면서도 느낀 점이었지만 행정이 참 허술합니다. ‘아니 이렇게 허술해서야 제대로 된 관리 감독이 되겠는가? 교사들이 혹은 학교들이 자기들 마음대로 부실하게 교육을 하면 어쩌려고 그러나?’라는 생각이 본능적으로 들었습니다. 그러나 한 번 더 생각해보면 행정이 허술하게 이루어져도 교육이 우리보다 더 잘 돌아간다는 것은 그 허술한 부분을 개인의 그리고 단체의 신뢰로 그 빈 공간을 채우기 때문이라는 이해로 정리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각종 보고와 잡무 그리고 감사 및 평가 등 짜임새(?)있고 복잡한 행정체계는 정치적 문제 및 관료적 문제도 있겠지만 불신에 기초한(?) 우리사회의 모습이 행정에 반영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장 선생님께서는 핀란드와 달리 PISA에 대한 그리고 우리나라와 같은 국가수준 학업 성취도에 대한 깊은 스트레스에 대해 말씀하셨는데 마치 우리나라의 모습을 보는 듯 유사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PISA평가가 핀란드에게는 위로와 자신감을 주었다면 바로 옆에 있는 나라에게는 큰 열등감과 함께 교육제도의 변화를 일으킬 만큼 부담을 주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획일적인 기준으로 그 평가를 잘 보기 위해 우리의 교육을 그 문제의 수준으로 끌어내리는 것이 맞냐고 열변을 토하는 교장선생님의 모습에서 철학이 있는 교육자의 모습을 볼 수 있어 부러웠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자신의 철학 그리고 교육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을 심도 있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관리자가 얼마나 있을까요? 원래 덴마크교육은 대안교육인 자유학교 교육(물론 덴마크의 특별한 교육제도 아래 재정 지원의 측면에서 보면 다 국가에서 재정을 지원받는 공교육이라 할 수 있으나 국가교육이 아닌 다른 교육을 한다는 점에서 대안교육이라 부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이 우수하다고 알고 있었지만 공교육 또한 이미 교육 내에 상당수 주체로 자리 잡고 있는 자유학교의 영향을 받고 있는 모습을 잠시나마 엿볼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University college lillebaelt (교사교육대학 방문)

핀란드와 달리 덴마크에서는 교사라는 직업에 대한 선호도가 높지는 않다고 합니다. 때문에 학교에는 국제교류 프로그램들이 잘 준비되어 있어 다양한 국가로부터 교사 충원을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핀란드에서 의대 법대보다 높은 성적을 거두어야 진학할 수 있는 사범대이야기를 들으며 북유럽은 다 그런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은 것 같았습니다. 사실 한 사회에서 교사라는 직업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도 이상합니다. 다양한 직업들이 있고 기회가 제공된다면 교사라는 직업은 그리 선호도가 높은 직업군이 아닐 수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처럼 안정적 직업이 잘 없기 때문이 아니라면 자신의 적성 혹은 자신의 필요에 따라 선택되는 여러 가지 직업의 선택지 중의 하나일 것입니다. 이후 덴마크의 학교들을 돌아보면서도 느낀 것이지만 책에서 읽은 것처럼 학교를 하나의 공동체로 바라보고 협동하는 것 함께 토론하고 자신들의 생각을 나누고 상호 작용을 하는 그들의 교육적 문화를 교사를 양성하는 대학교에서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Ryslinge Hojskole / Faaborgegnens Efterskole(덴마크 시민대학과 애프터스쿨 탐방)

덴마크 교육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자랑이라 할 수 있는 시민대학과 애프터스쿨을 방문하였습니다. 아이들에게 생각할 수 있는, 그리고 자유를 만끽하는 가운데 자신의 인생을 재점검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이 나라가 참 많이 부러웠습니다. 중학교 혹은 고등학교 시기를 마친 뒤 또 인생의 어느 순간 잠시 자신의 가던 길을 멈추고 1년간 기숙사에서 함께 생활하며 공동체적 삶을 경험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미쳐보는 모습은 아이들의 인생을 배려한 것 같아 참 멋져보였습니다. 남은 인생길을 더 잘 가기 위한 숨고르기 같은 이런 학교가 전체 교육 시스템 안에 들어와 학생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준다는 것, 우리나라에서도 제도나 재정지원에 대한 부분을 조금만 손보면 가능 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물론 현실적으로 너무나 많은 장애물이 있겠지만 그래도 소망을 가져봅니다. 또 하나 부러웠던 것은 국가 지원에 대한 부분이었습니다. 물론 일반 공립이 아닌 애프터스쿨이나 시민 대학을 다니는 경우 각자 재정의 부담을 지기는 하지만 상당부분을 국가에서 지원합니다. 사실 개인의 부담은 굉장히 적은 편입니다. 기본적으로 덴마크는 학교는 국가에서 국민의 세금으로 전적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공교육이 아닌 다른 교육을 위해 학교를 세우고 공교육시스템을 벗어나 교육하려고 할 때도 국가가 지원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다른 교육을 하고자 하는 그 국민들도 국가에 세금을 내는 사람들이므로 그들의 교육을 지원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로서는 참 상상(?)하기도 어려운 아이디어이지만 참으로 맞는 생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학교들을 돌아보면서 콜과 그룬트비의 사상적 흔적들이 학교의 건물과 교육과정 그리고 학교의 운영에 깊이 베어있음을 보았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책에서 보고 기대하였던 기독교적인 부분은 시스템으로만 남아 있지 다니는 학생들이나 가르치는 교사들에게서 콜과 그룬트비가 가지고 있었던 기독교신앙의 모습은 발견할 수 없어 아쉬웠습니다. 그럼에도 남아있는 그 틀만이라도 있는 것이 얼마나 선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지를 깨달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우리에게도 이런 영향력을 가진 지도자가 있었다면 하는 생각이 방문하는 학교마다 교장선생님과 선생님들의 입으로부터 빠지지 않고 나오는 콜과 그룬트비의 이름을 들을 때마다 들었습니다.


뼈대있는 당당한 덴마크 교육

핀란드가 주변의 교육제도 그리고 더 좋은 교육을 위해 오랜 기간 고민하고 개혁을 이루어 아주 짜임새있고 세련된 교육을 만들었다면 덴마크는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그룬트비와 콜이라고 하는 걸출한 지도자의 등장 이래 그들의 사상에 따라 여러 학교들이 이루어지고 자신들만의 교육제도를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록 최근 PISA에 대한 압력과 신자유주의 교육의 광풍이 몰아치고 있는 덴마크였지만 그들의 교육철학에 맞게 수십년간 교육을 지켜온 덴마크 국민들과 교육자들의 마음을 흔들리게 하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모든 교육활동 아래에는 철학적 기반이 있고 마치 단단한 반석위에 지은 집처럼 뼈대 있는 명문가 같은 교육이 바로 덴마크 교육이라는 생각에 그들이 현재 가지고 있는 교육의 몇몇 아쉬운 부분에도 불구하고 내내 부러웠습니다. 한편으로는 ‘우리는 그러하지 못하기에 모래위에 지은 집처럼 작은 광풍에도 흔들리는 것이 아닌가?’하는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북유럽 교육탐방을 마치며

처음 생각했던 것처럼 두 나라의 책에서 보지 못한 은밀한 부분을 많이 보고 생각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단점들을 압도할 만큼 그들이 가지고 있는 교육에 대한 소신 교육철학에 대한 확신들은 너무나 부러웠습니다. 그럼에도 우리 학교 현장의 각 교사들의 열정만큼은 뒤지지 않는다는 마음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핀란드에서 자랑스럽게 말한 다양한 활동들이 이미 우리나라에서 하고 있는 것들임을 보면서 그래도 우리나라 교육정책 입안자들이 참 많이 노력을 한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리고 우리 교육의 가장 큰 어려움은 모든 교육의 주체들이 열정도 있고 더 나은 교육에 대한 열망들이 있으나 어디로 가는 것이 맞는지 확신 없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치 공부는 잘하고 싶은데 자신에게 맞는 공부법을 찾지 못해 이 방법 저 방법을 써가며 막상 자신만의 학습법을 찾지 못해 몸과 마음이 지쳐가고 있는 학생의 모습이 우리 교육의 모습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지난 30~40년간 뒤돌아볼 틈 없이 오직 앞에 있는 나라들을 쫓기 위해 우리의 주변과 우리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도 질문도 없이 달려왔기에 우리 교육도 우리 아이들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묻지 않고 오직 되어야 할 모습에 대해서만 가르치고 강요 할 수 밖에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우리가 쫓았던 그 나라들이 우리 뒤에 혹은 우리와 같은 위치에서 달리고 있음을 알게 된 순간부터, 따라잡아야 할 대상이 사라진 그 순간부터 우리 사회와 우리 교육은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허둥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제부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만의 길입니다. 이제는 쫓는 것이 아닌 우리사회만의 길을 찾아가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어떤 사회도 나아가야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당연히 우리사회가 어떤 사람들을 길러낼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로 귀결될 것이고 그때가 바로 우리교육 변화의 시작이 되리라 봅니다. 매트릭스에서 빨간 약을 먹어버린 네오처럼 북유럽 교육탐방을 다녀 온 것이 우리 교육의 현실을 더욱더 적나라하게 확인하게 된 것 같아 마음이 아프지만 그럼에도 앞으로 선생님으로 지내며 가져야 할 꿈과 비젼을 다시 찾은 것 같아 기쁩니다. 2주간의 시간동안 함께 동거 동락한 선생님들, 그리고 수고한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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