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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노 Sep 06. 2017

앤디쌤의 북유럽 교육탐방3(후기)

2011년 좋은교사운동 북유럽교육탐방단 - 오래된 소망을 다시 붙들다.

오래된 소망을 다시 붙들다.


  지난 1월 꿈만 같았던 북유럽 교육탐방을 마치고 3월 새 학기를 맞이하였다. 아직 1월의 그 감흥과 흥분이 채 가시기도 전에 새로운 28명의 아이들과 그 아이들 뒤에 있는 60여명의 가족 그리고 28개의 서로 다른 가정교육관을 만나게 되었다.




  지난 북유럽 교육탐방을 통해 참 많은 것들을 고민하고 느낄 수 있었다. 다녀온 후 지역에서 모이는 교사모임에서 또 학교에서 나눌 수 있는 기회를 가졌기에 눈으로 보았던 것들이 점점 마음에 새겨지게 되었다. 다녀온 후 2월 개학을 하고 새로운 학년과 업무를 배당받게 되었다. 핀란드와 덴마크의 교사들과는 달리 여전히 주어지는 과중한 업무, 그 변하지 않는 현실 앞에 마음이 다시금 먹먹해 지기도 했지만 올해가 현재 근무하는 학교에서의 마지막 해라 초등학교에서는 비교적 좋은(?)학년이라 불리는 4학년 담임을 맡게 되었다.


  결손 가정이 적고 중산층 가정이 많은 소규모 학교(각 학년 당 2학급)인 현 근무학교에서  북유럽 교육선진국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작게나마 어떻게 실천 및 적용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고민의 결과 이번 학기는 먼저 세 가지를 정하여 실천해보기로 했다. 첫째는 교육철학 공부, 둘째는 학생에 대한 관찰 기록, 세 번째는 학부모와의 소통이었다.


  먼저 교육철학을 공부하기로 한 데에는 북유럽에서 만난 교사들과 우리를 안내해준 교장선생님 때문이었다. 어느 학교를 방문하든지 그곳에서는 자신들의 교육이 누구의 철학 어떤 철학에 바탕을 두고 이야기했다. 특히 덴마크학교에서는 그룬트비와 콜에 대한 이야기를 귀가 따갑도록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 그곳에서 자랑스럽게 이야기 하고 있는 자기나라의 교육과정과 여러 가지 정책들을 새로운 것이 없었다. 이미 들어서 알고 있거나 한국학교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는 것들이 상당수였다, 단 한 가지 차이가 있었다면 결과는 같으나 그들의 교육과정과 정책은 사회 전반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심도 있는 철학에 바탕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언듯 보기에는 우리나라의 정책과 제도가 그 나라의 것들과 비슷해 보이나 그들은 그들에게 오랜 기간 전승되어온 교육철학에 기반 한 치열한 고민 속에 나온 것이었다. 우리는 그들이 그렇게 치열하게 고민한 과정은 생략하고 결과만 가지고 왔기에 우리의 학교 현장은 어그러지고 왜곡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했기에 교육철학자들에 대해 공부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가장 앞서 있었다, 그러던 중 서울에서 북유럽탐방 참가 선생님들이 모여서 교육철학 공부를 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비록 지방에 근무하여 참가는 어렵게 되었지만 다행이 한 학기 동안의 커리큘럼과 공부할 책을 제공받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그래서 부랴부랴 부산에서 함께 모임을 하는 몇몇 선생님들을 꼬드겨(?) 교육철학 공부를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비록 2주에 한번 모이는 모임이었으나 모임을 통해 많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공부를 하면서 신기한 것 중 하나는 철학은 관념적이라 생각했고 나의 부족한 지식 그리고 북유럽 교사들을 따라 잡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으나 공부를 진행하면 할수록 우리 반 아이들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변화는 나에게 적잖은 고통(?)을 수반하게 하였다. 평소 같으면 쏟아지는 업무에 아이들에게 화를 내었을 나에게 공부를 통해 만난 부버와 코르착은 그러면 안 된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몸이 지쳐감에도 피곤함에도 아이들을 인격으로 대해야 한다는 의식이 살아 나를 움직였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생활지도를 하게 되면 톨스토이의 “존중”이 생각나고, 수업을 할 때면 그룬트비의 “살아있는 말”과 부버의 “만남”이 입버릇처럼 나오게 되었다. 대학 때 부전공으로 윤리교육을 택했던 나였기에 이런 현상은 당황스럽기도 했고 새롭기도 하였다. ‘대학 때는 임용고시 준비할 때는 그렇게 지루하고 재미없던 그들의 철학과 사상이 날 것처럼 살아 나를 움직이게 하다니’ 놀라운 경험이 아닐 수 없었다. 결국 이제는 오래 미루었던 대학원 공부를 교육철학으로 해야겠다는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


  두 번째는 학생에 대한 기록이었다. 사실 기록에 대한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고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기도 하였지만 업무와 여러 가지 일들을 핑계로 번번이 실패한 일들이었다. 그러나 이번 북유럽 탐방을 계기로 다시 시작하기로 마음을 굳게 먹었다. 그 이유는 핀란드에서 만난 학부모 교민과의 간담회에서부터 시작되었다. 한국에서 교육을 경험하고 핀란드에서 학부모로서 교육을 경험한 그 분들의 생생한 이야기는 많은 인상을 남겼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교사에 대한 무한한 신뢰였다. 아직도 그날 나의 질문에 대한 한 학부모님의 대답이 생생하다. (굉장히 간단하고 초라하기까지 한 핀란드의 초등학교 성적표를 보며) “아니 이렇게 부실한 성적표를 가지고 아이들에 대한 교사의 평가를 어떻게 신뢰할 수 있죠?” (이상한 질문을 한다는 표정으로) “저는 우리 담임 선생님을 믿습니다. 우리 선생님은 우리 아이를 늘 관찰하고 있습니다. 쉬는 시간에 있었던 일까지도 소소히 기록하여 우리에게 이야기해줄 때면 우리 가족만 알고 있던 아이의 사소한 버릇까지도 알고 있어 놀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충격이었다. 아니 아미 알고 있는 것이지만 그것이 이루어지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기에 더욱 충격이었다. 그랬다. 기록에서 신뢰가 나오는 것이었다. 돌아와서 스마트폰에 아이들 사진을 넣어 아이들의 일상을 잘 기록할 수 있는 어플을 다운받고 학급기록일지를 만들어 제본하였다. 그리고 3월 첫날 선생님은 이번 한 해 동안 한 손에 들고 있는 스마트폰과 다른 손에 들고 있는 학급 기록일지에 여러분의 일상을 기록할 것이라고 아이들에게 선언했다. 이 선언은 나의 게으름에 대한 배수진이었다. 이후 한 학기 동안 쉬는 시간에 그리고 각종 행사시간에 각각의 아이들의 모습을 관찰하다가 순간순간 사진을 찍고 그 사진 밑에 아이에 대한 간단한 글을 남겼다. 그리고 이 기록 자료는 내가 아이들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6월에 있었던 학부모 공개 상담 기간 동안 학부모들에게 큰 놀라움을 주었고 담임인 나의 말에 큰 무게감을 실어주었다. 그리고 학기말 서술식으로 기술하는 성적표에 그 어느 해 보다도 풍성하고 구체적인 나의 평가를 적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학부모에 대한 소통은 한국의 공교육의 현실을 고려할 때 어쩔 수 없는 방법이었다. 학부모의 무한한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핀란드, 학부모의 교육관과 일치하는 학교에 자신의 자녀를 언제든 보낼 수 있는 덴마크, 이 두 나라와 달리 한국에서는 교사와 공교육에 대한 신뢰도 없거니와 학부모가 학교를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은 거의 없다. 그냥 때가 되면 주민자치센터에서 학령기에 해당하는 아이들에서 입학대상자 통지서를 보내고 몇몇 서류를 제출하면서 아이들의 공교육은 시작된다. 그 어디에서도 아이의 고민 학부모의 선택지는 없는 것이다. 가장 좋은 것은 교사인 나와 교육관이 같은 학부모님들과 학교를 세우고 학급을 만들면 좋겠으나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 그러하기에 학부모와의 소통이 더더욱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늘 해오던 3월 첫날 학부모님께 드리는 편지를 업그레이드(?)하여 보내었다. 그리고 학부모 총회 날 의례적으로 하던 순서는 최대한 간단히 하고 그 전날 밤늦게 까지 쓴 나의 교육관과 철학 그리고 가정교육의 필요성과 교사의 교육관에 대한 연설문(?)을 낭독하였다. 약간 어색한 분위기였으나 학부모님들은 나의 진심을 아시는지 반짝이는 눈으로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셨다. 사실 늘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학부모님들 앞에서 나의 마음을 열고 진심으로 말한다는 것은 나로서도 쉽지 않은 선택이자 결심이었다. 그러나 감사하게도 학부모님들은 나의 진심을 알아주셨고 학교의 관행에 대한 나의 거부를 젊은 교사의 치기가 아닌 고민하고 사유하는 교사의 결정으로 받아들여주셨다. 이후 학부모 공개 상담 기간과 여러 만남을 통해 학부모님들의 교육관을 함께 나눌 수 있었고 추천해드리는 책을 통해서 나의 생각과 학부모님들의 생각을 조율할 수 있었다. 비록 아직 부족하지만 학부모를 교육의 동역자로 생각하고 함께 나아가는 작은 발걸음이 시작된 것 같아 뿌듯한 한 학기였다.


 처음엔 북유럽 교육탐방이 이룰 수 없는 이상을 보고 오는 것이라고, 우리와 너무 다른 세상을 보고 오면 변하지 않는 우리 교육의 현실에 더 가슴 아파하게 될 것이라는 고민을 했었다. 가기 전 읽었던 여러 북유럽 교육에 대한 책들이 그랬고 북유럽 교육을 다른 동영상을 보면서도 그런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탐방하는 기간 내내 그 생각이 마음 한 켠에 남아있었다. 그러나 북유럽 교육 탐방은 비록 이 땅의 교육을 통째로 바꿀 수는 없으나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소망의 힘을 주었고, 좀 더 피곤하고 좀 더 힘들지만 이 땅의 고통 받는 아이들과 자녀들의 고통을 알면서도 그리 할 수밖에 없는 부모님들을 품을 수 있는 힘과 마음의 원동력을 주었다. 오랜 기간 잊었던 말 “다음세대를 책임지는 교사”라는 말을 다시금 붙들며 오늘도 아이들 앞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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