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 어디로? - 연세대, 교육대학교

눈부신 백조가 되어 날아 오르는 그 시간까지

by 해피영희

딸은 초등학교 시절의 어려움으로 적극적인 성격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그렇게도 책을 좋아하던 아이였는데 아침마다 가방의 책을 꺼내고 도서관을 못 가게 했던 엄마의 무식함으로 이제는 오히려 책을 읽으라는 잔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딸이 가끔 그럽니다.

“내 머리는 5학년 이후로 더 이상 성장을 하지 않은 것 같아. ㅋ”


어린 나이에 세상살이의 매운맛을 경험한 딸은 속이 깊고 굉장히 긍정적입니다.

딸은 공부에 재능이 있지만 그림을 아주 잘 그립니다. 중1 때 애니메이션 고등학교 진학을 심각하게 고려했지만 그래도 공부를 더 잘 할 수 있다는 결론에 그림은 취미로 남겨 두었습니다.


고3 어느 날 이불도 안 덮고 쓰러져 자고 있는 딸아이 옆에 탭이 있고 화면에는 그림 동호회 트위터가 켜져 있었습니다. 늦은 밤까지 트위트를 하다 잠들었다 생각하니 순간 화가 났습니다. 저라는 사람은 순둥이 평범한 엄마는 안 되는 사람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20살 이전의 경험과 능력에 따라 성인 이후의 삶으로 연결된다고 믿고 있기에 아이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시간까지는 정말 최선을 다 해야 된다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니 딸이 고등학교를 입학하자마자 도움이 될 만한 일은 모두 시작했습니다.

대학입시 책도 15권 탐독하고 봉사활동도 매달 함께 가고, 먹는 것 자는 것 학원까지 같이 고민하고 지원했습니다. 세상에는 설명할 수 없는 기운이 존재하고 부모의 정성은 아이의 에너지에 분명 영향을 준다고 믿었기에 내가 더 정성을 기울일 수 있는 것은 또 무엇일까 매일 고민했습니다.

그러다 보통 사람들이 수능 100일이 남으면 100일 기도를 한다는 걸 떠 올리며 딸이 고등학교를 입학하는 그해 1월부터 졸업할 때까지 108배를 했습니다. 그러니 딸의 트위트를 보는 순간 저만 별난 엄마가 되었다는 억울함에 화가 났습니다. 이해하는 엄마가 되겠다는 야무진 결심은 저 멀리 날려 먹고 감정적인 말들이 쏟아졌습니다.


그런데

“엄마 눈에 내가 열심히 안 하는 것처럼 보였다면 미안해, 그런데 나 노력하고 있고 변하고 있어.

학교에서 하루 종일 공부하니까 집에 와서 트위트 조금 본 거야. 열심히 할게. 엄마가 뭐가 그리 힘든지 모르지만 다 잘 될 거야. 그러니까 힘들어 하지마.”


그러면서 갑자기 엄마손 파이 한통을 건네줍니다.

“이거 어제 우리 학교 매점에 10통 밖에 없다고 전교생 10명 추첨해서 준 거야. 그런데 내가 걸렸어. 완전 행운이잖아. 엄마한테 그 행운을 주고 싶어서 안 먹고 가져왔어. 먹어”


그렇게 딸은 늘 저를 감동시키며 들었다 놨다를 반복했습니다. 사람은 보통 하나의 어려움이 지나가면 그것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었다고 착각하기 쉽지만 산 너머 산이라는 표현이 괜히 나온 것은 아닙니다.


2018.11월 딸이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 시험을 치루고 정말 많은 갈등과 파도가 지나갔습니다.

수학에서 평소와 달리 너무도 어이없는 덧셈, 뺄셈 실수를 하게 되며 정말 애매한 성적을 받았습니다.


공부를 할 때 목표는 무조건 서울대였습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멀어진 느낌이었습니다.

딸은 내신 성적이 좋지 않아 수시전략으로 최대로 잘 갈수 있는 대학이 정시 성적으로 최저로 갈수 있는 대학과 비슷한 수준이라 수시원서는 단 한 개도 쓰지 않았고 우리에게는 3개의 지원원서 카드가 주어져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자연스레 연세대를 생각했습니다. 행정학과, 사회복지학과, 간호학과 하는 곳들이 지원 가능했습니다. 그런데 이런저런 진로사항을 고려하다보니 과연 그런 곳들에 가는 것이 맞는 것인가 헷갈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제가 좀 꿈이 컸습니다. 아이를 글로벌하게 남다르게 키우고 싶었고 그렇게 살기를 소망했습니다. 그러다보니 객관화가 잘 안 되었습니다.


연세대를 가면 대학원, 박사 이후 고학력자의 경쟁과 취업에 대한 숙제가 놓여 있다는 것을 알자 고민을 안 할 수가 없었습니다. 진로상담도 많이 받고 인생선배님들의 조언도 들으며 정보가 많아지다 보니 오히려 더 복잡해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빠졌습니다.


딸이 자기는 어릴 때부터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는 말을 했고 주변에서 다들 좋은 선택지라는 격려를 주었습니다. 정말 저도 모르게 귀신에 홀린 것처럼 동의하고 교대에 지원원서를 넣었습니다.

연세대와 교대는 같은 ‘나’군이라 동시지원을 할 수가 없습니다. 결국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연세대를 포기 한 것이죠.


정시대학은 가, 나, 다 군으로 나누어져 있는 소속대학 각 1곳만 원서를 지원할 수 있습니다.

가군 이화여대 4년 전 장학생 합격, 나군 부산교육대학 차석입학, 다군 제주대학 합격.

입시결과를 받아들고 처음 한 달 내내 울었습니다. 못난 엄마의 현실적인 경제 문제가 개입하여 아이에게 무한자유의 선택을 열어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올라왔기 때문입니다.


결코 교육대학교가 나쁘다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그 선택에 제 부족한 현실이 개입되었다는 것이 저를 힘들게 한 것입니다. 누군가는 그렇게 갖고 싶어도 못 하는데 너는 지금 무슨 재수 없는 소리냐고 말하는 분이 있을 겁니다. 그런데 혹시 이해하실까요? 지금 내 기준이 아닌 객관적 세상의 기준으로 내 자식이 좀 더 높고 넓은 세상으로 갈 수 있지만 어쩔 수 없이 부모가 가진 세상 안에서 날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의 안타까움 같은 것!


‘결국 나도 이리 평범한 선택을 하고 말았구나. 저 멀리 날아오르는 삶을 살게 해 주려고 그리 노력했는데 결국 내가 아는 세상 안에서 또 선택하고 말았구나.’

다행히 대학교 3학년이 된 딸은 엄마 옆에 있겠다고 선택한 지방교대가 마음에 들지 않은 것만 빼고는 좋은 선택이라며 행복한 웃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매일 저녁 남편과 딸의 맥주타임과 맛 집을 찾으면 엄마를 꼭 데리고 가는 딸의 따듯한 사랑덕분에 너무도 감사한 시간입니다.


세상은 참 두 가지를 동시에 얻기 힘든 것이 맞나 봅니다. 3년 전 포기한 선택지 하나 덕분에 이렇게 사랑하는 자식의 얼굴을 매일 보고 즐거운 시간을 공유하는 이 소박한 행복을 얻었습니다.

지나간 것은 필요 없습니다. 무조건 지금 이 순간이 정답이고 제일 소중합니다.


이 시간만이 우리 딸의 찬란하고 눈부신 백조의 날개짓을 위해 준비된 참된 순간입니다.

그리도 많은 준비에도 고등학교 3년 동안 전혀 생각하지 못한 곳을 선택한 이유는, 감히 우리 개인이 알지 못하는 심오한 인생이 준비한 큰 그림이라 진심 믿습니다. “딸, 아자 아자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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