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아, 준아”
다다다 아들방으로 달려갑니다.
“왜?”
토끼눈이 된 아들이 방문을 열고나옵니다. 이것 봐라.
나는 갑자기 춤을 추기 시작합니다. 너무 어설퍼 혼자서 박장대소를 합니다.
“아니,,,, 엄마,,,, 왜, 뭐하는 거야?”
“응, 너 기분 좋으라고 엄마가 춤추는 거야. 귀여운 재롱 떠는거지. 우리 아들 행복하라고.”
“헐~ 너무 당황스럽네. 내가 어떻게 하지. 뭐라고 말해야 해. ㅋㅋㅋ”
“응, 너는 우리 엄마, 너무 귀엽네. 이러면 되는 거야.”
“아~ 그래. 엄마 귀엽네. 여하튼 고마워. ㅎㅎㅎ”
그렇게 나는 나이 50이 다되어 가는 이 늦가을 뇌 세포가 살짝 부족한 사람처럼 철없는 웃음을 흘리고 있습니다. 아들의 수능 시험이 이제 D-11입니다.
어젯밤 서울에서 집으로 데리고 온 아들은 편안한 잠을 자고 웃음을 보여 주었지만 그럼에도 올라오는 긴장을 어쩌지 못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늘 아들이 행복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나는 엄마이고 세상 누구보다 한 청년의 마음에 늘 감사와 축복이 가득하면 좋겠다고 염원합니다. 그 아이의 인생에 내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이 무엇인지 매일을 진심으로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참 할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어이없는 웃음 한 조각이라도 주고 싶다는 충동욕구가 올라온 것입니다.
일단 성공입니다. 아들은 너무도 유쾌하게 웃으며 방으로 돌아갔습니다.
아들이 집을 떠나 있는 동안 제 몸은 정말 편했습니다. 딱히 밥을 할 필요도 신경 써서 챙길 일도 없었습니다.
오죽 하면 딸이 그랬습니다.
“준이가 없으니까 집에 고기가 사라졌어. 엄마는 준이만 밥을 먹는다고 생각하나봐.”
아니나 다를까 금요일에 저는 고기를 3킬로그램이나 주문을 했습니다.
토요일에는 아들이 집으로 돌아오니까요. ㅋ
토요일 아침 오랜만에 압력솥이 가스렌지 위에서 세찬 압력을 내 뿜으며 따듯한 밥을 짓고 있습니다.
냉장고에 자리잡고 있던 각종 반찬들이 밖으로 나옵니다. 뭐 사실 제 솜씨보다는 외부조달이 더 많지만 그래도 한 가지라도 더 올려놓겠다는 일념과 따듯한 밥 한 숟갈 먹여보겠다는 의지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아들은 갓 지은 밥 한 숟가락과 맑은 탕국을 입으로 넣습니다.
“아~ 맛있다. 진짜 맛있다. 이 맛이야. 나는 진짜 집 밥이 좋아.”
옆에 앉은 남편이 그럽니다.
“야, 아들 네 덕분에 아빠도 따듯한 아침 먹어본다. 엄마가 너 없는 동안 아침밥은 안 했어. 아빠가 엄마 힘들다고 주말되면 매번 밥을 사줬어. 엄마가 네가 오니까 완전 달라지네.”
“그럼, 그럼, 우리 아들은 완전 사랑이지. 아들 많이 먹어~”
그렇게 아침 먹고 열심히 산을 다녀온 후 또 점심에는 수육을 삶았습니다.
그리고 과일을 예쁘게 잘라 먹이고 홍삼도 한잔 먹이고~
“엄마, 이러다 배물러 죽겠다. ㅎ”
“안돼, 많이 먹고 힘내야지.”
저녁은 삼겹살을 구워 먹일 예정입니다. 오랜만에 땡초 넣은 해물 된장찌개도 끓여야겠습니다.
아, 또 마음이 바빠집니다.
그럼에도 무슨 마법에 걸려 통증을 못 느끼는 비 정상인처럼 참 행복합니다.
엄마라는 자리가 쉬운 시간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늘 고민과 갈등의 연속입니다. 그럼에도 참 가치롭다는 생각을 합니다.
왜냐고 그 감정을 설명해보라 하면 누구나 끄덕이도록 그렇게 냉정하고 멋지게 말 못합니다.
그냥 표현 할 수 없는 초월적인 세상이 분명 있습니다.
어쩌면 너무 큰 세상이라 감히 말로는 표현이 안 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나는 아들을 위해 아침부터 저녁까지 온갖 요리를 하고 나이에 맞지 않는 귀여운 척을 하며 춤도 추고 한아름 품안에 꼭 안아 주기도 합니다.
오늘 아들은 격려가 필요하고 나는 그렇고 싶은 마음의 여유와 의지가 있습니다.
그러니 그것을 행하는 것이고 먼 후일 반대로 내가 힘이 없고 아들이 힘이 생긴다면 분명 나는 아들에게서 또 격려와 위로를 받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 것이 엄마이고 아들인 것입니다.
아들에게 보여주겠다고 노력한 귀여운 재롱 덕분에 저도 행복한 웃음 한번 가졌습니다.
그냥 이것이 행복이다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냥 이런 것이 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나는 사랑하는 아들이 있고 그 아들은 내 사랑을 진심으로 행복해 하고 그것으로 이 하루가 풍요로워 집니다.
그러니 너무도 보통사람의 시간, 그 웃음, 그 사연 하나가 빛나는 보석으로 변해가는 순간입니다.
“아들아~ 뭘 해 주면 행복할까? 엄마는 다 할 수 있는데... 네가 웃는다면 뭐든 할 건데.”
크~ 이 아들바보 엄마의 주절거림이 너무 어이없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도 어쩝니까? 그냥 좋은데요. 누가 뭐라 해도 나는 엄마인데요.
세상 그 무엇과도 바꾸지 않을 제 마음의 자부심인데요.
“김ㅇㅇ 2022학년도 수능 파이팅, 엄마가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