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학년도 수능이 이제 7일 남았습니다. 코로나로 수험생들의 건강과 시설방역이 염려되어 11.11일부터 대부분의 고등학교들은 수능이 끝날때까지 원격수업으로 전환됩니다.
그래서 2021.11.10.(수)일은 고등학교 학생들이 원격수업을 들어가기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보통 고등학교 2학년 후배들은 3학년 선배들을 위해 찹쌀떡이나 초콜릿을 사주고 학교에서는 현수막을 걸어 수험생들을 응원하는 전통이 있습니다.
퇴근이 가까워오자 현관이 시끄러워지고 운동장에 2학년 전교생이 모여들더니 방송 장비가 차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자연스레 시선이 그쪽으로 쏠립니다.
“뭐지?”
그때 교장선생님이 상기된 얼굴로 나오시며 그럽니다.
“오늘 2학년들이 3학년들 시험 잘 치라고 치어리딩을 해 준대요. 나가서 봅시다.”
2학년 후배들이 3학년 선배들을 응원하기 위해 몇날 몇일 연습한 응원 치어리딩 안무를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악은 누구나 아는 신해철의 무한궤도 그대에게^^
파이팅이라는 단어에 남모를 사랑을 품고 있는 나는 직원들과 얼른 운동장으로 갔습니다.
이미 수많은 교직원과 3학년들이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이벤트를 기획하신 멋진 체육 선생님의 표정은 너무도 진지하고 감동스러운 감정을 가득 품고 있습니다.
“자, 2학년 여러분 조용, 3학년들 조용, 그럼 그동안 준비한 후배들의 응원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음악이 울려 퍼지고 운동장 여기저기서 함성이 터져 나옵니다.
어설픈 아이들의 치어리더 움직임이 시작됩니다.
힘차게 뻗어나가는 몸동작들, 마치 하늘을 날아오르는 한 마리 새를 보는 느낌입니다.
순간 알수 없이 눈물이 납니다. 주르륵 주르륵...
감동이라고 말하는 것이 맞습니다. 사람이란 존재는 누구라도 자신을 응원하고 믿어줄 때 분명 자신도 모르는 신비한 힘을 내는 존재입니다.
모든 교직원과 전교생들이 하나가 되어 그 신나는 음악에 둠짓 둠짓 춤을 춥니다.
어느새 현실감각을 잃어버린 나는 손바닥이 아프도록 박수를 치고 함성을 질러대며 그 응원에 힘을 보냅니다.
옆에 함께 하던 선생님과 얼싸안고
“선생님, 너무 감동적이지 않아요? 너무 눈물이 나요.”
“그렇죠? 우리 애들 너무 멋지죠?”
인생의 큰 관문을 지나가는 이들에게 진심을 담아 응원을 보태고 사무실로 들어왔지만 가슴에 뜨겁게 올라오는 감정의 여운이 한참을 떠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퇴근을 준비하는 중 전화기로 메시지가 하나 옵니다.
“안녕하세용~~~카톡을 보니까 오늘 생일이라구 뜨더라구요 생일축하드려요~!~!~! 저번주에 상담받은 한시간이 너무 행복해서 하루종일 기분좋았던 기억이 저한테 너무 소중하네요 ㅎㅎ 제가 받은좋은기운만큼 이카톡을 보고도 기뻐하시면 좋겠습니다 맛있는거 많이 드시구 행복한 하루되세요❤”
지난 주 야간지원 상담 1회를 했던 내담자입니다.
이 친구는 대학교 4학년인데 자꾸만 낮아지는 자존감으로 강박이 생기고 행복하지 않아 상담의 문을 두드린 경우입니다.
“저는 진짜 제가 좋고 잘하고 싶거든요. 그런데 생각처럼 안돼서 너무 슬퍼요.”
“아~ 그거 나는 너무 너무 공감돼요. 진짜 맞아요. 잘하고 싶지. 얼마나 잘하고 싶은데.”
그렇게 우리 두 사람은 욕심만큼 안 되는 현실에 해결책이 무엇일지 찾아보자며 의기투합을 했었습니다. 사실 사람이 우울한 것은 자신의 기준과 현실의 차이가 깊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기준을 낮추던지 능력을 올리던지 아니면 동시에 둘을 다 조정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어느쪽이던 자신의 인지 전환과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니 시작의 단계에서는 혼자보다는 함께 하는 힘이 중요한 것입니다. 아마도 내담자는 그런 격려를 받았나 봅니다.
그런데 더 신기한 것은 내담자의 메시지로 저는 더 큰 격려를 받는다는 것입니다.
스스로 사는게 힘들어 우울과 강박을 가진 내담자가 누군가에게 축하와 감사의 메시지를 보낸다는 것은 보통사람의 그것보다 몇배는 많은 감정과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또 희망을 봅니다. 생각과 달리 지쳐가는 육체의 피로에 며칠 동안 어찔하던 참이었습니다.
그런데 또 해 볼만 하다 하는 긍정의 기운이 올라옵니다.
세상은 이렇게 사소한 몇 가지 감정으로 늘 나를 감동시킵니다.
가만히 눈여겨보다 내가 지쳐 포기라도 할라치면 귀신처럼 나타나서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갑니다.
그러니 어떤 일을 하던 힘은 들어도 죽지는 않을 듯 합니다.
밤 11시가 되어 잠을 청하러 가던 아들이 다가옵니다.
“우리 엄마 안아 주고 가야지. 안 그럼 삐치니까. 잘자 엄마.”
크으~ 눈치있는 놈♥
어제부터 담겨진 행복한 마음으로 나서는 출근길, 음식쓰레기 봉지를 흔들거리며 계단을 내려옵니다.
쓰레기통 입구에서 경비아저씨가 옆에 계시는 할머니에게 큰소리로 인사를 합니다.
“아이쿠, 제가 버려드리겠습니다. 음식쓰레기 봉지 이쪽으로 주세요.”
“아입니다. 내가 할수 있습니더. 내 천천히 걸어가서 버리면 됩니더.”
곱게 등산복을 차려입고 한 손에는 지팡이 한 손에는 음식쓰레기 봉지를 든 연로하신 할머니가 옆에 계십니다. 그야말로 천천히 한발 한발 조심히 움직이는 몸짓으로 보아 80 중반은 넘어 보입니다. 처음 보는 분입니다.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합니다.
“할머니 오늘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새댁도 출근 잘해요.”
사람이 살아가며 감동스럽다는 것은 별것이 아닙니다. 그저 나의 마음에 무던히 파고들어 가슴 한구석을 흔들어 놓는다면 그것은 우리에게 의미를 주는 것입니다.
후배들의 신나는 치어 리딩, 내담자가 상담자에게 보내는 긍정 메시지, 다 자란 아들의 굿나잇 인사, 아파트 경비아저씨의 주민에 대한 배려, 배고픈 시간 기대하지 않은 직원이 건네는 샌드위치 한 조각
덕분에 세상은 이렇게 설레임이 됩니다. 인생 단단히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아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