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야, 엄마가 김장김치 먹고 싶다고 꼭지만 따고 보내달래.”
“김치가 맵던데 엄마가 못 먹을텐데... 그래, 알았어. 먹고 안 먹고는 나중일이고 일단 가져댜 줘야겠다.”
재활병원에 입원한 엄마가 동생에게 김치가 먹고 싶다는 말을 했답니다.
엄마는 9월 23일경 고관절이 부러져 인공관절 수술을 하고 10월 24일경 재활병원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코로나로 면회도 3주~5주에 한번 비대면으로 되고 일체 접촉이 금지되었습니다.
가끔 전달할 물건은 병원 입구에 접수를 하면 환자에게 전달되는 식입니다.
지난주는 물메기탕이 먹고 싶다해서 국을 끓여 가져다 주었고 그 앞주는 바나나에 딸기가 먹고 싶다해서 또 사서 올려 보냈습니다.
혼자 병원에 갇혀 스킨십도 정서적 다독임도 못 받다보니 야무졌던 전화음성이 점점 어눌해져 갑니다.
2주전 면회에 보니 눈에 힘도 많이 빠졌습니다.
쓰라린 마음은 뭐라 표현을 할 수가 없습니다.
요 며칠은 문득문득 엄마가 생각나고 당장 달려가 만나고 보고 싶은데 그럴 수 없는 현실이 너무 괴롭습니다.
저녁을 준비하면서 김장김치 한포기를 손으로 찢고, 시금치 나물도 물렁하게 무쳐 한 통 담습니다.
내일 출근길에 병원에 들러야겠습니다.
혼자 있는 아버지는 밥을 드시고 있는지 또 걱정입니다.
아버지에게 전화를 해 봅니다.
“아버지, 저녁식사 하셨어요?”
“응, 나가서 국밥 한 그릇 사 먹었다.”
“잘 하셨어요. 몸은 괜찮으세요?”
“사실은 내가 요즘 좀 불안하다. 엊그제 6일날 아침에 일어나서 기지개 켜다가 어지러워서 순간 혼절했다. 그래서 병원다녀 왔다. 불안해서 공황장애 약을 하루에 2번씩 먹고 있다. 혼자 있으니 불안하다.”
“아, 아버지 너무 마음을 불안하게 먹지 마세요.”
“그래, 전화 해 줘서 고맙다.”
말은 담담하게 했지만 마음이 또 천 갈래 만 갈래 찢어집니다.
어린 시절 참 다정하고 든든한 아버지였습니다.
그 70-80년대에도 딸들을 위해서 빵, 통닭을 사오던 분이셨고 이름 대신 늘 “예삐야~”라고 하던 분입니다.
그런 아버지가 저리 홀로 불안함으로 고통스러워해도 나는 당장 해 줄 것이 없습니다.
내 자식이라면 직장을 때려치우고라도 갈텐데 그냥 부모라고 나는 그저 몇마디 위로만 건넬 뿐입니다.
막 차린 식탁위의 따듯한 밥이 목에 메여옵니다.
엄마가 아프고부터 우리 가족들의 모양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한사람 아픈것인데 아버지와 6남매의 삶이 엉망진창입니다.
잘 하려고 다들 노력하는데 결과는 늘 아쉬움이 남습니다.
세상이 원래 그런것인지 내가 부족한 것인지 갈등속에 깊게 말려들어 갑니다.
3년 전 뇌졸중으로 쓰러지고 엄마를 만나러 매일 병원을 가는 것이 참 힘들었습니다.
직장에서 퇴근하고 저녁도 굶고 병원을 가자면 가끔씩 피곤과 짜증이 났습니다.
그러다 코로나로 면회가 제한되자 엄마를 집으로 모시고 와 재가복지를 받으면서 주말이면 시골집을 가서 주말동안 엄마를 케어 할 때도 가끔 장거리 운전이 힘들다 여겼습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하니 그 시간도 추억이고 엄청난 호사였습니다.
이제는 마음대로 보지도 만지지도 못합니다.
그저 움직이지 못하는 엄마를 그대로 품고 집으로 가지 않는 이상 우리는 생이별을 해야 합니다.
엄마는 점점 정신이 혼미해지고 있습니다.
어느날 분명 치매가 오고 기력이 약해지고 그렇게 우리 곁을 떠날 듯 합니다.
눈물이 납니다.
왜 건강할 때 더 같이 추억만들기를 하지 못했을까?
그렇게 목소리 차랑하고 걸음이 가벼울 때 더 먹고 더 보고 더 안아주었어야 했는데~
나는 열심히 한다고 생각했지만 그럼에도 마음에 후회가 이렇게 가득합니다.
이 시간이 지나면 아마도 이것마저 후회할지 모릅니다.
다음주 토요일 3주 만에 엄마를 면회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도 유리창 너머 전화로 만나는 시간이겠지만 우리는 그 시간만이라도 간절히 애타게 기다립니다.
보고 싶고 그립습니다.
살아도 산 것이 아닌 상황입니다.
있을 때 잘하라 했는데 그 말이 맞습니다.
이렇게 후회하지 않으려고 그동안 그리 노력했는데 아쉬움은 늘 존재합니다.
내일 아침은 좀 서둘러야겠습니다.
출근 길 우리 엄마 김치랑 시금치 나물을 전달해야 하니까요.
“엄마, 우리 엄마, 너무 보고싶다. 혼자서 얼마나 힘들어? 그래도 힘내. 우리가 진심 기도한다.”
“아버지, 우리 아버지, 진짜 사랑하는데 마음만 이러고 있어 정말 죄송해요. 아, 진짜~ ㅠ”
글을 쓰는 동안 울음이 터져 나옵니다.
나는 세상없이 별난 엄마이고 내 자식이라면 늘 미친 사람이 되는 사람입니다.
그 끝없는 모성이 다른 곳이 아닌 우리 부모의 사랑이라는 것을 압니다.
그분들이 내게 내려준 유전적 세포라는 것을 아는데 나는 그냥 딱 그저그런 딸 일뿐입니다.
그나마도 먹고 싶은게 있다고 말하는 엄마에게 그것을 가져다 줄 수 있어 다행입니다.
“아빠, 엄마, 사랑해요. 당신들의 딸로 낳아서 길러 주셔서 감사해요. 두 분은 진심 제 우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