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그 감정, 제가 받지 않고 반품합니다.

by 해피영희

“니가 올해 삼재라서 아범 승진이 안되고 ㅇㅇ이가 대학시험에 떨어진기란다. 그래서 내가 부적을 하나 써왔다.”

2021년 1월부터 시어머니가 전화로 큰며느리인 제게 한 말입니다.


일단 여기서 아범은 당연히 저희 남편이고 ㅇㅇ이는 작년 재수를 했던 저희 아들입니다.

우리 어머니는 장남인 남편이 세상없이 크고, 장손으로 태어난 아들은 저의 반대와 상관없이 당신이 2년동안 양육을 하신 관계로 또 세상없는 존재입니다.


사람마다 살아가며 일명 꽃히는 것이 다르고 관심사도 천차만별입니다.

우리 시어머니는 진심 아들과 손자에 대한 애정이 과하다 못해 초울트라 캡숑 짱입니다.

당연히 결혼전에는 몰랐습니다.


4년 연애동안 1-2번 뵙기는 했지만 늘 당당하고 눈이 반짝이는 그분의 강한 에너지가 멋지다 생각했습니다.

초등학교만 나와 가진 것 하나 없는 시아버님에게 시집온 어머니는 여전사처럼 온갖 장사와 노력으로 집안 살림을 일으켰습니다.


덕분에 잘 살지는 못해도 5남매 굶기지 않고 그럭저럭 공부도 시키고 또 시집, 장가 보낼 때 너무 아쉽게 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런 어머니가 평소에는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머니는 글자를 배우지 못하셨지만 평생 장사를 한 덕분에 셈에 밝으시고 타고난 인품으로 측은지심도 있어 타인에게 늘 다정한 분입니다.


그런데 아주 가끔 당신이 중요하다 생각되는 곳에 연결되면 이성이 마비가 됩니다.

이번에도 그런 상황인 것입니다.

화가 부글부글 끓어오르지만 저는 또 배운 것이 어른에게는 함부로 행동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감정쓰레기통이 된 기분으로 전화를 끊고 저는 복수전에 들어갑니다.

대상은 남편과 아들입니다.

“똑바로 못해? 내가 재수 없는데 나는 사무관 승진되고 당신들은 왜 떨어지는데. 제대로 노력을 안해서 그렇지. 왜 이런 말을 듣게 하는데?”

그래도 눈치가 있으니 남편과 아들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가만히 듣기만 합니다.


그렇게 한바탕 속풀이를 하고 지난 시간이었습니다.

감사하게도 2022년 1월 남편이 경감승진을 했습니다.

너무 기쁘고 감사한 일이라 서로 간에 칭찬하고 축하하고 화기애애한 시간이었습니다.

어머니는 얼마나 좋으셨는지 경기도 오산에 살고 있는 이모님에게까지 전화를 해서 축하 전화가 옵니다.


어제 퇴근을 하니 식탁 위에 선물상자가 하나 올려져 있습니다.

딸에게 물어보니 막내동서가 남편 선물이라고 말하고 가져다주고 갔답니다.

동서지간에 수다스러운 통화가 진행됩니다.

제법 멋진 사이인지라 20분이 넘어가는 시간이었습니다.


말끝에 제가 그랬습니다.

“어휴, 어머니가 나 때문에 아주버님 승진이 안 된다고 해서 얼마나 힘들었는데...”

“아니, 그걸 형님한테도 직접 말씀하셨어요? 저한테 말을 하길래 그런게 어디있냐고 했는데...”

“뭐야, 너한테도 그걸 이야기했어?”

갑자기 또 가라앉아있던 감정이 ‘욱’하고 올라옵니다.

도대체 어머니는 뭐지? 나를 뭘로 아는거야?


사실 객관적으로 따져볼 때 제가 남편보다 뒤떨어지는 것은 하나 없습니다.

같은 대학, 같은 과를 다니면서 저는 장학생이었고 남편은 쌍권총이었고 부모님의 사랑도 뒤지지 않을 만큼 받고 자랐고 어딘가 던져져도 남편은 몰라도 저는 살아갈 자신이 가득합니다.

아니, 그런데 도대체 왜 이러시는 것일까요? ㅠ

이번에도 감정 풀이 대상은 남편이 됩니다.


아무 사연도 모르는 남편은 천진난만하게 새벽에 책 읽고 있는 제게 와서 반갑게 인사를 합니다 .

“이러지마, 나 당신한테 기분이 좋지 않아. 어머니가 ~~~~~~~~ 했어. 나 당신 반품할래. 어머니하고 살아.”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눈만 껌벅껌벅 이던 남편이 “그러지 마라. 나는 어쩌라고 그래.”

“내가 당신 악세사리냐고? 난 아쉬울거 없어.”

“그냥 엄마가 옛날 사람이라 그래. 내가 당신 없으면 어떡해. 기분 풀어라”

그리고는 다가와서 꼭 안아줍니다.


미세하게 입 주변 근육이 움직인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주책없이 하마터면 또 웃을뻔 한 것입니다.

다행히 무표정한 얼굴을 잘 유지했습니다. ㅋ

분명 화가 나는데 그리 쉽게 넘어가 얼렁뚱땅이가 될일이 아닙니다.


물론 21살 남편은 참 설레였고 결혼 후 다정하고 성실했습니다.

그런데 매번 시월드만 들어오면 이 사단이 납니다.

그래도 이제는 그 세월도 넘어서 왠만한 상황으로는 흔들리지도 않습니다.

출근하는 아침 생각을 해 봅니다. 이 감정을 오래오래 두고 곱 씹으며 가져 갈것인가 아니면???


‘말해 뭐해, 너 해피영희잖아’

그래도 명색이 매일 ‘행복하자’를 부르짖는 제가 그럼 아주 위선인 것 같습니다.

내일이면 무쓰무행 10기가 시작되는 날입니다.

무슨 고운 이야기를 해 줄까? 고민하던 시간과 맞물려 마음에 있던 부정적 감정이 말랑해집니다.

“무쓰무행 동기님들! 감사해요. 덕분에 불편함 빨리 내려놓고 갑니다.”


KakaoTalk_20220104_153115705.png

더불어 매일 방문하는 카톡방의 대화 주제가 신년 긍정확언 입니다.

그러니 제가 매일 아침 선언하는 확언이 생각나며 중요한 사실을 깨닫습니다.

아~ 나는 재수 없는 사람이 아닌데 왜 화를 내지? 바보~


어머니! 그 감정, 제가 받지 않고 반품합니다.

두 손 꼭 쥐고 저만의 새벽 확언 외쳐봅니다.

“나는 무한능력, 세상의 절친 해피영희다.”

작가의 이전글성공은 수많은 실패속에 성공의 수를 늘려가는 과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