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화성인 247>

★ 42 ★

by 윤철희

“그럼 개략적인 액수만 살펴볼까요?”

맥스는 디지털 데스크를 조작해 관련 파일을 열고는 멘트를 이어갔다.

“생방송으로 거둔 시청료부터 보자면,

공식적으로 집계된 2,500만 명의 유료시청자를 상대로 올린 총매출은 3억 7,500만 달러입니다.

이건 시리즈의 1편만 시청하겠다는 분들만 놓고 계산했을 때 나온 숫자니까,

추후 방송될 2편까지 보겠다고 결제한 분들과 2편만 보겠다는 분들이 지불한 액수까지 포함한 액수는

그보다 더 늘어나겠죠.

그리고 생방송 화면에 떠있던 용품들과

퍼포먼스 과정에서 사용된 제품의 제조사들이 지불한 PPL 비용도 상당한 액수였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그런 액수를 다 합치면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숫자가 되는데요,

그 액수면 프로젝트가 요구하는 비용을 충당하기에 충분하지 않은가요?”


“충분한지 여부를 말씀드리면

저희가 프로젝트에 지불한 여행비를 추정할 수가 있기 때문에

지금 질문에 대답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저런, 절묘한 미끼였는데 그걸 피해 가시는군요.”


맥스의 멋쩍은 웃음에 이사칠도 웃으며 대답을 이어갔다.

“말씀하신 추정치와 PPL로 거둔 수입은 대체로는 맞는 액수입니다.

그렇지만 순전히 그 숫자만 놓고 논의하는 건 부당한 일입니다.

방금 전에 말씀하신 숫자는 매출이지 수익이 아니니까요.


“관련 논의를 하려면 우선 생방송 제작에 들어간 제작비를 감안해야 합니다.

저희가 방송을 기획하고 준비한 기간이 1년 정도 됩니다.

길게 잡으면 1년 반쯤 되고요.

지금 우주에는 저와 여배우 두 명이 와있는데,

두 여배우를 우주로 데려오고 지구로 귀환시키기 위해 프로젝트 측에 지불한 비용도 상당합니다.

지상에서 이 방송을 준비한 인력은 저희가 직접 고용한 인력만 15명이고,

하청계약 등으로 고용한 인력까지 합하면 40명 가까이 됩니다.

한 분 한 분이 각자 종사하는 분야에서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 분들이라

그에 걸맞은 대우를 하다 보니 인건비 지출만 해도 상당한 액수입니다.


“여배우들에게도 합당한 대우를 했다는 걸 잊으면 안 됩니다.

그레이스하고 버지니아는 이번 프로젝트에 필요한 훈련을 받고 여행에 동행하면서

1년 넘는 동안 다른 작품에 출연하지 못하고 부수적인 활동도 전혀 못했습니다.

두 사람이 얻을 수도 있었던 수입에 대한 보상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죠.

더불어 여행을 오지 않았으면 받지 않았어도 될 훈련을 받은 것에 대한 보상과

목숨을 건 우주여행에 나선 것에 대한 위험수당도 지불했습니다.

위험수당은 적지 않은 액수이기는 하지만

자칫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한 길에 동행하는 데 대한 보상으로

충분한 액수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입니다.

그 액수를 별 불만 없이 수긍해준 두 배우에게는 고마울 따름입니다.


“또, 당신이 방송을 시작할 때 말한 것처럼

이번 방송에는 인터넷 역사상 최대 규모의 서버가 투입됐습니다.

그래서 서버 임대비용과 서버의 안정적 관리에 투입한 비용도 역사상 최고 수준이었습니다.


“이건 자랑으로 하는 얘기인데요,

저희는 이번 방송이 혹시라도 실패해 시청료를 환불해야 하는 사태에 대비해 보험을 들었습니다.

우주에서 하는 퍼포먼스 생방송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

보험사에서도 처음에는 보험을 받아주는 데 난색을 표했고

나중에는 보험료를 산정하는 데에도 애를 먹더군요.

결국 보험사에서 제시한 막대한 액수의 보험료를 지불하고 보험에 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콘텐츠 창작에 관한 보험을 드는 건 할리우드에서는 보편화된 관행이지만

저희 업계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말마따나

생방송으로 거둔 수익의 일정 부분을

저희의 사업자 등록이 돼있는 곳인 미합중국에 세금으로 납부한다는 점도 잊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막대한 매출을 올렸다 하더라도 이렇게 지출이 많다보니

저희 손에 남는 액수는 생각만큼 엄청난 액수가 아닙니다.

그리고 그 액수 전액은 저희 여행경비 명목으로 프로젝트에 지불하기로 계약돼있습니다.”


맥스는 깊은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다 입을 열었다.

“우리 제작진도 인터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당신이 말한 매출과 비용 등을 감안해 계산을 해봤습니다.

비공식적인 채널을 통해 MS 프로젝트 측이 개인 참가자에게 받는 여행경비의 추정치도 입수했고요.

그 두 숫자를 비교해본 결과 당신이 말한 것처럼 생방송 매출에서 각종 비용을 제외할 경우

MS 프로젝트 여행경비의 절반을 조금 넘는 액수만 남더군요.

그렇다면 이런 의문이 듭니다.

국가 기관의 세금이 투입된 게 아니라면

참가비의 나머지 절반쯤은 어떻게 마련해서 지불한 건가요?”


“조사해보셨다니 아시겠지만,

저는 우주여행이 확정되자마자 제가 보유한 제작사들의 지분을 비롯한

동산과 부동산을 몽땅 처분했습니다.

평생을 피와 땀과 눈물을 흘려 일군 제작사와 전 재산을 다 처분해서 여행경비로 납부한 겁니다.”

이사칠은 평소 자신의 제작사에 대한 얘기를 할 때는

“피땀 흘려 일군 제작사”라는 표현이 아니라

“올림픽 규격 수영장을 가득 채울 정도의 정액으로 일군 제작사”라는 표현을 써서 주위를 웃겼지만,

그건 이 방송에서는 할 수 없는 농담이었다.


“당신이 재산 처분과 관련해서 한 말은 우리 사전 조사 결과와 부합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해서 마련한 액수까지 포함해서 추정하더라도

우리가 추정한 여행경비에는 한참 못 미칩니다.

그래서인지 지금 재계 일부에서는 당신들을 후원하는 스폰서 기업이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하실 말씀이 있나요?”


이사칠은 대답하기 전에 숨을 한 번 깊게 들이쉬었다.

“스폰서와 관련해 여러 소문이 돌고 있다는 얘기는 저도 들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스폰서가 있는 건 사실입니다.”


맥스가 눈을 반짝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 기업인가요?”


“유감이지만, 그건 밝힐 수 없습니다.

밝히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해당 기업과 맺은 계약 때문에 그렇게 못합니다.

다만, 일부에서 나도는 소문처럼 사회에서 부정적으로 여기는 분야에서 돈을 버는 기업은

절대로 아니라는 걸 밝히고 싶습니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리고 싶은 건,

돈 문제와 관련해서는 추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자세한 정보를 공개할 작정입니다.

그때 확인해보시면 제가 거짓말을 한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실 겁니다.”


“그렇군요. 항상 그렇지만 인간 세계에서 돈과 관련한 얘기만큼 어려운 건 없는 것 같습니다.

당신 얘기가 거짓이 아닐 거라고 믿으면서,

나중에 공개하겠다는 자료를 통해 많은 오해가 해소되기를 바라면서

돈과 관련한 얘기는 여기서 끝냈으면 합니다.

이제는 시청자 여러분께서 저희 방송을 후원해주시는 분들의 말씀을 들을 시간입니다.

인터뷰는 이후에도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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