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화성인 247>

★ 44 ★

by 윤철희

이사칠은 90퍼센트가 거짓인 소문을 불식시키기 위해

자신들을 편협하게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을 인정하는 대답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걸 잘 알았다.

“저희 제작진은 지상에서 훈련받을 때도 그랬지만
여기 우주정거장에서도 다른 우주인들과 교류를 거의 하지 않습니다.

그들과 어떤 사이로 지낸다는 말을 하는 것 자체가 우스울 정도로요.

꼭 필요한 경우,

그러니까 우주식량을 배급받는다던지 생활쓰레기를 모아 전달한다든지 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저희가 다른 우주인들과 만나는 일은 없습니다.”

이사칠은 다른 우주인들에게 폐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렇게 덧붙였다.

“그렇다고 그분들이 저희를 따돌리거나 해서 그런 건 아닙니다. 저희가 스스로 조심하는 겁니다.”


“명문화된 규정 같은 게 있는 건가요?”


맥스는 이런 공공 프로젝트에 차별적인 규정이 만들어지고 적용되는 일은 없다는 걸 알면서도 물었고,

이사칠도 그가 묻는 취지가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었다.

포르노와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시선은

업계 종사자가 대기권 안에 있건 밖에 있건 조금도 변함이 없었지만,

그렇다고 그런 얘기를 대놓고 할 수는 없었다.


“그런 건 아닙니다. 그런 규정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겠죠.

그런데 저희 직업의 특성상 저희가 다른 분들과 어울리는 것을 색안경을 끼고 보면서

이상한 오해를 하는 분들이 많다보니,

불필요한 오해를 막으려고 저희 스스로 조심스레 생활하는 겁니다.”

이사칠은 마이클 박사 얘기는 절대로 꺼내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어느덧 인터뷰를 끝낼 시간이 돼가는군요.

제작진 전원이 화성에 가는 건 아니죠?”


이사칠은 자기도 모르게 현창 밖을 봤다가 정면으로 고개를 돌리고는 입을 열었다.

홍보효과를 위해 거짓말을 해야 할 때였다.

“제작진 전원이 가지는 않을 겁니다.”


맥스가 중요한 질문을 빼먹었다는 표정으로 손을 들며 이사칠의 말을 끊었다.

“제작진이 총 몇 명이죠?”


“세 명입니다.

저하고 그레이스는 방송을 보셨으면 아실 거고,

다음 방송으로 데뷔하는 배우인 버지니아가 있습니다.”

이사칠은 에밀리 얘기는 하지 않았다.


“그렇군요. 그런데 전원이 화성에 가는 건 아니라고요?”


“예. 저를 뺀 배우 두 명은 라그랑주 포인트(Lagrangian point)까지 갔다가

지구로 귀환한다는 것이 애초부터 저희 계획이었습니다.
저는 라그랑주 포인트에 머무르는 며칠 동안 화성행 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입니다.”


거짓말이었다.

이사칠과 에밀리가 화성으로 가는 건 이미 결정된 일이었기 때문이다.

이사칠이 이 문제에 대해 거짓말을 하는 건

선발대가 라그랑주 포인트에서 화성으로 떠날 때까지 세상의 관심을 계속 붙들어놓기 위해서였다.


“라그랑주 포인트라고 하셨는데,

그게 뭔지 모르는 분들을 위해 간략하게 설명해줄 수 있을까요?”


“훈련단에서 교육받을 때 들은 강사의 설명을 전하자면,

‘중력’이라는 힘을 쓰는 많은 별들이 참여해 줄을 당기는 줄다리기를 한다고 칠 때

팽팽하게 당겨진 줄이 어느 한쪽으로 움직이는 일 없이 머무르는 지점을 부르는 용어입니다.

그 지점에서는 주변에 있는 별들의 중력이 우주정거장에 영향을 못 주기 때문에

여러 작업을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합니다.

지구와 달 사이에 있는 라그랑주 포인트에는

MS 프로젝트에 참여하거나 지원하는 작업을 하는 인력들이 화성행 우주선을 조립하는 등

화성 이주를 위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프로젝트에 참여할 때부터 제 생각은

그곳에 머무르다 심우주(deep space)로 떠날지 여부를 결정하는 거였습니다.”


“알겠습니다.

지구로 귀환하든 화성으로 가든 부디 안전한 여행이 되기를 바랍니다.

혹시 화성행이 결정될 경우,

화성으로 가기 전이나 가는 도중에 한 번 더 온라인으로 모셨으면 합니다.”


“저도 그렇게 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인터뷰를 마치는 인사를 하려던 맥스가 데스크에 갑자기 열린 파일을 읽는 게 보였다.

알쏭달쏭해하는 기분이 표정에 그대로 드러났다.

“진짜 마지막으로 하나 더 묻겠습니다.

방금 전에 들어온 정보가 있어서요.

국세청(IRS)이 당신 침대를 제작용 소품으로 인정하기로 결정했다는 데 이게 무슨 말인가요?”


이사칠은 얘기를 듣고는 파안대소할 수밖에 없었다.

“아... 그거요?

작품에 쓸 소품으로 침대를 사서 제작비용으로 처리했더니

국세청에서 개인적으로 쓴 비용으로 간주하면서 받아들여주지를 않더군요.

그래서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제 작품을 즐겨 감상하신 분들이라면

한국 전통의 오방색(五方色)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배치한 문양이 인상적인 침대를 아실 텐데,

그 침대가 문제가 된 겁니다.

맥스 당신도 동영상을 통해 그 침대를 직접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맥스는 한가해지면 확인해보겠다며 음탕한 미소를 지었다.

그때 이사칠의 머릿속에 떠오른 이미지가 있었다.

우주정거장 선내에 킹사이즈 크기의 물방울을 띄워놓고

두 배우가 물방울 안팎을 오가며 퍼포먼스를 벌이는 이미지였다.

열정적으로 사랑을 나누는 두 배우의 동작과 그에 반응하는 물방울의 움직임이,

두 배우가 숨을 쉴 때 특대형 물방울에 생길 변화가,

몸을 놀릴 때마다 그 서슬에 작게 쪼개져 허공을 배회하다 다른 물방울을 만나는 즉시

반가워하며 하나로 어우러지는 물방울들의 군무(群舞)가,

물방울들에 들어갔다 굴절돼서 빠져나오는 빛이 빚어낼 비주얼이 궁금했다.

그런 실험적인 작품을 찍을 수 있다면 좋으련만, 아무래도 어려울 것이다.

홍보방송에서 그 아이디어를 공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대에 누군가가 그런 작품을 만들어줬으면 하는 심정으로.


“다음 방송도 성공하기를 바랍니다.”

맥스가 이사칠에게 한 마지막 멘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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