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K-포르노의 선구자가 화성에 가는 까닭은?

<화성인 247> ★ 49 ★

by 윤철희

그 다음에 정리된 쟁점은 ‘포르노는 인간적인 행위인지 여부’로,

그 밑에는 ‘많은 이들을 설득해 합법화에 찬성하게 만든 이사칠의 주장인 동시에,

문 목사를 비롯한 종교계 인사들을 가장 강하게 격분시키고 반발하게 만든 주장이다’는

설명이 달려있었다.

“제가 이 토론에 출연하기로 하면서 세상에 전할 수 있는 말이 딱 하나만 있다면

이 말을 남기고 싶다고 생각한 게 이겁니다.”

이사칠은 그렇게 말하면서 커서를 내렸다.

나중에 송출될 방송에는 이 쟁점과 관련해 이사칠과 문 목사가 한 발언을 정리한

다음과 같은 내용이 별도의 화면으로 뜰 터였다.


문광호 : 포르노는 짐승이나 할 짓입니다.


이사칠 :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포르노는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모든 생명체 중에서

오로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행위이고 인간만이 하는 활동입니다.

큰 기쁨을 느낄 때 ‘Oh My God’이라며 하나님을 찾는 신심을 가진 이들이 하는 행위죠

(나중에 이사칠은 종교계를 특히 자극한 이 발언에 대해 농담조로 한 발언이라고 해명하면서

듣는 분들에게 불쾌감을 안겨줬다면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문광호 :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얘기입니까?

한상진 씨 같은 사람들은 거룩한 하나님께서 주신 소중한 육신을
누가 보건 말건 창피한 줄도 모르고 교미하는 짐승처럼 쓰고 있는 겁니다.

인두겁을 쓰고는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망측한 짓을 하는 거란 말입니다.

하나님께서는 그러라고 인간과 이 세상을 창조하신 게 아닙니다.


이사칠 : 창조 얘기를 하시니까 생각난 건데요,

‘하나님께서는 당신을 닮은 형상으로 인간을 창조하셨다’는 얘기를 어렸을 때부터 들었습니다.

기독교를 믿는 분들은 모두 그렇게 믿으실 텐데, 그때부터 궁금한 게 이거였습니다.

그 말이 맞는다면 우리 몸뚱어리에 있는 세포 중에

창조주 하나님의 숨결이 담겨있지 않은 세포는 단 한 개도 없을 겁니다.

그분께서는 우리 몸뚱어리에 있는 세포 하나하나를 다 사랑하시며 은총을 내리실 거고요.

그러니 우리 몸에 있는 모든 세포는 하나님 앞에서 평등할 겁니다.

그런데 왜 어떤 세포는 남에게 보여줘도 괜찮고

사타구니와 여성의 가슴에 있는 세포는 남에게 보여주면 안 되는 겁니까?

똑같이 하나님의 숨결과 은총을 받으며 자란 세포인데,

어떤 세포는 자랑스레 드러내도 괜찮고 어떤 세포는 드러내면 안 되는 건가요?

그분께서는 어째서 우리를 창조하시면서 남들한테는 꼭꼭 감춰야 하는 신체부위를 만드신 걸까요?

그분께서 만드신 부위인데 왜 두 손으로 올리는 기도는 칭송을 받고

가랑이에 있는 부위로 하는 행위는 왜 그렇게 삿된 짓이 되는 건가요?


문광호 : 그 부위는 하나님의 영광을 찬양할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는 것과 관련한

중요한 일을 하는 부위니까,

후손을 낳고 번창하는 데 사용되는 부위니까 함부로 다루지 말고 소중하게 다뤄야 하는 부위입니다.

한상진 씨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처럼 그렇게 쓰라고 창조하신 부위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한상진 씨 같은 시각으로 거룩한 하나님의 창조 행위를 보는 건 큰일 날 일입니다.


이사칠 : 그런가요? 일단 그 문제는 그렇다고 치고,

문 목사님께서 말씀하신 ‘포르노는 짐승이나 할 짓’이라는 말에는 어폐가 있다는 얘기를 드리고 싶습니다.

포르노는 짐승은 하지 못할 행위니까요.


문광호 : 그게 무슨 궤변입니까?


이사칠 : 저는 생물학 책을 틈틈이 읽고 동물 다큐멘터리도 즐겨보는 편인데요,

제가 지식이 짧아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순전히 경제적인 이득을 얻으려고 자신이 성행위하는 모습을 동종의 다른 개체에게 보여주는 동물은

인간 말고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포르노를 찍는 건 인간을 다른 동물들과,

짐승들과 차별화해주는 행위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문광호 : 어처구니없는 얘기를 하는군요.

하나님께서 당신의 피조물들에게 성행위를 허락하신 건 사랑하고 번식하라는 의미에서입니다.

선악과를 먹고 타락한 인간이 하나님의 참된 뜻을 잘못 받아들여 오용하는 것은 큰 죄를 범하는 겁니다.

한상진 씨는 하나님께서 주신 육체를

하나님의 본뜻과 어긋나게 써먹다 죽음이라는 벌을 받은 오난(Onan) 이야기에서 교훈을 얻어야 할 겁니다.


이사칠 : 그렇게 생각하시는 목사님 입장은 이해합니다.

목사님께서 오난 이야기도 하실 거라고 예상은 했습니다.

그런데 생식에 기여하지 않는 순전히 쾌락만을 위한 섹스를 하는 것은

저와 우리 업계 종사자만이 아니잖습니까?

그런 사람들도 다 죽음이라는 처벌을 받는 건가요?

이왕 목사님과 대화할 자리가 마련됐으니 관련된 얘기를 더하겠습니다.

저는 이게 참 궁금합니다.

목사님처럼 신심 깊은 분들은 그렇지 않으시지만,

제 주위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성(異性)의 알몸과 남들이 섹스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합니다.

그런 욕망이 있다는 걸 대놓고 말하지는 않지만 다들 그런 걸 보고 싶어 합니다.

그런 욕망이 없다면 제가 종사하는 업종은 애초에 존재하지 못할 겁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어째서 우리에게 남들의 은밀한 부위를,

남들이 섹스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욕망을 주신 걸까요?

사람들은 왜 그걸 보려고 그 많은 돈을 쓰는 걸까요?

또, 저도 그렇지만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남들에게 자기 알몸을 보여주고 섹스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희열을 느낍니다.

왜 그런 걸까요?

하나님은 왜 저 같은 사람들에게 이런 욕망을 심어주신 걸까요?

조금 더 나아갈까요?

다른 동물들에게는 발정기가 있어서 특정한 시기에만 흥분해서 날뜁니다.

그런데 인간은 발정기라는 게 없어서 사시사철 성욕을 느끼고,

그 특징도 포르노가 존재할 수 있는 기반이 됩니다.

하나님께서는 어째서 인간에게 발정기를 줘서 욕정에 미쳐 날뛰는 시기를 제한하지 않으신 걸까요?


에밀리의 작업 공간인 옆 선실에서 윙윙거리는 소리가 작게 들렸다.

이사칠이 촬영할 수 있도록 옆 선실로 자리를 옮긴 그레이스가

버지니아에게 딜도를 제대로 사용하는 법을 가르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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