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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칠은 그 소리에 신경을 쓰면서도 그렇지 않은 척하며 카메라에 대고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제가 진짜로 하고 싶었던 얘기는 여기 적힌 내용 말고도 더 있었는데,
목사님이 계신 자리가 자리인지라 차마 하지를 못하고 이제야 하게 됐네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은,
포르노는 인간이 타인에게 공감하고 타인이 느끼는 감정을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종의 예술형식이라는 겁니다.
매력적인 이성의 발가벗은 모습과
그 이성이 섹스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욕망은 무엇으로 이어지나요?
그 이성을 상대하는 사람에 자신을 대입시키는 상상을 통해 대리만족하는 것으로 이어지잖습니까?
거울뉴런이라고,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있습니다.
포르노는, 나아가 영상엔터테인먼트는 거울뉴런이 존재한다는 걸,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걸 보여주는 확실한 증거인 겁니다.
“인간이 섹스할 때 취하는 자세인 체위(體位)도 인간이 지적이고 창조적인 존재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정상위라고 하죠.
영어로는 선교사들이 기도하는 자세라는 뜻으로 ‘missionary position’이라고 하고요.
여러분, 암수가 눈을 맞추는 체위로 섹스하는 동물은 인류와 극히 일부의 영장류밖에는 없습니다.
어떤 자세로 사랑을 나누면 더 즐겁고 행복할지 고민하는 동물이 인간 말고 또 있겠습니까?
기발한 자세를 고안하고는 그걸 실행에 옮기려고 몸을 만드는 동물이 인간 말고 또 있겠습니까?
상대에게 느끼는 사랑을 애정이 담긴 눈빛과 키스를 통해
눈과 입으로 전하면서 더 큰 쾌락을 얻으려고 이런 자세를 취하는 동물이
인간과 극소수 영장류밖에 없다는 데에서 저는 자부심을 느낍니다.
어디 정상위 뿐입니까?
더 큰 쾌락을 얻으려고 다양한 체위를,
신체적 능력의 극한에 도달해서야 취할 수 있는 체위를 개발하잖습니까?
포르노는 그런 체위들을 실전을 통해 보여주면서 신체적 가능성의 지평을 넓히고요.”
또 다른 쟁점은 ‘국적 논란’이었다. 꼭지 아래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정리돼있었다.
문광호 : 한상진 씨는 미국 국적을 갖고 있는데
왜 한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고 이런 식의 분란을 일으키는 겁니까?
이런 일을 벌여서 본인도 힘들게 한국 사회를 어지럽게 만드는 대신
미국인으로 편안하게 살 수 있을 텐데요.
한상진 씨가 ‘한국을 사랑하고 한국 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싶다’는 발언을 끊임없이 하는 것은
인지도와 인기를 높이려는 의도적인 수작으로밖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저는 한상진 씨가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한국에 대한 관심도 끊고는
미국인으로서 살아가는 삶에만 전념했으면 합니다.
이사칠 : 제가 한국 국적을 유지하는 건 한국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세상 그 누구보다도 더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한국을 사랑하지 않았다면, 목사님 말마따나 미국에서 편히 살 수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한국을 사랑하기 때문에 힘든 일인 걸 알면서도 이런 운동을 시작한 겁니다.
문광호 :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걸 불법화해서 다른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순수한 나라로 남아있는 한국을 타락시키겠다는 것이
한국을 사랑하는 사람이 할 짓이라고 생각하는 건가요?
한상진 씨는 나라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 한국과 한국인의 얼굴에 먹칠을 하고 있는 겁니다.
이사칠 : 포르노를 허용하면 한국이 타락한 나라가 될 거라는 목사님 주장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합법화되지 않은 지금도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포르노를 감상하고 있다는 현실은
목사님도 인정하실 겁니다.
제작과 유통이 불법으로 규정된 상품을 소비하는 것도 역시 불법 행위라고 볼 때,
현행법은 많은 사람을 범죄자로 만드는 악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한국 정부는 왜 그 사람들을 색출해서 처벌하지 않는 건가요?
이건 불합리하고 위선적이고 겉과 속이 다른 처사 아닌가요?
저는 제가 사랑하는 한국이 그런 나라가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국민이 세계의 다른 나라 국민들이 정당하게 누리는 것을
떳떳하게 누릴 수 있는 나라였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힘든 일을 하는 겁니다.
이사칠은 태블릿에서 카메라로 시선을 돌렸다.
“저는 제 국적과 관련한 논란이 이해되지 않습니다.
간단한 일이거든요.
저는 제가 잘하는 일 때문에 체포되고 처벌될 거라는 걱정 없이 당당하게 한국 땅을 밟고 싶고,
사랑하는 우리 국민들이 누려 마땅한 것을 자유롭게 누리면서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것뿐입니다.”
그러고는 씁쓸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런 모습을 보는 건 이제는 불가능한 일이 됐지만요.
자, 이제 어떤 분이 정리해 놓은 토론 평가 얘기를 볼까요?”
이사칠은 제작진에게 그 아래에 정리된 내용을 화면 옆의 창에 띄워놓고
다음과 같은 중요한 부분은 강조하라고 지시해놓은 터였다.
토론 내용과는 별개로,
낙태 문제가 미국 사회를 양분한 것처럼
‘포르노 합법화 의제’를 한국 사회를 양분하는 이슈로 부각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점에서
이사칠이 승리했거나 적어도 원했던 바를 최대한 얻어낸 토론이라고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합법화 반대세력이,
심지어 문광호 목사조차 이사칠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지도 않은 채로
지적 능력이 떨어지는 포르노배우일 거라고 만만하게 봤다는 설이 있다.
이사칠이 국내 명문대학에서 학사 학위를 받고
미국 유명 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엘리트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것은 반대세력이 처음부터 잘못 놓은 패착이었다...
논리를 앞세워 대결하는 토론이라는 성격상,
궁극적으로는 모든 논의를 논리를 초월한 존재인 하나님과 하나님의 뜻에 귀결시켜야 하는 종교인인
문광호 목사에게 애초부터 불리한 토론이었다는 평도 있다...
문광호 목사에 대한 평가도 극단적으로 갈렸다.
이사칠을 사람 취급도 않으려는 반대세력 내부에서는
문 목사가 이사칠을 품위 있고 매너 있게 대한 것에 대해 비난하는 목소리가 컸던 반면,
합법화 찬성세력 내부에서는
이사칠의 주장에 반론을 펴면서도 시종일관 차분한 태도를 유지한 문광호 목사에게
호감을 표하는 의견이 많았다...
중요하게 강조된 부분을 읽은 이사칠은 부드러운 눈으로 카메라를 응시했다.
“제가 이 토론에서 미처 하지 못한 얘기가 있어서 그 얘기를 할까 합니다.
“우리 인간에게는 필수적인 욕구가, 욕망이 있습니다.
식욕, 수면욕 같은 것들이 그런 거죠.
그런데 밥 먹는 게 꼴 보기 싫다고, 자는 모습이 보기 싫다고
사회가 그런 욕망을 해소하려는 사람들을 막아도 되는 건가요?
인간이 본능적으로 느끼는 욕구를 막으려는 시도는
바람직한 결과를 얻기는커녕 부작용만 낳을 뿐이라는 걸 보여준 사례가 있습니다.
20세기 초에 미국에서 시행된 금주령이죠.
금주령은 결국 마피아 좋은 일만 시켜주고 정치권과 수사기관의 부정부패를 부추기기만 했습니다
성욕도 마찬가지입니다.
포르노는 성욕을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무리 없이 해소하는 방법입니다.
금주령이 시행됐을 때도 술을 마시려는 사람은 체포될 위험을 감수하고 비싼 돈을 내면서까지
술을 마신 것처럼,
국내에서 포르노를 불법으로 규정해도 볼 사람은 다 보고 있는 게 현실이잖습니까?
이런 현실에서 불법화가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1차 토론에서는 이런 내용의 주장을 하지 못했는데,
그 주장을 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습니다.
이번에도 문광호 목사님과 토론하는 자리가 마련된 겁니다.
아까 이 꼭지에 어떤 분이 2차 토론에 대해 그새 업데이트해 놓으셨던데, 맞습니다.
열흘 뒤에 2차 토론이 열립니다.
문광호 목사님께서 감사하게도 2차 토론을 하겠다며 토론 참여 제의를 수락해주신 덕에
토론이 성사됐습니다.”
이사칠이 듣기에 문광호 목사가 2차 토론에 응한 것은 생방송이 화제가 되면서
이사칠의 방송이 정작 그의 고국인 한국에서는 불법이라는 게 세계적인 화제가 되고
합법화 여론이 급격히 힘을 얻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판국에 토론에 참여해봐야
이사칠과 그가 이끄는 불순한 운동을 돋보이게 만들어주기만 할 뿐이라고 만류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문 목사는 이렇게라도 해서 반대세력이 흔들리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판단에서 토론 제의에 응한 거였다.
“준비를 열심히 해서 알찬 토론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저희 일행은 내일 달 옆에 있는 루나 게이트웨이(Lunar Gateway)로 이동합니다.
그래서 이 방송은 며칠 쉰 뒤에 여러분을 찾아뵐 예정입니다.
그때까지 기다려주세요. 그럼 이만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