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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을 가리키는 글자들

쇠 금(金), 은 은(銀) 등

by 윤철희

사전을 보면 “금속(金屬)”

“열이나 전기를 잘 전도하고, 펴지고 늘어나는 성질이 풍부하며,

특수한 광택을 가진 물질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라고 정의돼 있다.

인류는 이런 성질을 가진 물질 덕에 문명을 일으키는 데 성공한 이후

발전을 거듭해서는 지금과 같은 놀라운 시대를 향유하게 됐다.

이번 글에서는 인류의 발전을 거들어온 여러 금속을 가리키는 글자들을 살펴볼까 한다.


“금속”이라는 단어에는 “쇠 금(金)”이 들어있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값비싼 금속인 “황금(黃金)”을 가리키는 글자로 쓰이는 “金”의 뜻이

“쇠”인 이유는 뭘까?

원래 “金”은 금(金)과 은(銀)·구리(銅)·주석(錫)·쇠(鐵) 등 다섯 가지 금속을 아우르는 통칭이었다

한편, 시라카와 시즈카는 “金”은 구리를 가리키는 글자이자 청동기를 만드는 원료였다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청동靑銅은 ‘붉은 금’이라는 뜻의 적금赤金이라 불렸다고 한다).

“金”은 뜨거운 열기가 빠져나가는 연통을 형상화한 윗부분과

불을 피워 금속을 녹이는 가마를 형상화한 아랫부분이 합쳐져 만들어진 글자다.


“金”이 들어간 단어들은 대부분 “쇠”나 “황금”이라는 뜻을 가지는데,

“金”이 들어있는데도 사람들이 그걸 잘 인식하지 못하는 단어가 있다.

“후세에 길이 남을 뛰어난 업적”이라는 뜻으로 사용되는 “금자탑(金字塔)”이 그 단어다.

단어에 들어있는 글자들을 보면

“‘金’이라는 글자처럼 생긴 탑”이라는 뜻이라는 걸 알 수 있는 “금자탑”은

“네모나게 자른 돌덩어리를 무지하게 많이 쌓아서 만든 탑”인,

언뜻 보면 사각뿔 형태가 “金”자처럼 보이는 피라미드를 가리킨다.


“은(銀)”은 하얀 색깔 때문에 원래는 “백금(白金)”이라고 불렸었다

“백금”은 요즘에는 황금보다 더 희귀하고 값비싼 금속을 가리킨다).

“銀”은 금속을 나타내는 부수인 “金”과 “어긋날 간(艮)”이 합쳐진 글자다.

앞서 “艮”에 대해 쓴 글에서 밝힌 것처럼,

“艮”은 <주역(周易)> 64괘 중 간괘(艮卦)를 가리키는 것으로,

방위로 따지면 동북방을 가리키는 글자다.

“艮”이 가리키는 동북방이 “춥고 축축한 기운”이 지배적인 곳이라는 점에서,

“銀”에 “艮”이 들어간 것은

“黃金”이 풍기는 따뜻한 느낌 하고는 대조적인

“銀”이 풍기는 싸늘한 느낌 때문일 것이다.

유일한 액체 금속인 “수은(水銀)”의 이름에 “銀”이 들어가는 것도

수은의 색깔이 흰색이기 때문일 것이다.


“金”과 “銀” 얘기를 했으니 이제는 “구리 동(銅)”을 얘기할 차례다.

“銅”이 “金”과 “한 가지 동(同)”이 합쳐진 글자라는 점에서,

나는 예전에는 “옛날사람들은 황금과 구리를 같은 것으로 생각했던 걸까?” 의아해했던 적이 있다.

그런데 “銅”에서 “同”은 글자에 “동”이라는 발음을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


“금속”을 말할 때 빼놓으면 안 되는 게 바로 “쇠”, 즉 “철”이다.

“쇠 철(鐵)”은 “金”과 “질(이 글자는 워드프로세서에는 들어있는 않다)”이 결합된 글자다.

“질”로 읽는 부분에서 눈에 띄는 글자는

가운데 부분의 아래에 있는 “아홉째 천간 임(壬)”과 오른쪽 부분에 있는 “창 과(戈)”다.

음양오행에서 “壬”이 “양(陽)의 수(水)”에 해당하는 글자라는 점에서,

“鐵”은 불에 달궈진 쇳덩어리를 물에 넣고 담금질해 “창”과 같은 무기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글자가 아니었을까 짐작해 본다.


“주석 석(錫)”은 인명(人名)에도 많이 쓰이는 글자다.

주석은 어떤 금속과 다른 금속을 합치는 합금 과정에서 두 금속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금속으로,

“錫”에 들어있는, “새로워지다”는 뜻도 있는 “바꿀 역(易)”

주석의 그런 성질을 바탕으로 들어간 글자일 것이다.


구리에 아연을 넣어 만든 합금인 놋쇠는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고급스러운 식기인 “유기(鍮器)”를 만드는 데 사용됐지만,

무거운 데다 관리하기 까다롭다는 단점도 있던 금속이다.

“놋쇠 유(鍮)”는 “金”과 “점점 유(兪)”가 합쳐진 글자로,

여기에서 “兪”는 “銅”의 “同”처럼 글자에 발음을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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