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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a Aug 31. 2020

Rock Will Never Die

코로나와 퇴사가 나에게 남긴것

갑자기 2차 코로나의 여파로 일주일 이상 본의 아니게 자가격리를 하고 있다. 딱히 약속도, 갈데도, 출근할 곳도 없어서 그냥 집에 존재하고 있다.

오랜만에 문득 락페스티벌 생각이 나서 유튜브로 락페스티벌 영상들을 찾아봤다.

글래스톤베리, 코첼라, 후지록, 콜드플레이, 라디오헤드, 킬러스...

코로나로 전세계 모든 페스티벌들이 다 취소되면서 예전의 공연 실황들을 유튜브에 올려놓거나 스트리밍 해주는 곳이 많아졌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광경과 마스크를 안쓴 장면이 굉장히 이질적이면서도 엄청 오랜만에 느껴보는 향수같이 다가왔다. 그러고 보니 신청곡이나 공연실황을 틀어주던 LP바들도 코로나 때문에 안간지 오래라 더 그렇게 느껴졌나보다. 예전엔 원래 너무 일상적이고 당연한 일이었는데, 그리고 사실 언제든 내가 돈주면 보러 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서 저런 영상을 봤을때 딱히 감동적이지도 않았었다.


오히려 퇴사를 하고 이런 공연과 전시회 영상들을 더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동안 일 관련이 아니면 굳이 찾아서 보지는 않았었는데, 생각해보니 사실 나는 원래 이런걸 좋아해서 이 업계로 들어왔던 사람이었다. 허름한 방 하나 잡고 동아리 선후배들과 삼일 내내 락페를 즐기던, 리허설 튜닝 소리에 잠깨고, 헤드라이너에 열광하며 맥주와 함께 잠들던 예전의 뜨거웠던 어느 때가 떠올랐다.


내가 어디로 가고있는지 방향을 다시 찾고싶어서 잠깐 쉬기로 결정을 내렸다. 확실히 쉬니까 좀더 나라는 사람이 분명하게 보이는 것 같다. 그동안 일상에서 잊고 있었던 내 감정과 취향들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다시 돌아온 느낌이다. 공연과 전시, 그과 음악을 좋아하는 최인아로 돌아온 느낌.


코로나로 인해 많은것이 디지털화되며 언택트가 대세가 되었다. 혹자는 앞으로 코로나 이전의 삶으로는 돌아갈 수 없을거라고도 한다. 그러나, 진짜 음악과 그림을 '실제로' 마주했을 때 느끼는 그 벅찬 느낌은 결국 디지털이 대체 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디지털이 줄 수 없는 문화적 갈증에 메말라가고 있다.

예전과 똑같지는 않을지라도 언젠가는 이 쟁은 끝날것이고, 그때 사람들은 분명 나와 같이 이 목마름을 해소하고 싶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형형색색의 깃발을 들고 수만명의 사람들이 같은 음악을 떼창하는 장면에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은 비단 나 뿐이 아닐 것이다. 그 현장의 두근두근한 감동이 그 어느때보다도 간절하다.


겨울이 지나고 다시 봄이 오면 가슴을 뜨겁게 하는 '진짜' 공연을, 전시를 만나기를 바란다.

그래서 기왕이면 내 일자리도 좀 났으면 좋겠다.

결국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되나보다.

어서 좋은 계절이 와서 다시 솔잎이 많이 자라나기를

그 계절이 오기 전에 너무 많은 소나무들이 뿌리째 뽑히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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