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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최재훈 Mar 29. 2018

초능력으로도 못이기는 오롯한 재난,  <염력>

최재훈의 씨니컬(Cine_Col:Cinema Column)

진짜 능력을 가진 사람은 처음부터 이기도록 태어난 사람들

연상호 감독의 <염력>에 등장하는 홍상무의 대사다. 세상 해맑은 표정으로 남의 손을 빌어 때리고, 부수고, 협박하는 그 순간에도 말간 미소를 잃지 않는 홍상무. 형식적으로 고개를 조아리지만, 단 한 번도 진짜 벌을 받은 적이 없는 맑은 표정의 악당들과 홍상무의 천진한 오만함이 겹쳐 보인다. 우리는 홍상무의 표정을 한, 그들이 말간 미소를 지으며 교도소에서 빠져나오는 것을 이미 익숙할 만큼 자주 보아왔다. 

영화 속에서 초능력은 아비에게 주어졌지만, 영화 속에서 누구도 이길 수 없는 권력을 가진 것은 홍상무이다. 폭력을 행사하고, 여론을 조작하고, 공권력의 힘을 비틀어 사용하는 것이 당연한 사람이다. 그는 어느 순간에도 벌 받지 않는다. 애초에 이기도록 태어난 사람, 뒤늦게 초능력을 가져도 절대 이길 수 없는 사람이다. 

여기에 계속 변질되기만 할 뿐, 한 번도 온전하지 못했던 우리 사회, 오늘도 안녕하지 못한 우리의 모습이 힘없이 겹친다. 그런 점에서 <염력>은 초능력으로도 구하지 못한 서민들의 삶과 한국이라는 사회적 지형도에 대한 씁쓸한 코미디 그 자체가 된다. 비로소 소름 돋는 진짜 공포는 그 자각과 함께 영화가 끝나는 순간, 시작된다.


칼럼 전문 : 아래



https://blog.naver.com/i_sfac/22123829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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