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가출

보고 싶은 엄마

by 최일출

아버지가 술을 마시면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마치 무슨 일이 터질 것 같아 모두가 예민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엄마가 일을 끝내고 빨리 돌아오길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사실 엄마가 온다 해도 달라질 건 전혀 없었다. 어떤 때는 엄마가 아버지와 싸우는 바람에 집 안이 더 난장판이 되었다. 그래도 집 안에 의지할 만한 어른이 있다는 것이 우리에게는 큰 힘이 되었다.


나는 다른 친구들도 우리와 똑같은 생활을 하는 줄 알았다. 아버지라는 존재는 원래가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술은 사람을 괴물로 만든다고 생각했다. 다른 친구들도 아버지가 술을 많이 마시고 자녀들을 괴롭히는 줄 알았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나와는 다른 것 같았다. 물론 다른 가정도 나름의 어려움이 있겠지만, 우리 집처럼 가족들이 아버지의 괴롭힘을 받는 가정은 별로 없었을 것이다.


초등학생이 되자, 아버지의 술주정은 갈수록 심해졌다.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를 견디다 못해 결국 집을 나가셨다. 아버지로부터 우리를 지켜줄 유일한 어른이 사라진 것이다. 엄마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었었는데, 이제 그런 엄마도 없다.

어린 나는 엄마가 어디를 가셨는지 알지 못했을뿐더러, 집에 들어오지 않는 이유도 알지 못했다. 나는 무엇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너무 괴롭고 답답했다.

하루는 답답한 마음에 누나에게 물었다.


“누나, 엄마 언제 와?”

“엄마 일하러 가셨어. 금방 오실 거야.”


사실은 누나도 잘 모르는 것 같았다. 엄마가 누나에게 일하러 간다고 말한 것은 맞는 것 같지만, 언제 돌아올 것이라는 얘기는 하지 않았던 것 같았다. 어린 시절에는 전화도 없었고, 따로 연락할 수단이 없어서 누나와 나는 그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에게 물어보면 확실히 들을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물어볼 용기가 없었다. 물어봤자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없을 것 같았다.

불행 중 다행일까, 고통스러운 날들이 며칠이나 지났는지 모를 무렵, 엄마는 집으로 다시 돌아오셨다. 엄마는 내 머리를 만지시며 “벌써 머리가 이렇게 덥수룩하게 자랐니?”라며 물으셨다.

다시 집으로 돌아오신 이유를 한참이나 지나서 엄마에게 들었다. 그 이유는 아버지가 제발 다시 와달라고 몇 번이나 빌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어쨌든 나는 엄마가 다시 돌아오셨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했다.

‘아, 이제는 바깥세상보다 집이 더 편해질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