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손성훈입니다.

by 최일출

당분간 학교를 나가지 않았다. 엄마는 아버지가 학교로 찾아갈지도 모르니 잠시 학교를 쉬라고 했다. 알고 보니 엄마는 직장도 옮기셨다. 아빠가 엄마의 직장에 찾아와 해코지할까 봐 미리 손을 썼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말하기를 급여는 줄었지만, 아버지로 인해 입게 될 잠재적인 피해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으니 오히려 스트레스는 줄었다고 했다.


그렇게 지내던 어느 날 새벽, 벨 소리가 울렸다. 엄마는 전화를 받자마자 깜짝 놀라셨다.


“네..?? 뭐라고요..??”


엄마의 다급한 소리에 나도 일어났다. 그리고는 직감했다. 아버지에게 안 좋은 일이 일어났음을. 나는 그 직감이 틀리길 바랐다. 엄마는 나를 데리고 서둘러서 병원으로 갔다. 누나는 아직도 입원 중이었기에 엄마와 둘만 갔다.

택시를 잡아타고 이동 중에 엄마가 담담히 말했다. 아버지가 교통사고가 났다고 했다. 교통사고라고는 말했지만 얼마나 다치셨는지 어떤 상황인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나는 엄마에게 아무것도 물어보지 않았다. 안 물어봐도 큰 사고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내가 감당하지 못하는 일일 것 같아 물어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병원에 도착하자 엄마는 병실로 가는 것이 아니라 낯선 곳으로 나를 데려갔다. 시체 안치실이었다. 나는 덜컥 겁이 났다.


아버지를 찾고 있으니 어떤 직원분이 오셔서 우리를 안내했다. 안치실 모퉁이를 돌아가니 시체 몇 구가 놓여 있었다. 직원분은 말없이 손짓으로 한 시체를 가리켰다. 시체 앞에는 아버지 이름이 쓰여있었다. 나는 엄마에게 꼭 붙어 섰다. 엄마는 시체 앞에서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나는 엄마가 시체를 들추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았다. 아버지였다. 엄마는 고개를 돌렸다. 안치실 바닥에 엄마의 눈물이 떨어졌다.

아버지의 시체는 하얗고 깨끗했다. 보통 교통사고가 나면 시체를 알아보기 힘든 경우가 많다고 한다. 차가 부서지면서 또는 전복되면서 시체도 차와 같이 훼손된다는 것이었다. 다행히 아빠의 시체는 깨끗하게 보존되어 있었다. 그렇게 괄괄하고 무서운 아버지가 싸늘한 몸으로 누워있었다. 축 늘어져서 핏기도 없이 아버지가 누워 있었다. 술이 취해 우리를 다그치던 아버지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상을 치르는 3일 동안 엄마는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그냥 계속해서 울고만 있었다. 눈물을 얼마나 흘렸는지 피눈물이 나올 지경이었다. 장례를 치른 후에는 시름시름 앓았다. 혼자서 갑자기 울다가 알 수 없는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잠도 잘 못 자는 것 같았다.


영화 같은 일들이 한 번에 일어났다. 나는 이 모든 일이 전혀 실감이 나지 않았다. 너무 어렸을 때라서 그런지, 아니면 충격이 너무 커서 그런지 아버지의 시체를 직접 확인까지 했지만,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현실이라고 도저히 믿을 수가 없을 정도였다.

그렇게 아버지는 돌아가셨다. 너무나 미웠던 아버지. 끝까지 우리를 괴롭혔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아버지는 이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아버지에 대한 나의 감정은 복잡했다. 알코올 중독으로 거의 매일 술을 마셨고, 그로 인해 우리 가정을 갈라놓은 장본인이었지만, 막상 아버지가 돌아가시니 측은한 마음이 밀려왔다. 아버지가 술독에 빠진 것도 이유가 있었을 것이고, 아버지가 자리 잡지 못하고 방황하는 것도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아버지의 인생 또한 행복한 삶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리고 아무리 아버지가 밉다 하더라도 어렸을 때의 좋은 기억이 어렴풋이 남아있었기에 아버지를 떠나보내는 것이 쉽지가 않았다.


‘아버지의 죽음과 함께 나의 악몽도 끝이 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