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가 집을 나갔다

손성훈입니다

by 최일출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 우리 집안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누나는 20살이 되자 집을 나갔다. 말이 가출이지 사실은 독립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올바른 표현인 것 같다. 갑작스러운 누나의 가출에 나는 충격을 많이 받았다. 아무 말도 없이 집을 나간 누나를 한동안 원망했다. 나에게 유일한 힘이 되었고, 나를 살게 했던 누나마저 없다는 현실이 나를 더 힘들게 했다.


엄마의 벌이로는 우리 세 식구가 먹고살기가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누나는 그런 현실을 빨리 인지했던 것 같다. 그래서 이른 독립을 선택했을 것이다. 나는 그런 현실을 파악할 수 있는 나이가 아니었다. 나에게 관심을 주고 사랑을 베풀어 주는 누나의 존재가 사라졌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누나는 가출 후에 고생을 많이 했다.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누나에게 세상은 쉽게 자리를 내어주지 않았다. 누나는 편의점, 커피숍, 식당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버텼다. 힘들고 어려운 일을 마다하지 않으며 닥치는 대로 일하며 그 시간을 견뎌냈다.


누나는 지낼 곳이 마땅치 않아서 여러 거처를 옮겨 다녔다. 초반에는 친구 집에서 머물렀다. 잘 곳을 구하지 못했을 때는 편의점에서 야간 근무를 하며 추위를 피했다. 힘들게 일하면서도 누나는 불평하지 않았다. 잠을 잘 자지는 못하지만, 편의점에서 일하며 돈도 벌고, 바깥에서 떨지 않아도 되니 오히려 다행이라고 했다.

한 번씩 잘 곳이 없을 때는 집에 들어오기도 했다. 집에 들어와도 이전처럼 나에게 따뜻하게 대해주지 않았다. 우리 사이에 벽이 느껴졌다. 나는 누나가 들어와도 거의 말을 걸지 않았다. 나는 사춘기를 거치고 있었고, 누나는 누나대로 힘든 고비를 넘어가고 있었다. 나는 누나가 나를 밀어내고 있다고 생각해서 장시간 삐져있었다.

현실은 누나가 훨씬 힘들었을 텐데 나는 누나의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다. 누나는 그렇게 묵묵히 티 안 내고 열심히 일했다. 싹싹하고 성실하게 일해서 어디서든 인정을 받았다. 누나는 여러 분야에서 일을 했다. 무슨 일이든 최선을 다하는 누나는 직장 선배의 눈에 들어 정식으로 자리를 잡았다. 덕분에 누나의 삶도 조금씩 안정되기 시작했다.


그동안에 누나는 직장 선배네 집에서 얹혀살기도 하고, 동기들과 함께 지내기도 하고, 회사에 있는 임시 숙소 등을 전전하며 살았다. 그러다가 겨우 월 셋방을 하나 구해 독립했다.


누나의 고생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아무런 배경도, 도움도 없이 혼자서 세상을 살아가야 했던 누나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누나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 생각만 했던 것에 너무 미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