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마저 집을 나가자 나는 세상 끝에 혼자 버려진 것 같았다. 삶의 의욕이 사라져서 하고 싶은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극도의 우울함과 슬픔, 무력감이 나를 갉아먹고 있었다. 나는 휘몰아치는 방황의 소용돌이에 몸을 맡겼다. 초등학교 이후로 공부를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누나까지 가출한 뒤에는 공부를 완전히 놓아 버렸다. 나는 그렇게 점점 세상과 담을 쌓아가고 있었다. 내 인생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내가 왜 이런지도 모르고 일상을 소진하고 있었다.
바깥 생활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친구들과는 여전히 잘 놀았다. 하지만 노는 것도 이전처럼 재미있지는 않았다. 그 당시에는 PC방이 유행했는데, 나는 걸핏하면 친구들과 PC방에서 게임을 했다. 그래도 친구들과 노는 시간에는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아서 좋았다. 그렇게라도 시간을 보내지 않으면 미칠 것 같았다.
친구들과 논다고 해서 마음속의 힘들었던 부분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나는 내가 경험하고 있는 현실을 이야기하고 위로받고 싶었지만, 들어줄 사람이 없었다. 내 주위에는 아직 철부지인 어린 친구밖에 없었다.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나도 모르게 우리 집안에 대해 말할 때가 있다. 나는 친구들이 이해할 만한 이야기라고 생각해서 꺼낸 이야기인데,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는 친구들을 보며 괜히 분위기만 망치는 것 같아서 무안했다. 그때, 나는 내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부담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는 점점 더 입을 닫고 살았다. 나의 삶은 점점 더 위축되고 고립되어 갔다.
나중에는 집 밖으로 나가는 것도 싫어졌다. 어떤 날은 학교에도 가지 않았다. 하루 종일 잠에 취해서 음악을 틀어놓고 누워있었다. 마치 마약을 한 것처럼 기운이 없었고 움직이는 게 귀찮았다. 의도치는 않았지만, 나는 그렇게 세상과 담을 쌓아갔다. 세상을 원망하면서 점점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