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손성훈입니다

by 최일출

다음 날, 이른 아침에 누나가 650원을 주며 말했다.

“성훈아, 누나 먼저 병원에 갈 테니까 학교 마치면 버스 타고 누나 있는 곳으로 와.”

나는 학교를 마치고 병원보다는 집을 먼저 들러야겠다고 생각했다. 힘든 수술을 받고 깨어날 누나를 기분 좋게 해주고 싶었다. ‘저금통을 깨서 꽃을 한 송이 사서 갈까?’라는 생각을 하며 집 쪽으로 방향을 트는데, 학교 뒷골목에서 누군가 내 이름을 불렀다. 뒤를 돌아보니 내가 있는 곳으로 승용차가 다가오고 있었다. 차 안에서 이모가 고개를 내밀며 다급하게 말했다.

“얼른 타.”

나는 영문도 모른 채 탔다. 이모가 다시 말했다.

“뒷자리에 안 보이게 완전히 누워. 너희 아빠가 보면 어떻게 할지 모른다.”

나는 긴장이 되어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다. 최대한 침착하려고 애를 쓰며 몸을 누워서 뒷좌석 시트에 완전히 일치시켰다. 그렇게 누운 상태로 누나가 있는 병원으로 갔다.


병원에 도착하니 누나는 수술 중이었다. 병명은 인대파열이라고 했다. 아버지의 칼이 조금만 더 깊게 들어갔다면 동맥이 끊겼을 거라고 했다. 불행 중 다행이었다. 나는 하나님이 누나를 도왔다고 생각했다.

누나가 아버지의 칼에 찔렸다는 소식을 이모가 알렸는지 엄마가 병원으로 왔다. 엄마는 수술 결과를 기다리며 눈물을 쏟았다. 한참을 울고 있는데 의사 선생님이 수술을 끝마치고 나오셨다. 다행히 수술은 잘 되었다고 했다.

우리는 면회시간에 누나가 잠든 모습을 보고 나왔다. 잠든 누나의 모습은 천사 같았다. 나는 누나를 지켜주지 못한 것이 너무나 미안했다. 그러면서도 누나가 크게 다치지 않은 것에 감사했다.


엄마와 나는 면회를 마치고 병원을 나왔다. 점심을 먹는데 엄마가 말했다.


“성훈아, 잘 들어라! 이제부터는 엄마하고 살 거야. 방이 한 칸밖에 없어서 지내는 데 불편할 거야. 괜찮겠니?”


두말하면 잔소리였다. 아버지와 더 이상 같이 지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니 춤이라도 출 것 같았다. 식사 후에는 엄마하고 방을 구하러 다녔다. 엄마는 주위 사람들에게 미리 방을 소개받았다며 몇 군데를 둘러보더니 빠르게 계약을 끝마쳤다. 사실 단칸방이라서 선택을 할 것도 없었다.


우리는 그날로 이사를 끝마쳤다. 아버지 집에는 이전에 사용하던 물건들이 있었지만, 우리는 아버지와 마주치지 않기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기로 했다. 급한 데로 침구류와 베개만 새로 샀다. 방이 한 칸밖에 없어서 불편하기는 했지만, 더 이상 아버지의 눈치를 살피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마음은 가벼웠다.


그날 밤, 나는 오랜만에 깊은 잠을 잤다. 며칠 동안 엄마와 살면서 ‘행복하다’라는 생각을 했다. 아버지의 술과 괴롭힘이 없으니 더 이상 걱정할 게 없었다. 세상은 살만했다.


누나는 한참 동안 입원을 했다. 손에 붕대를 감아 한동안 손을 잘 쓰지는 못했지만, 수술부위를 잘 관리해 주면 다시 회복될 것이라고 했다. 아버지의 위협이 없어서 그런지 누나의 표정도 밝아보였다. 두가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는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