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성적표가 학교에 도착했다. 성훈이의 수능점수는 첫 번째 수능보다는 좋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괜찮은 점수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많은 학생들이 당당하게 재수를 시작한다. ‘이번 시험에서는 실수를 많이 했다. 시험 운이 좋지 않았다. 수능 당일에 컨디션이 안 좋았다’라고 말하며 재수를 하면 성적이 잘 나올 것이라고 확신한다.
안타깝게도 재수생들의 점수는 재학생일 때에 비해서 크게 오르지 않는다. 당연히 열심히 공부할 것이라 가정하고 재수를 시작하겠지만, 막상 재수를 선택하더라도 재학생일 때와 비교해서 학습량을 현저하게 늘리기는 어렵다. 이는 자연계를 지배하고 있는 '관성의 법칙'을 끌어들이지 않더라도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또 한 가지, 재수생들이 고려할 점이 있다. 바로 수능 원서를 작성할 때도 재학생들과 입장이 다르다는 것이다. 재학생들이야 진학에 욕심을 낸다면 재수를 각오하며 상위권 대학을 지원할 수도 있겠지만, 재수생들은 그런 모험을 하기가 어렵다. 또다시 실패하게 되면 3수를 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기에 대학 지원을 최대한 안정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따라서 재학생 때, 자신의 점수보다 훨씬 더 높은 점수를 받지 않는다면, 상향으로 대학을 지원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그렇게 꿈과 현실과의 괴리로 인해 재수가 삼수가 되고, 어떤 경우에는 N 수를 하는 학생들도 있다. 장수를 해서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기라도 하면 다행인데, 세상의 거친 풍파에 지쳐 꿈과 희망을 포기하는 학생을 보면 마음이 씁쓸하다.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 인생의 전부가 아닌데, 대학의 문턱에서 쓰러져서 일어나지 못하는 아이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만 든다.
그래도 성훈이의 수능점수는 국어, 수학, 탐구를 더한 백분위 점수가 처음 수능을 쳤을 때의 94.5에서 131.5까지 올랐다. 자연반에서 가장 중요한 과목인 수학에서도 등급이 조금은 올랐다. 소기의 성과를 내었다고도 볼 수 있을지 모르나, 그렇다고 해서 성훈이가 원하는 부산대학에 지원하기에는 어림도 없는 점수이다. 냉정하게 말해서 창원대학도 합격하기 어려운 점수이다.
‘과연 성훈이는 어떤 결정을 할까? 4수를 하겠다고 계속 고집하면 나는 무슨 말을 해줘야 할까? 성훈이를 위로해야 할까? 아니면 현실을 냉정하게 말해줘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