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학급을 운영할 때, 내가 하지 못하는 것이나 할 수 없는 것은 웬만해서 아이들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나도 하지 못하는 일을 아이들에게 강요하는 것은 권위가 서지 않고, 말의 힘도 떨어진다.
오래전 일이긴 한데, 한 번은 우리 반 아이들을 자극하기 위해, 그리고 학생들의 학습량을 늘이기 위해, 공부의 신이라 불리는 강성태 씨의 16시간 공부법을 시청한 적이 있다. 16시간 공부법이란 말 그대로,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 책상에 앉아 16시간 동안 공부하는 것을 말한다.
영상을 보고 난 후에, 학생들에게 감상을 물어보니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비효율적이다. 너무 미련한 방법이다. 공부 루틴이 깨질 것 같다. 16시간 공부한 뒤에는 맹탕 놀 것 같다.”와 같은 부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나는 아이들을 설득했다. “우리 반 학생들이 공부에 대해 도전정신을 갖고, 각자의 한계를 뛰어넘었으면 좋겠다. 16시간 공부한 뒤에는 놀아도 된다. 16시간 공부를 해내는 것만으로도 여러분은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이 생길 것이다. 잘 알고 있겠지만 어떤 일이든지 간절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 이 방법이 최선은 아니겠지만 한 번 도전해 볼 만한 공부법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생각하니?”
그러자 누군가가 “선생님도 같이 하시나요?”라고 물었다. 순간 마음이 흔들렸다. 아이들에게는 16시간 동안 공부를 하라고 해 놓고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제대로 된 교사의 역할이 아닌 것 같았다. 그러면서도 '16시간 동안 어떻게 책상에 앉아 있지?'라는 걱정이 밀려웠다. 하지만 내가 말해놓고서는 혼자 살자고 도망갈 수도 없었다. 나는 호기롭게 말했다. “물론 선생님도 도전해 볼게. 선생님도 그 시간에 수업을 준비하고, 시험문제도 출제하고, 독서도 하면서 16시간을 너희들과 함께 보낼게. 공부한 시간을 타이머로 맞춰놓고 16시간 동안 공부한 뒤에 사진으로 찍어서 반 톡에 공유하기다.”
그렇게 학생들과 함께 16시간 공부하기를 실천한 적이 있다. 그 한 번의 도전만으로 학생들의 학습 습관이나 학습량이 눈에 띄게 바뀌지는 않겠지만, 몇몇 학생들에게는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학생들의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해야 한다. 새로운 도전에 맞서 아이들에게 말로만 설득해서는 안된다.
‘여기 좋은 방법이 있으니, 한 번 실천해 봐라.’라고 말만 하는 행위는 아이들의 반감만 불러일으킬 뿐이다.
내가 이 이야기를 길게 한 이유는 ‘성훈이 혼자서 성공해 내지는 못할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그리고 성훈이에게는 10년 간 공부에 투자하라고 권했지만, 정작 나는 아무것도 안 한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
게다가 성훈이에게 동기부여는 확실히 시킨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심했던 것들이 점점 흐릿해지고, 공부에 대한 열정도 식을 것 같았다. 그러면서 ‘성훈이에게 용기를 불어넣기 위해서 나 또한 무엇인가 노력하는 것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성훈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성훈아, 저번에 선생님이 얘기했던 것 있잖아. 어떻게 하기로 했니?”
“네, 선생님. 한번 해 보려고요.”
“좋은 생각이네. 그런데 성훈아, 선생님이 생각해 봤는데, 너 혼자 맡겨두면 중간에 또 포기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아닙니다. 선생님, 이번에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끝까지 해 볼 작정이에요.”
“그래. 일단, 너의 그 결심은 높게 산다. 그래도 군에 갔다 오고, 시간이 지나면 지금의 결심이 느슨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하는 말인데, ‘너에게 서로 격려하며 함께 일을 진행해 나갈 사람을 붙여주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어.”
성훈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누구를 붙여주실 건데요?”
“나”
“예? 선생님이 무슨 공부를 해요?”
“선생님은 공부 대신 다른 걸 하면 되지. 그러니까 네가 10년 동안 공부를 할 때, 선생님도 은퇴 후의 삶을 준비하려고. 첫 번째 책을 출간한 다음에 곧바로 다른 책을 써야지 하는 생각을 했는데, 생각같이 몸이 안 움직이더라. 그냥 계속 쉬고 싶더라고. 책 쓰는 게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거든. 일단 시작하면, 또 몇 년을 붙잡고 있어야 할지 모르잖아.
그래서 하는 말인데, 네가 공부하는 10년 동안에 선생님도 책을 써 보려고. 네 목표가 서울시립대학이니까 선생님도 일정을 빡빡하게 잡아야겠지. 2년에 한 권 정도는 출판에 도전해 보려고. 그러니까 10년이 지나면, 5권의 책을 출판할 수 있을 것 같아. 나는 책을 쓰고 너는 공부를 하고. 그 과정에서 너와 정기적으로 연락하는 거지. 가끔, 카톡으로 진행 과정을 서로 얘기하고, 6개월에 한 번 정도는 만나서 일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물어보는 거지. 그렇게 서로 용기를 주면서 일을 진행해 나가는 협력 파트너가 되면 어떨까?”
“선생님, 어떻게 그런 생각을…”
“그럼, 하는 거지?”
“당연하죠, 선생님”
“또 있다.”
“뭐죠?”
“5권 중 1권은 네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책을 쓸 거야.”
“안 됩니다. 선생님! 그러면 책이 망합니다.”
“하하. 그럴 일은 없을 거다. 네 책의 마지막은 이렇게 끝날 테니까.”
“어떻게요?”
“그해 겨울, 성훈이는 서울시립대학에 합격했다.”
“와! 좋은데요.”
“그러니까, 네가 잘해야 한다. 책 맨 뒷부분에 ‘성훈이는 열심히 공부했지만, 결국 시립대에 불합격했다’라고 쓸 수는 없잖아.”
“예, 알겠습니다. 선생님! 서울 시립대에 반드시 합격하겠습니다. 책의 해피엔딩을 위해서라도 기필코 합격하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 더.
“또 있습니까?”
“앞으로 10년 동안 밥은 내가 계속 산다.”
“그럼, 10년 후에는 제가 사겠습니다.”
“그래라.”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선생님께서 진심으로 저를 대해주셔서, 제가 용기를 내서 다시 공부에 도전할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래, 우리 열심히 한번 해 보자. 선생님 책에서만 주인공이 될 것이 아니라, 네 인생에서도 주인공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