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삶은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완전히 바뀌었어요.
그전에도 책 읽기를 사랑했고, 나름 취미도 '독서'라고 자신 있게 말하고 다녔어요.
그냥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눈으로만' 읽고서 자랑스럽게 이 책을 읽었다고 했었어요.
"나 이런 책도 읽는 사람이야."
주변의 인정을 받고 싶었어요.
하지만 그 책을 읽고 함께 이야기할 사람이 주변에는 없었어요.
그저 먹고 마시고 즐기는 것이 남는 거라고, 최선이라고 저부터도 생각했으니 주변엔 그런 사람들로 넘쳐났어요.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다니면서 인기 좋은 제가 자랑스럽게 여겨진 적도 있었어요.
괜히 혼자인 시간에는 남들이 저를 안 불러주면 어떡하나 불안에 휩싸이기도 했어요.
그런 제가 "쓰는" 사람이 되면서 주변 사람들이 바뀌었어요.
물론 20년 전에 이 직장에 들어왔을 때부터 곁에 있는 사람들은 변한 게 없었어요.
매년 새로 들어온 후배들이야 이제 저랑 대화 한 번 못 하고 헤어질 때가 부지기수였어요.
직장에도 예전부터 "독서 모임"이 존재했어요.
책을 읽고 토론하는 사람들이 저로서는 범접할 수 없는 높은 곳에 있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저와는 어울릴 수조차 없는 고귀한 사람이라고,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만 여기면서 그런 사람들을 그저 바라보기만 했었어요.
하지만 글을 읽고 쓰면서, 책을 읽고 토론하는 것이 우리가 숨을 쉬는 것만큼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 사람들이 대단한 것이 아니라, 읽고 쓸 줄 몰랐던 제가 그 사람들을 대단하게 평가했던 것이었어요.
이제 제 주변엔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사람만이 존재해요.
함께 가고자 하는 목표를 공유하고, 불안과 귀찮음에 동조하면서 포기하지 않도록 서로 위로해요.
"할 수 있어요."라고 용기의 말을 건네고, "해냈군요!" 하며 진심 어린 축하의 말을 전해요.
인간관계가 편협해지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밀도가 높아지고, 더 깊이 농축되고 있어요.
함께하는 것도 즐겁지만, 각자의 시간 또한 존중해요.
예전의 저 같았으면 "무조건 같이 해야지! 혼자 빠져나가다니!" 하며 실망의 눈초리를 보냈을 일이었어요.
지금 제 주변은 저를 기쁘게 해 주고,
저에게 용기를 주며,
저의 비전을 공유할 수 있고,
저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어요.
그 덕분에 저는 너무 행복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