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미소년 나르키소스는 많은 청년과 소녀들의 애간장을 녹이지만, 강한 자존심은 그 누구도 허락하지 않아요. 그중에는 숲의 님페 에코도 있었어요. 그녀의 수다를 듣다가 제우스의 불륜 현장을 놓친 헤라는 그녀의 입을 막아버리고, 그녀가 사람들의 뒷말만 따라 말할 수 있는 저주를 내렸어요. 그런 그녀가 사냥을 하던 나르키소스에게 사랑에 빠지지만, 그는 매정하게 그녀를 뿌리쳐요.
며칠이 지나 사냥을 하던 나르키소스는 더위를 식히고자 샘물에 몸을 숙였어요. 그 순간 물에 비친 형상을 보고 아름다운 자기 모습에 넋을 잃고 꼼짝하지 못해요. 조각 같은 자기 자신의 모습을 정신없이 바라보며 자신을 사랑하게 돼요.
그는 연인을 갈망하듯 물속에 비친 자신에게 수없이 입을 맞추고, 자기 자신을 껴안고자 두 손을 담그지만 그럴 때마다 물속의 형상은 흐려져 버려요. 그는 실체가 없는 대상을 사랑하며, 자신을 피하는 거짓 실체에 비참함을 느끼게 돼요. 나르키소스는 눈물이 한 방울만 떨어져도 사라지는 자신의 형상에 애가 타고, 자신의 그림자에게 제발 자신의 눈앞에서 도망치지 말고, 자신의 슬픈 망상을 보듬어 달라고 울부짖어요.
- 그리스신화 <변신 이야기> 중에서 -
수연은 성진과 결혼하기 전, 그녀에게 자존심을 세우는 성진의 성격을 고치려고 자신의 집 밀실에 스스로 갇혀요. 성진은 수연의 배경을 등에 업고 유망한 지휘자로 인정받지만, 자신의 가난했던 어린 시절과 부자들의 취향과 물욕에 지쳐가고 있을 때쯤, 약혼녀 수연이 사라지게 돼요. 그리고 그 빈자리에 들어온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미주에게 끌리게 돼요.
예고편만 보면 성진과 수연의 이야기라고 생각되지만, 막상 이야기는 수연과 미주에 대한 이야기예요.
집에 돈이 많아 사랑도 돈으로 사려 했던 수연. 자신의 인생에 쓸모없다 여기면 과감히 사랑하는 사람도 헌신 버리듯 버리는 수연. 자신의 의지라고는 전혀 없이 남이 시키는 대로 자신의 인생을 살았던 미주. 버림받은 사랑에게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상처를 주려 했던 미주.
갇힌 수연이 특수 제작된 거울을 통해 성진과 미주를 바라보면서 그녀는 자신이 지금까지 했던 행동들에 대해 자책하고 반성했을까? 자신이 상처 준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게 되었을까? 자신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 사람이 생각지도 못하는 행동을 눈앞에서 저지르는 것을 보고 그 사람을 이해하게 되었을까? 아니면 차라리 몰랐으면 더 좋았을 거라고 자기를 비웃었을까?
히든 페이스의 유리창과 나르키소스가 바라본 맑은 샘물이 같은 역할을 하는 듯해요. 나르키소스는 갖지 못하는 자신을 사랑하게 되면서 상처를 입고 에코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알게 되었을지 모르겠어요.
수연도 자기 집에 갇힌 채 다른 사람의 욕망을 바라보며 자신을 돌아보며 그렇게 살지 않겠다고 다짐했을까? 영화를 직접 보며 확인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