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의 마지막 날이라는 생각이 들자, 오늘의 글은 왠지 더 의미 있어야 할 것 같았다. 지난 1년을 돌아보거나 다가올 해를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말해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할수록 아무 말도 쉽게 시작되지 않았다.
사실 오늘은 내가 살아갈 수많은 날들 중 하나일 뿐이다. 달력이 만들어낸 마지막 날이고, 숫자가 붙은 하루다. 숫자를 지우고 나면 오늘은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은, 시간이 지나면 희미해질 하루다.
그럼에도 마지막 날에 글을 쓰는 이유는 분명하다. 수많은 그저 그런 날들 속에서 오늘을 잠시 멈춰 세우고 싶어서다.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살아가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묻기 위해서다.
나는 2025년을 계획으로 살지 않았다. 다만 매일 읽고 쓰는 일을 멈추지 않겠다는 태도 하나로 이 해를 건너왔다. 지금 살고 있는 곳에서 멀리 떨어진 프라하의 어느 동네를 마음속에 두고, 그곳에서처럼 조용히 읽고 쓰는 삶을 살겠다고 다짐하며 해를 시작했다.
그 태도는 생각보다 단단했다. 1권의 전자책과 몇 개의 마라톤 완주 메달, 그리고 365개가 넘는 기록이 남았다. 기록이 쌓이자 기회가 찾아왔고,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를 전하는 자리까지 이어졌다. 도전과 실패가 겹겹이 쌓이며, 2025년은 하나의 결을 가진 시간으로 남았다.
매일 글을 쓴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사람들은 종종 묻는다. 그렇게 바쁜데 대체 언제 쓰느냐고. 하지만 쓰는 일은 더 이상 특별한 결심이 아니었다. 어느새 식사나 양치처럼,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하루의 일부가 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2026년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말하려 했다. 하지만 결국 남는 다짐은 하나였다. 내년에도 읽고 쓰는 삶을 이어가겠다는 것. 그 외의 일들은 아직 알 수 없고, 그래서 오히려 설렌다. 불투명함이 천천히 투명해지는 그 과정까지도 나의 삶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오늘은 어제와 다르지 않은 하루로 흘러갈 것이다. 일을 마무리하고, 자리를 정리하고,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는 평범한 하루. 하지만 그 평범함 속에서 나는 여전히 나의 방향을 향해 걷고 있다. 그저 그런 하루를 살아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