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내게 물었다.
“왜 신화를 주제로 이런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되셨어요?”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사실 어릴 때부터 신화 같은 옛날이야기를 좋아했어요.
그러다 3년 전부터 그리스 신화를 다시 읽기 시작했죠.
읽다 보니 이 재미있는 걸 나만 알고 있는 게 아깝더라고요.
신화를 읽어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막상 그 방대한 양에 놀라 시작을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신화를 조금 더 쉽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된 것 같아요.”
말을 마치고 나서야 나는 스스로에게 놀랐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며 살고 있었구나.
나는 오랫동안
내 삶 하나 건사하기에도 벅찬 사람이었다.
하루하루를 버티듯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힘에 부쳤다.
그런 내가 어느새
‘나 말고 다른 사람’을 생각하고 있었다.
책을 읽고 글을 쓰기 전에는
내가 이런 질문을 품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나는 그저 묵묵히 책을 찾아 읽었다.
그리고 읽은 것들을 잊지 않기 위해
떠오른 생각들을 글로 적어 내려갔다.
그 시간이 쌓이고 또 쌓이자
어느 순간 내가 가는 길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터널 속에서 허우적대던 나를
밖으로 끌어올려 준 것도 결국 책이었다.
처음에는 막연한 믿음이었다.
어쩌면 이 책이 나를 구해 줄지도 모른다고.
하지만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나는 내가 얼마나 아무것도 모른 채 살아왔는지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쉽게 속고, 잘못된 선택을 하고,
삶이 자꾸만 엉켜버렸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어느 날 갑자기 구원의 빛이 나타난 것은 아니다.
어쩌면 그 빛은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을 것이다.
다만 내가 그것을 빛이라고 알아보지 못했을 뿐이다.
당장의 변화가 보이지 않아도
길이 또렷하게 드러나지 않아도
나는 계속 걸어갈 수밖에 없었다.
책이 내가 붙잡을 수 있는 마지막 동아줄이라는 사실만은
분명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
책이 나를 구해준 것이 아니라
책을 붙잡고 있던 시간이
나를 조금씩 바꾸고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이제 나는 믿는다.
끝까지 그 끈을 놓지 않는 사람에게
책은 언젠가 반드시
자신이 가야 할 길을 보여준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