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을 넘게 살아오면서
나는 나를 건강하고 씩씩한 사람이라고 믿어왔다.
이 정도 풍채를 가졌으니
몸 하나는 웬만해선 끄떡없을 거라고
스스로를 과신해왔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요 며칠,
아프다 괜찮아지기를 반복하다 보니
나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건강에 취약한 사람은 아닐까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8년 전, 승진시험을 준비하던 시절에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거의 한 달 가까이 병명조차 찾지 못한 채
여러 병원을 전전했다.
먹을 때마다 토하고,
배는 쿡쿡 찌르듯 아팠지만
어느 곳 하나
명확한 원인을 짚어주지 못했다.
그런데 시험이 끝나자
거짓말처럼 증상은 사라졌다.
마음이 몸을 이렇게까지 흔들 수 있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실감했다.
6살, 7살 아이를 키우며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하던 수험생의 생활은
내가 인식했던 것보다
훨씬 큰 부담이었나 보다.
그 시절의 나는
버틴다고 믿었지만
사실은 조금씩 소모되고 있었던 셈이다.
그 일을 겪은 뒤로
가능한 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
나름대로 애써왔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피하겠다는 다짐은
언제나 마음처럼 쉽지 않았다.
상당한 신경을 요구하는 업무라는 걸 알면서도
올해 1월, 그 일을 맡게 되었다.
내 손으로 무언가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어렵지만 묘하게 재미도 느껴졌다.
그래서 이번에도
잘 버텨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몸은
그리 단순하지 않았다.
40여 일이 지났을 뿐인데
몸은 분명한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급체를 하기도 하고,
창자가 꼬이는 것처럼 아프기도 했으며
감기는 아닌데 식은땀이 흐르고
몸이 으슬으슬 떨렸다.
증상이 오래 가지 않는다는 이유로
병원을 찾지 않았다.
지난번처럼
뚜렷한 답을 듣지 못할 것 같다는
막연한 체념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배가 아픈데
무언가를 먹으면 더 아픈
이상한 상태가 이틀째 이어지고 있다.
어제는 결국 하던 일을 내려놓고
밤 9시에 퇴근했다.
혹시
지금의 나는
쉼이 필요한 상태였던 걸까.
다행히 오늘 아침,
뱃속은 조금은 평안하다.
완전히 괜찮아졌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그래도 병원을 가야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나는 전문가도 아니면서
스스로를 진단하며 버틸 이유가 없다.
아직 2월이다.
앞으로 10개월을 더 잘 지나가기 위해서는
예전과는 다른 방식이 필요할 것 같다.
무식하게 덤비는 대신
몸과 마음이 함께 버틸 수 있는
조화로운 방법을 찾아보고 싶다.
아직 그 답을 찾지는 못했지만
이번에는
나를 소모하는 선택이 아니라
나를 지키는 방향을
조심스럽게 택해보려 한다.
정답은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내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지 않기로 한 것,
그것만으로도
이번 변화는
충분히 의미가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