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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iel Bleu Jan 26. 2018

*2-2. 거리에서 만나는 파리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왈라스 분수>

거리의 분수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상징?



세익스피어 책방 앞에 있는 왈라스 분수


이렇게 예쁜데 물도 마실 수 있다니.


파리 시내를 걷다 보면 녹색의 연륜이 있어 보이는 분수대가 심심치 않게 보인다. 이 분수대를 처음 봤을 때, 나는 그저 길 가의 장식용 분수인 줄 알았다. 그런데 사람들이 분수에서 물을 받아 마시는 것을 보고는 이 분수가 궁금해졌다. 

장식용이 아니라 실제로 식수를 공급하는 분수대란 말인가? 어찌 보면 낡아 보이기도 하면서 무방비 상태로 놓인 듯 보여 거기서 물을 받아 마신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파리 시가 관리하는 식수 제공용 분수라는 것을 알고는 연륜은 좀 있어 보이지만 공공시설을 깨끗하게 관리하는 것은 물론이고 주변 환경과 어울리게 만들어 놓은 파리 시민들의 여유와 미적 감각에 다시 한번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왈라스 분수(Wallace Fountain)’라고 부르는 이 분수들이 파리에 등장한 데는 어려웠던 시절의 이야기가 있었다.

사연인 즉, 19세기 말 프랑스는 프러시아 전쟁을 치른 뒤라 많은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특히 파리에서는 물 값이 너무 비싸서 가난한 이들은 차라리 술을 사 마시는 편이 낫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이 알코올 중독의 위험에 처했다. 

그즈음 프랑스에 살던 영국인 왈라스(Wallace) 경은 아버지로부터 불로뉴 숲에 있는 바가텔 성(https://brunch.co.kr/@cielbleu/50 참조)을 비롯해 많은 재산을 물려받았다. 그는 물 때문에 힘들어하는 파리 시민들에게 마실 물을 공급하고자 자기 재산을 들여 파리 시내 곳곳에 식수가 흘러나오는 분수를 기증하기로 했다. 

그 당시 재력 있는 부르주아 사이에는 어려운 사회를 위해 박애 정신을 발휘하는 것을 큰 명예로 생각하는 풍조가 형성되어 있었는데, 왈라스 경도 이에 동참한 것이다. 

물론 이런 공헌으로 왈라스 경은 프랑스에서 가장 명예로운 레지옹 도뇌르 훈장(Legion d'Honneur)을 받았으며, 이 분수는 오늘날 파리의 상징 중 하나가 되었다. 


분수의 물을 마시는 시민들

왈라스 분수에서는 지금도 깨끗한 물이 흘러나온다. 오늘날 파리 시민 중에 식수난을 겪는 사람은 없지만, 갈 곳 없는 노숙자들에게는 이 분수는 아주 중요한 수원이다. 그러니 가난한 자들에게 식수를 제공한다는 왈라스 경의 뜻은 21세기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그뿐 아니라 가난 여부를 떠나 목마른 사람 누구나 분수대에서 시원한 물을 받아 마실 수 있으니, 왈라스 경은 자신이 처음 뜻한 바 그 이상을 이루었다고 하겠다. 왈라스 분수는 좋은 마음을 먹고 하는 일은 언제나 그 몇 배로 커져서 돌아온다는 부메랑 법칙이 적용된 좋은 예다.





왈라스 분수는 네 가지 형태가 있는데, 모두 왈라스 경이 직접 디자인을 골랐다고 한다.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형태는 앞에서 본 네 여신이 기둥을 받치고 있는 모습이다. 파리에는 이런 모양 분수 67개가 설치되어 있다. 물론 나머지 세 가지 모양 분수도 파리 시내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분수 관리는 시에서 직접 하고, 11월 15일부터 이듬해 3월 15일까지는 동파 우려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한다. 

                       파리 시내에서 볼 수 있는 다른 형태의 왈라스 분수들(위키미디어)





*봄의 전령, 은방울꽃


프랑스에서는 노동절인 5월 1일에 곳곳에서 은방울꽃(Muguet, 뮈게)을 파는 가판대를 볼 수 있다. 나는 노동절과 은방울꽃이 무슨 관계가 있을까 궁금해하며 그 청초하고 예쁜 꽃들에 연신 눈길이 갔다. 눈치 빠른 친구가 앙증맞은 은방울 꽃 화분 하나를 얼른 안기길래 얼떨결에 받으며 물어보았다.  친구가 말해준 유래는 이랬다. 




다음 이야기는 '파리의 하늘 아래 II' 책으로 출간되었습니다. 

http://www.bookk.co.kr/book/view/45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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