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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iel Bleu Mar 30. 2018

1. 프랑스 남서부의 꽃 '도르도뉴'

라스코 동굴에서 성모 출현지까지


프랑스 남서부의 꽃 '도르도뉴(Dordogne)'

 

우리에게 조금은 낯 선 곳이지만 아름다운 자연과 영화의 인기 시나리오로 알맞을 것 같은 역사를 가지고 있는 프랑스의 '도르도뉴'지방.

우리나라의 ‘도’에 해당하는 프랑스의 행정구역인 ‘지역(region)’중 남서부의 대표적인 지역인 아키텐(Aquitaine:이곳의 주도는 '보르도'다.)에 위치한 ‘도르도뉴’는 이곳을 관통하는 도르도뉴 강의 이름을 따서 붙여진 이름이다.


아키텐 지역(region)과 도르도뉴 지방(department)


모든 여행이 가져다 줄 긴 여운이 늘 그렇듯 이번 여행도 우선 명칭과 몇 가지 사전 지식을 가지고 시작하는 것이 훨씬 재미를 더 할 것 같다.


이곳에는 2만여 년 전, 선사 시대의 흔적인 라스코(Lascaux) 동굴을 비롯 25개의 선사시대 동굴과 150여 개에 달하는 선사시대 유적지를 가지고 있으며  중세에는 영국과 프랑스의 백년전쟁(1337-1453)의 치열한 격전지이기도 하였던 곳이다. 현재는 세계 3대 진미에 이름을 올린 푸아그라(foie gras)와 트뤼플(truffle)의 주요 산지로도 유명하다.


 '쌀라(Sarlat)'의 구시가지 풍경(푸아그라 가게가 즐비하다)

땅 밑으로는 선사시대의 유적지와 땅 위로는 갈로로만(Gallo-Roman) 시대의 유적과 중세 템플러 기사단의 흔적을 비롯하여 백년전쟁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으며 도르도뉴 강을 따라 계곡에 자리 잡은 아름다운 중세마을들은 역사의 고된 시련에도 불구하고 현재는 보는 이들의 눈과 마음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곳이다.


그 매력에 정신없이 빠져 들다가 도르도뉴의 전통 오리요리 ‘꽁휘 드 까날(confit de canard)’을 먹어 보는 것도 아주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유네스코 세계 유산(UNESCO’s World Heritage)으로 지정된 도르도뉴의 아름다운 자연과 그들이 품고 있는 역사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는 여행.

흥미 있는 이야기를 이제 시작한다.


    

도르도뉴의 다른 이름 페리고(Perigord)’

     

도르도뉴는 아키텐 지역 중 북동쪽에 해당하는 지역으로 이 지역의 옛 이름이 바로 '페리고'였다.

선사시대에 만들어진 인간이 만든 동굴이 있는가 하면 여기에 질세라 자연이 만든 동굴이 있고 지금은 아름답기 그지없지만 거친 역사의 풍랑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만들어진 마을과 마을에 얽힌 전설 같은 이야기들이 끝도 없이 여행자들을 흥분시키는  도르도뉴의 페리고 여행을 시작해 보자.   




시라노 드 벨쥬락(Cyrano de Bergerac:1619-1655)

     


코가 유난히 길었던 기사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시라노 드 벨쥬락’의 벨쥬락이 바로 ‘페리고’의 대표 도시 중 한 곳인 그 벨쥬락이다.

'시라노 드 벨쥬락'의 포스터

아마도 벨쥬락이 배출한 가장 유명 인사가 아닐까 싶다. 의미도 모르고 있던 ‘벨쥬락’이 실제로 존재하는 도시라는 것이 상당히 반갑고 또한 큰 코 때문에 사랑하는 여인 앞에 나서지 못했던 시라노도 실존 인물이라니 낯설어야 할 동네가 갑자기 친근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정작 시라노는 도르도뉴에서는 한 번도 산적이 없다고 한다. 파리에서 태어나 사누아(Sannois)라는 곳에서 세상을 떠난 그는 실존인물로 극작가이자 형사였는데 실제로 비정상적으로 큰 코를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우리에게 알려진 록산느(Roxane)와의 슬픈 사랑이야기는 시라노와 그의 사촌 여동생을 모델로 해서 에드몬드 로스땅(Edmond Rostand)이 1897년에 발표한 희곡이다.  


   


  

아름다운 자연에 세계 3대 진미에 뽑히는 푸아그라와 트뤼플까지 생산하는 페리고는 지금은 축복의 땅인 것 같지만 중세에는 영국과 치열한 전쟁을 벌인 격전지였었다고 하니 눈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광경을 보고 있노라면 그런 혹독한 시기가 있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오랜 전쟁의 결과물로 절벽 위에 지어진 요새 같은 성들만이 그런 역사를 알려 주고 있는 듯하다. 도르도뉴의 매력에 빠지기 전에 먼저 세계 3대 진미라는 푸아그라와 트뤼플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내친김에 세 번째 진미라고 하는 캐비어도 함께 알아보고 가자.     



'세계 3대 진미'  

   

1. 푸아그라(Foie Gras)  

   


푸아그라 요리 시연과 실제 요리에 쓰인 오리의 간


푸아그라는 ‘살찐 간’이란 뜻으로 거위와 오리에게 강제로 사료를 먹여 간의 크기를 정상 간의 10배 정도(1.5-2kg)로 키워서 요리의 재료로 쓴다.  쉽게 말하면 오리나 거위의 ‘지방간’을 먹는 셈이다. 이집트 파라오의 무덤 벽화에도 강제로 거위와 오리에게 먹이를 먹이는 장면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이미 이집트 시대에도 푸아그라를 먹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겨울을 피해 이집트의 나일 강변으로 날아든 거위와 오리들이 겨울을 나기 위해 무화과 열매를 엄청 먹는 것을 보고 여기에 착안하여 무화과를 인위적으로 먹인 것이 시초였을 것이라고 한다. 이집트인들의 노예였던 유대인들이 푸아그라의 요리 기법을 배워 전 유럽에 전파했을 것으로 추측하는데 로마제국시대에도 귀족의 음식으로 귀하게 여겨졌으나 로마제국 멸망과 함께 인기를 잃고 자취를 감추었다고.

16,17세기에 교황 비오 5세(Pius V)의 전속 요리사와 귀족의 요리사들이 쓴 문헌에 푸아그라에 관한 언급이 있는 걸로 보아 귀족계급에서는 계속 푸아그라를 먹었던 것으로 추정한다. 18 세기 들어 스트라스부르의 한 요리사(J.P. 클라제)가 푸아그라 요리를 다시 만들면서 대중에게도 고급 요리로 인기를 얻기 시작하여 현재는 세계 3대 진미로 뽑히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페리고 지역과 스트라스부르 지역의 푸아그라를 최상급으로 친다.

그러나, 맛의 진미 여부를 떠나서 푸아그라의 생산 과정이 너무 잔인하여 많은 비난을 받고 있다. 하루에 2-3차례씩 목에다 깔때기를 꽂고 먹이를 강제로 먹이고, 살이 찌도록 옴짝달싹 못하게 철창에 가두어 놓으면 보름에서 한 달 만에 정상 간의 무려 10배에 달하는 간이 된다고 하니 말이다.

가혹 행위로 만들어진 푸아그라는 세계 진미에 올려놓고 우리 보고는 개고기를 먹는다고 폄하 발언을 서슴지 않는 그들을 보면 마음이 편치 않다.

간은 재생력이 큰 장기로 알려져 있어 어떤 이는 오리나 거위에서 간을 띠어 내도 다시 간이 재생되는 것이냐고 묻기도 한단다. 푸아그라에 대해 설명하던 가이드가 이런 질문을 심심치 않게 받는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얘기를 듣다 보니 입가에 살짝 웃음이 스친다. 간을 띄어낸 거위나 오리는 ‘꽁휘 드 까날(confit de canard)’이라는 프랑스 전통 음식을 만드는 재료가 된다. 거위나 오리 고기를 아무것도 넣지 않고 오랜 시간 푹 끓이면 고기 자체에서 나오는 지방만으로 요리가 되는 일종의 찜 같은 프랑스 전통 요리다.

     

2. 트뤼플(Truffle)  

   



트뤼플(위키미디어)


떡갈나무 숲의 땅 속에서만 자라는 이 희귀한 버섯은 육안으로는 돌이나 흙과 구별이 어려워 채취가 힘들다고 한다. 그만큼 희소성이 있기에  가치도 올라가는 것이 아닐까 싶다. 트뤼플의 크기는 호두 알만한 것부터 사과 크기만큼 큰 것 까지 다양하며 매년 10월경에 채취를 한다. 그런데 채취 방법이 특이하다. 전통적인 방법은 발정 난 돼지들로 하여금 냄새를 맡게 하여 찾아내는 것이었는데 성미가 급한 돼지는 이 귀한 트뤼플을 발견하는 즉시 땅을 파헤쳐 먹어 치워 버리는 바람에 손해가 많았다고 한다. 돼지만 좋은 일을 시킨 셈이다. 그래서 요즘은 돼지 대신 개들이 귀한 트뤼플을 찾아 나선다. 그것도 주로  야밤에. 육안으로 돌이나 흙과 구별도 힘들고 찾기도 어렵다는데 왜 하필 야밤일까?  그 이유가 그럴듯하다. 우선 밤에는 개들이 냄새에 집중을 잘할 수 있고, 또 하나는 트뤼플 발견 장소를 다른 사람들에게 비밀로 할 수 있어서라고 한다. 워낙 귀한 것이다 보니 이런 점까지 신경을 써야 하나 보다. 참고로 이 도도한 버섯은 재배가 안 된다고 한다.

이것을 입증이라도 하듯 도르도뉴 지역에는 트뤼플 사냥에 나선 숫돼지가 모델이 된 사진이 많이 눈에 띈다. 그들의 실생활을 엿보는 것 같아 재미있게 보았던 사진 몇 장을 올린다.


트뤼플을 찾는 숫돼지와 트뤼플 경매에 나선 동네 아낙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들


프랑스 페리고지역의 검은색 트뤼플(Tuber Melanosporum)과 이탈리아 피에몬트 지역에서 나오는 흰색 트뤼플(Tuber Magnatum)을 최고의 트뤼플로 친다. ‘트뤼플(Truffle)’은 라틴어의 ‘뚜베르(Tuber)’에서 유래된 것인데 그 뜻은 덩어리(lump)란 의미다. 트뤼플은 양념이 너무 세지 않은 단순한 맛을 지닌 음식에 가미해 먹어야 트뤼플 고유의 향과 맛을 음미할 수 있다. 게다가 열을 가하면 고유의 풍미가 없어진다고 한다. 귀한 만큼 까다로운 재료인 셈이다. 아마 그래서 우리는 트뤼플이 들어간 음식을 주문하면 늘 음식 위에 가루처럼 뿌려진 트뤼플을 보게 되나 보다. 아쉽게도 향과 맛을 음미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한 양인 것 같은데 말이다.

     

3. 캐비어(Caviar)

     

가공 처리하거나 염장한 철갑상어의 알을 가리키는데 특히 카스피 해에서 잡은 철갑상어 중 이란에서 가공된 캐비어(블랙 캐비어)를 최상의 캐비어로 친다. 카스피해 주변의 나라들이 앞 다투어 철갑상어를 잡아들이는 바람에 철갑상어는 거의 멸종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캐비어는 철갑상어를 잡은 뒤 1시간 반 안에 가공해야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다니 세계 최고가 되려면 재료 자체도 귀하고 처리방법도 까다로워야 하는 건 당연 지사. 세계 최고인 것이 먼저 인지 재료의 희소성과 까다로운 처리 방법이 먼저인지 모르겠지만 기회만 있다면 열심히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캐비어는 주 요리에 곁들여 나오거나 애피타이저로 주로 빵에 발라먹는다.

                   




아름다운 자연과 흥미로운 역사이야기와 세계 최고의 진미까지 모두 갖추고 있다면 더 이상 무엇이 필요하겠는가?

볼 것도 많고 이야깃거리도 많은 도르도뉴 여행의 첫 이야기는 오래 된 지하 동굴에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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