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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34. 나는 어떤 신념(믿음)을 가진 사람인가요?

A34. 글쓰기가 나 자신과 세상을 바꾸기를 기도합니다.

by Jee

신념은 위대한 사람만 가지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저 같은 소시민이 무슨 신념을 가지고 있을까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살아가기 위한 이런저런 생각들은 있지만, 제가 그 생각(신념)을 지키고 사는 것이 아니라, 그 생각이 저를 지켜줄 거라 기대하고 붙들고 살았습니다. 사람은 동물이다(너무 많이 기대하지 말자), 우주는 인간을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사람은 타인에게 거의 관심이 없으니 너무 타인을 신경 쓰지 말고 살자, 100% 정답은 없다, 치열하게 끝까지 생각하자 등등…

검색창에 ‘신념을 지키며 산 사람’이라고 치니 통합진보당 당원으로 2012년에 분신자살을 했던 박영재 당원에 대한 기사나 회고록 등이 나옵니다. 이정희 등 학생운동권이 주축인 당권파와 심상정, 유시민 등 비당권파간의 권력투쟁 과정에서, 박영재 당원은 당권파를 지지하며 그 신념을 지키기 위해 죽음을 택했습니다.

자연스레 우리나라 진보인사들의 자살이 떠오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노회찬 의원, 박원순 시장…. 박영재 당원이랑 사정은 다를지 몰라도, 그들은 모두 신념을 지키며 살다가 (스스로 또는 상황상) 그것이 훼손되었을 때, 차라리 죽음을 택했어요. 그들의 신념이 옳았는지, 그들의 과오의 경중을 여기서 따지자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신념이 강한 사람은 그 신념으로 인해 죽을 수도 있다고 말하는 거지요.

저는 그럴 수 없을 것 같아요. 신념을 위해 죽는다니 상상이 되지 않습니다.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죽을 지경이라면 생각을 바꿀 것 같아요. 내가 신념을 가지는 게 아니라 신념이 나를 가지게 되면, 신념이 부러지면 내가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삶의 무정하고 찰나입니다. 나는 무엇을 믿는 것이 아니라, 하나하나 알아나가고 깨우치는 것을 향해 살아가겠습니다.


졸지에 내가 신념이 없는 사람이라는 걸 깨달아버렸다고 푸념을 했더니, “하나하나 알아나가고 깨우치는 것을 향해 살아가겠다”는 것이 아마 제 신념일 거라고, “글쓰기가 나 자신과 세상을 바꾸기를 기도하며 매일매일 글을 쓰는 게” 제 신념이라고 누군가가 말해주었어요. 큰 위안이 되었습니다.



나의 글쓰기가 나와 세상을 바꾸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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