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Q35. 내 삶에 도움이 되었던 나만의 인생 명언은

A. 평온의 기도

by Jee

하나님 내가 변화시킬 수 없는 일에 대해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평온함을 주시고,

내가 변화시킬 수 있는 일에 대해

그것을 바꿀 수 있는 용기를 주시옵소서

그리고 이 두 가지를 구분할 수 있는 지혜를 주시옵소서

평온의 기도 / 라인홀트 니버


개인적으로 종교는 없지만, 평온의 기도를 자주 떠올립니다. 평온의 기도를 알기 전에는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평온함에 머물렀었다면, 평온을 기도를 알고 난 후에는 뭔가 변화시킬 수 있는 게 있다면 조금 더, 한 뼘 더 노력하자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그 두 가지를 구분하기 위해 더 곰곰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사람은 따로 있고, 나는 그 세상 속에서 결을 맞춰 적절히 살아가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변화를 너무 큰 것으로만 여겼기 때문이겠죠. 일상의 작은 변화, 우리 개개인의 변화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고요. 국제개발협력이라는, 가난한 나라의 잠재력을 현실로 만드는 일을 하면서도요. 변화가 눈에 잘 보이지 않아서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세상이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때로 거꾸로 간다고 실망하기도 하고요.

A나라에 옥수수밭을 쌀을 재배하는 논으로 바꾸는 사업이 있었습니다. 기후변화로 가뭄이 길어져서 식량위기도 있는 지역이었습니다. 옥수수에 비해 수익성이 높은 쌀을 지어보자는 기획이었습니다. 밭은 물을 뿌리고 논은 물을 가둡니다. 사업은 벼가 잠길 만큼 물을 가둘 수 있도록 수로를 만들고 관개시설을 설치했습니다. 물을 논으로 끌어올리는 펌프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태양광 패널도 설치했습니다. 농기계도 지원했지요. 그런데 사업이 끝날 때쯤 A국은 미국과 FTA를 체결하게 됩니다. 쌀에 대한 관세를 철폐하자 수입쌀이 싸게 들어왔고 쌀농사를 지을 경제성이 나오지 않게 되었습니다. 관개시설을 다시 밭 용도로 바꿔야 하나 고민 중입니다.

명백한 실패 외에도 사업들은 다종다양한 난관이나 상황의 변경을 마주했습니다. 그런 상황들을 마주했을 때 이렇게 묻곤 했습니다.

첫째, 이 사업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무엇이었나?

둘째,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지금 이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셋째, 이 과정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웠는가?

포기하기 전까지는 실패가 아니고, 좀 기다려야 할 때도 있으며, 적어도 그 과정에서 뭔가를 배웠다면 조금은 나아간 거라는 끈기와 용기가 생겼습니다. 일에서 뿐 아니라 개인의 삶에서도 조금씩 나아지자는 결심이 생겼습니다.


짧은 글귀가 사람의 인생에 얼마나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지 놀랍습니다.




글쓰기가 나와 세상을 바꿉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