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36. 명품 반지와 꽃다발
원래는 불가리 세르펜티 반지를 선물하고 싶었는데요, 검색해 보니 작은 선물의 가격이 아니라서 낙심하고 말았습니다. 살려면 못 살 것도 없지만 살 용기가 안 생긴달까요? 용기가 없는 자는 이런저런 잡생각에 빠지게 됩니다.
일단 작다는 기준이 애매합니다. 절대적인 금액이 기준인지, 내 소득 대비 퍼센트(월급의 5-10퍼센트가 적당해 보이기는 합니다만)가 기준인지… 물론 내 나름으로 선택하면 되겠지요. 아마 내 마음이 불편하지 않는 정도가 실질적인 기준이 될 것입니다.
또, 내게 주는 선물과 내가 필요해서 사는 물건과는 무슨 차이가 있는 겁니까? 아리송합니다. 선물이라는 명목이 아니면 사지 않을 그런 물건을 사야 하는 걸까요? 하지만 사려 깊은 선물은 대개 필요한 것 아닌가요? 스스로는 필요한지도 몰랐지만 알고 보면 엄청 필요한 것을 선물로 받으면 제일 감동적이잖아요. 제가 필요해서 산 가장 고가의 물품은 아이패드입니다. 그 당시 월급의 20퍼센트를 썼지만 아깝지 않았죠. 근데 만약 그게 선물이었다면 아까웠을 것 같기도 하고요.
비겁한 변명은 닥치고, 스스로에게 인색함을 인정합니다. 누군가에게 선물을 하려면 그 사람이 좋아하고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내 경제력이 허락하는 선에서 최선의 것을 고르려고 하잖아요.
이렇게 질문해 볼게요.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본다면, 000이라는 사람이 요즘 좋아하고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000이라는 사람과 함께 있을 때 행복하고 기분이 좋아서, 그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다면 어떤 선물을 하게 될까요?
이렇게 질문을 살짝 바꿔보니, 내일 나에게 작은 꽃다발을 선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꽃향기를 맡으면서 잠시 쉬어가라고, 거실의 햇빛 잘 드는 곳에 놓아두라고요. 그거면 일단 나에 대한 고마움이 표현될 것 같아요. 그리고 돈을 모아서 명품 반지를 사주고요. 결혼할 때부터 눈에 밟혔는데 못 받아서 한이 됐나 봐요. 오늘부터 나에게 주는 선물을 위한 통장을 하나 만들어 돈을 모아야겠습니다.
나의 글쓰기가 나와 세상을 바꾸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