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39. 나는 웬만큼 한다.
“다른 사람에게 말한 적 없지만, 나는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요?”
가끔 코믹한 시리즈물을 보다 보면, 주인공이 건드리면 안 되는 걸 건드려서 곤경에 빠진 후 옆에 있는 사람에게 “왜 얘기 안 해줬어!” 하면 그 사람이 “안 물어봤잖아!” 하고 되려 역정을 내잖아요. 오늘 질문은 그런 상황을 떠올리게 합니다.
굳이 다른 사람에게 말할 필요가 없을 때 나는 나 자신에 대해 별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거든요. 워낙 생각할 게 많기도 하고, 생각한다고 뭐가 바뀌나 싶기도 하잖아요. 이렇게 질문이라도 받지 않으면, 나는 나에게 계속 낯선 사람으로 남아있을 것 같습니다.
자,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는 말한 적 없지만(여기서 굉장히 여러 명에게 말하게 되어 아이러니하네요 하하), 나는 나를 “웬만큼 한다”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사람들이 다 하는데 내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요. 좀 어려워 보이는 일이 있어도, “다들 하는데 내가 왜 못하겠어?” 하고 자신감을 북돋우려 어깨를 으쓱으쓱합니다. “내가 세기의 천재는 아닐지 몰라도 웬만큼은 할 수 있다!” 하는 거죠.
질문의 의도는 지금 이대로의 나를 긍정하라는 것 같아요. 변화하고 싶은 모습과 그대로 좋은 모습을 써보는 페이지도 있고요. 저도 새로 옮긴 회사에서 업무를 더 잘하고 싶다든지, 멋진 글을 쓰고 출간작가가 되고 싶다든지 지향은 있어요. 하지만 뭔가를 이루기 위해 내가 근본적으로 바뀔 수도 바뀔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모순적으로 들릴지도 모르지만, 나는 나 자신인 상태에서 가장 효율적이니까요.
나의 글쓰기가 나와 세상을 바꾸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