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40. 남편과의 비멜연애
“비밀”이라고 하니 비밀의 정원, 비밀 금고, 비밀 (접선) 장소, 비밀결사대, 비밀약속, 비밀협약, 비밀수련, 비밀스러운 취향, 비밀스러운 나만의 공상 등이 떠오르네요. 은밀하게 축지법을 수련한다든지, 나만의 작은 은신처에 숨는다든지, 비밀스럽게 남사스러운 취향을 즐긴다든지요. 그렇게 열거하다 보니까 비밀은 기본적으로 은근한 쾌락을 주네요. 물론 혼자 간직하기 어려운 고통스러운 비밀도 있긴 하겠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소소하게 가지는 비밀들은 다소 귀엽고 즐거운 것 같아요.
아무리 생각해도 올해 또는 작년의 비밀은 생각나지 않아서, 인생 전체로 범위를 넓혀 탐색해 봅니다. 한참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니, 남편과 처음 만나하던 비밀 연애가 생각납니다. 사내 커플이어서 주위에 알리지 않고 만났는데, 사실은 곳곳에서 목격되는 허술한 비밀 연애였습니다. 회사 프린트로 데이트 계획을 인쇄하다 걸리기도 하고, 회사 사람들이 좀처럼 안 올 것 같은 구석진 재즈바에서 딱 걸리기도 하고요. 그래도 즐거웠지요. 비밀 메시지를 주고받고, 비밀 데이트 장소를 물색하는 게요.
비밀연애는 곧 들통이 나 공개연애로 전환되었지만, 그 시절 둘이 간직했던 비밀을 떠올리면 다시 미소 짓게 됩니다. 우리의 비밀은 그 시절의 의문스러운 공기를 품고, 여전히 비밀로서의 정체성을 간직한 채 어딘가에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그곳은 비밀들이 모여 사는 비밀나라, 그 나라에서 나와 남편의 비밀연애가 은밀하고 즐겁게 살아가길 기도해 봅니다.
글쓰기가 나와 세상을 바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