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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41. 요즘 나를 화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A41. 내가 불행해서 다른 사람까지 불행하게 만드는 것

by Jee

작년 여름, 교사들이 자살했습니다. 그 이전에도 있었지만 내내 개인적인 죽음으로 치부되다가, 곪아 터져서야 사람들이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서이초등학교 선생님은 학교에 출근해서 교보재 준비실에서 목숨을 끊었다고 합니다.

처음에 그 뉴스를 들었을 때는 ‘어머 세상에…’ 했는데, 수사 과정에서 속속 다른 교사들의 자살 사건들이 밝혀지고, 몇 주도 지나지 않아 또 다른 분이 자살하시고… 정신이 아득한 소식들이 자꾸 들려왔습니다. 교권 침해 사례에 대한 미투가 이어졌는데, ‘우리 아이는 왕의 DNA’라든지, ’(교사에게) 당신 어디까지 배웠어요? 나는 카이스트 나왔는데 ‘ 라든지… 황당한 사례들도 많았습니다.

2010년부터 각 지방교육청별로 제정되기 시작한 학생인권조례가 문제일까요? 내용을 보면 차별받지 않고 폭력에서 자유로울 권리, 사생활의 자유, 표현, 종교, 표현의 자유 등 상식적이라면 상식적인 내용입니다. 다만 이 조례가 악용되어 수업시간에 휴대폰을 쓰고 잠을 자도 교사가 지도할 수 없고, 교사가 성적이나 상벌점제에 대한 고소를 당하기도 하고, 교사에 대한 학생의 폭행, 욕설 등도 제재할 수 없는 경우가 생겼고요.

학부모들이 학력이 높아지고 사교육에 대한 의존이 커지면서 공교육 교사에 대한 존경심이 낮아진 것이 문제일까요? 사회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사회적 약자로 인식되는 교사에게 푼 것일까요? 아니, 그런데 언제부터 선생님이 사회적 약자가 된 것인지 황당합니다.

점수에 의해 평가되고 그 몇 번의 시험으로 들어간 학교, 직장에 따라 사회적 계급이 결정되다시피 하는 사회구조는 그대로 두고,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한들, 교사 개인 전화로 연락을 못하게 한들,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조금은 나아지길 바라지만, 썩은 것 위에 나무판자를 얹어 가리는 느낌입니다.

저는 웬만하면 뉴스를 보지 않는데, 이 건에 대해서는 뉴스, 유튜브 등 찾아보는 걸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답답하고, 화가 나고, 분하고… 내 가족에게 닥친 일도 아니고, 나는 자녀가 없어서 초등학교와는 무관한 삶을 살고 있는데도… 내 주위의 학부모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아도… 답답한 마음을 떨쳐낼 수가 없더라고요. 화가 났습니다. 사람을 죽을 만큼 괴롭게 만든 사람들에 대해, 분노했습니다. 새벽에 일어나 어두운 소파에서, 영상을 찾아보고… 한숨을 쉬었던 기억이 나네요.

왜 이렇게까지 화가 날까, 한몇 주 그렇게 끙끙거리다 보니 깨달음이 왔습니다. 그 교사들을 죽게 만든 학부모와 나의 엄마가 겹쳐져 보인 것이었습니다. 사회적 정의감보다 더 깊숙한 감정, 나를 향하던 폭력과 그 앞에 무력했던 기억이, 나를 자살한 교사들에게 감정이입 했던 것이었습니다. 엄마가 자기 자신의 불행을 더 약한 나에게 쏟아냈다고 생각해 왔기에, 불행한 학부모가 더 약한 교사에게 자신의 불행을 쏟아내는 것이 참을 수 없이 답답했습니다. 그걸 깨닫고 나서, 저는 우울하고 화나는 감정에서 서서히 빠져나왔습니다.

내가 불행해서 다른 사람까지 불행하게 만드는 그런 세상은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경쟁의 압력에 지쳐 어두워진 마음들이 다리를 펴고 쉴 시간이 있는 세상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적당히 비어있고, 적당히 비효율적이어도 되는 그런 세상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글쓰기가 나와 세상을 바꾸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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