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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45. 스트레스를 푸는 나만의 방법은 무엇인가요?

A45. 이 또한 지나가리라

by Jee

첫째. 스트레스 원인을 타격한다.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는 그것을 해결해야지, 변죽을 두드려봤자 효험이 없을 때가 많지 않습니까? 일에서 능력이 부족하면 시간을 내어서 공부를 하거나 스킬을 올려야 하고, 사람이랑 불편하면 얘기해서 풀어야 하고(아님 포기하든지), 엄마랑 불편하면 엄마랑 풀고, 몸이 찌뿌둥하면 운동을 하고, 친구를 못 만나면 줌으로라도 만나고…

그럴 시간이 없어서 계속 스트레스가 쌓인 상태로 유지된다고요? 비겁한 변명입니다. 단지 15분과 마음만 있으면 설루션에 착수할 수 있습니다. 그걸 몇 번 반복하고, 시간을 늘리고, 그러다가 어느덧 스트레스 원인을 박멸하는 것을 넘어 그 일을 즐기고 있을 겁니다.

박력 있게 말했지만, ㅎㅎ 사실은… 이렇게 말하는 저도, 잘못된 곳에 가서 변죽을 울릴 때가 많습니다. 잠이 부족한데 자꾸 유튜브를 본다든지, 일에서 역량이 부족한데 마음을 다스린다든지…. 무의식적인 회피성향 같아요. 그걸 극복하면 의외로 문제해결은 쉬울지도 모른다, 그게 제 가설입니다.

둘째. 시간에 맡기고 나는 잊는다.

가끔은 시간만이 해결해 줄 수 있는 일이 있더라고요. 진인사대천명이라고, 때가 무르익지 않았는데 억지로 한다고 되지 않습니다. 어제 그리스인 조르바 책을 읽다 보니, 주인공이 ‘나비고치에 숨결을 불어넣어 억지로 고치를 뚫고 나오게 도왔는데, 결국 눌어붙은 날개를 펴지 못하고 햇빛아래 말라죽게 한’ 경험을 얘기합니다. 봄이 되어야 씨를 뿌리듯이 때로는 시간만이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 있어요.

그럴 땐 시간이라는 고지식하고도 성실한 녀석에게 문제를 맡겨놓고, 저는 잊어버립니다. 깡그리 잊어버리려고 노력합니다. 제 머릿속에 그 스트레스의 원인 - 고민이 많이 남아있을수록, 시간에 업무를 위탁한 소용이 없잖아요. 그러니 깡그리 잊어버리자. 이런 사고방식으로 살아왔어요.

셋째. 몸으로 에너지를 발산한다.

‘안 그러려고 해도 자꾸 생각이 나요.’라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러게요. 정말 열받게 하는 일은 잊으려고 해도 잊어지지가 않거든요. 그럴 땐 오밤중에 자전거를 20킬로씩 타고 그랬습니다. 허벅지에서 김이 푸시식 나도록 달리는 거죠. 중간에 한강 공원 편의점에서 맥주 한 캔에 불량스러운 소시지도 한봉 하고 돌아오면 그래도 열이 좀 가라앉더군요.

아무리 밤에 달려도, 목뒤를 치고 머리 뚜껑까지 올라오는 열기는 곧 되살아납니다. 그럴 때는 도망가야죠. 다른 일을 찾아보고, 그 일/그 사람을 회피하고, 최대한 자기 보존본능을 살려서…라곤 해도 그게 쉽나요. 일단 정신없이 머리에 열이 나고 있는데요. 그럴 때 마지막 보루가 있습니다.

넷째. 글쓰기. 하하하.

답정너 글쓰기냐고요? 그런 감이 없지 않군요. 그래도 제 생각에는, 3단계까지 했는데도 해결이 안나는 어려운 문제에는 ‘글쓰기’라는 끝판왕이 등판해야 한다고 봅니다. 어제를 돌아보고, 1주일 전을 돌아보고, 한 달 전을 돌아보고, 미래를 보고, 다시 과거를 보고,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구체화하고, 내 마음을 세세히 헤아리고… 그래요. 쉬운 작업은 아닐 수 있겠네요. 그래도 이 과정을 통해 내가 해야 할 일을 명확히 할 수 있습니다. 가야 할 길이 분명하면 제한된 내 에너지를 집중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글쓰기는 정말 절박하지 않으면 잘 안 하게 되나 봐요. 그리고, 절박해서 시작한 경우에도 감정을 배설만하다가(물론 조금은 마음이 편해지기는 하지만), 정작 스트레스 원인 해결 근처에도 못 가고 끝이 나기도 합니다.

‘글쓰기’ 주의자 같아지는 위험을 무릅쓰고 얘기합니다. 평소 때 글쓰기 연습을 잘해두면, 특히 내면소통 글쓰기 연습을 잘해두면, 스트레스 위기 경보 4단계가 발령되었을 때 글쓰기라는 무기를 활용해서 적절히 대응할 수 있습니다. 중간중간에 잘 풀어줘서 4단계까지 갈 일이 많이 없을지도 몰라요.




글쓰기가 나와 세상을 바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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