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46. 괜찮아질 거야, 지나갈 거야
어제오늘 세상엔 안개가 가득해요.
어제는 서울에 갔다가 인천으로 돌아오는데, 밤운전이 아슬아슬했습니다. 보슬비가 공기 중에 가득 차 와이퍼와 실내제습기능이 무용지물. 차간거리도, 표지판도 모두 희미했어요. 창문을 활짝 열고 고속도로와 터널들을 씽씽 달려 집에 왔습니다. 줄곧 고속도로라 잠시 멈출 수도 없었죠. 주차를 하고 보니 차가운 공기가 머리칼을 엉망으로 헝클어뜨렸더군요.
아침에도 여전했어요. 빌딩 20층 이상은 짙은 안개에 가려져 아예 안보더군요. 낮동안 비안개가 생크림처럼 창밖을 하얗게 채우고, 바람이 좌우로 불어서 빗방울이 얼굴을 때렸습니다. 점심밥 먹으러 나가기 싫은 날이었죠.
그제부터 기분이 별로입니다. 아무 이유 없이 기분이 별로예요. 안개 때문인가, 다른 이유는 찾을 수가 없어요. 그래서 안개에 대해서 계속 써보는데, 안개는 무죄인 것 같습니다. 주말에 지난여름에 쓴 책의 뒤풀이 모임을 다녀왔습니다. 그것 때문일 리는 없잖아요. 기분 좋게 다녀왔고, 상수동 골목의 분위기가 맘에 들었고, 삼겹살도 맛있었고요.
이유를 모르는 우울함에 대해서는 “괜찮아질 거야. 지나갈 거야”라는 말 외에는 답이 없겠지요. 흐렸다가 개였다가 하는 날씨처럼요. 이 안개처럼요.
“괜찮아질 거야, 지나갈 거야.”
글쓰기가 나와 세상을 바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