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47. 가족이란 끊기 힘든 단단한 인연
출근길에 김밥집이 있습니다. 9시 전에 문을 열고 있어서 가끔 들러서 김밥을 사요. 오늘은 점심때 운동하고 간단히 먹을 김밥을 사러 들어갔어요.
소고기 김밥을 포장해 달라고 했는데, 홀에 엉거주춤 서 있던 남자 사장님이 김밥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하는 폼이 영 어색해 보였어요. ‘흠, 남자 사장님이 만 김밥도 맛있을까?’ 걱정이 되어 여자 사장님은 어디 가셨나 둘러보니 탁자에 비스듬하게 앉아 계시네요.
여자 사장님의 옆얼굴이 냉랭합니다. 방금 전까지 사장님 부부가 싸우셨나 봐요. 사장님 부부와 나, 셋은 아무도 말이 없고, 고요한 공간을 다소 방정스러운 아침 방송소리가 채웠습니다. 아침부터 웬일이람. 서둘러 나와 침을 꼴깍 삼키는데 사레들릴 뻔했어요.
부부 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니, 지금쯤은 화해하셨을 면 좋을 텐데요. 가족이란 끊기 힘든 단단한 인연들이니까요. 내 휴대폰에 끝까지 남아 있을 번호들도 가족들의 번호입니다. 엄마, 동생들, 그리고 남편. 휴대폰 속에 없어도 마음속에 기억하는 몇 안 되는 번호들이니까요.
가족들과의 추억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지만, 꼭 한 장면을 꼽는다면, 다 같이 하와이에 여행 갔던 순간이에요. 삼 남매가 모두 결혼을 해서 쌍쌍이, 엄마를 모시고 갔었죠. 매일 아침 미국 사위가 버터향 가득한 계란프라이를 해줬었죠. 해변에 갔는데 너무 바람이 많이 불고 추웠던 기억, 폴리네시아 컬처센터에서 봤던 신나는 전통춤…. 에어비앤비로 빌린 아파트에서 본 무지개와 하와이 꽃핀을 꽂고 환하게 웃던 기억… 되짚을수록 새록새록입니다.
지금은 다들 멀리 떨어져 살고 있는데, 생의 황혼이 가까워지면 좀 더 가까운 곳에 살았으면 좋겠어요. 동시에, 엄마 곁에 좀 더 가까이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전화가 아니라 종종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에 살고 싶어 지네요.
글쓰기가 나와 세상을 바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