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54. 작년에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A54. 스스로를 믿어주느라 고생했어

by Jee


”작년의 나는 열심히 살았고, 놀기도 꽤 놀았고, 그러면서도 지치지 않고 새로운 일들(새 직장, 글쓰기)을 시작해 리듬감 있게 지속했다. “

흠, 꽤 하는데?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잘했어요. 수고했습니다. 브라보.

그런데, 작년의 저는 40년에 한 번 찾아온 희귀 캐릭터일까요? 아니면 힘숨찐(힘을 숨긴 찐따)처럼 포텐이 개방된 걸까요? 아니 작년의 저는 그 이전의 저와 근본적으로 달라졌을까요?

이 문제는 작년 내내 고민했던 부분입니다. 하루를 잘 살아도 내일도 잘 산다는 보장이 없고, 일 년을 잘 살아도 다가올 10년을 잘 산다는 보장이 없지요. 나 자신에 대한 신뢰가 없다면, 아무리 매일매일을 잘 살아내고 있어도 여전히 순간순간 불안하고, 어느 순간 무너져버리지 않을까 걱정합니다. 그러면 스트레스받아요. 스트레스받으면 현재에 집중할 수 없습니다.

문제는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입니다. 내 속에 천재적이고 부지런하고 탁월한 사람이 있다고 믿기로 했어요. 꺼내고자 하면 꺼낼 수 있는, 상자 속에 든 보물 같은 것이 내게 있다고요. 가장 중요한 것은 내 속에 회복탄력성이 좋은 내가 있다는 걸 믿어요. 실패해도 툴툴 털고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이라는 걸, 믿어요.

국제기구 면접을 보면서 final interview까지 가서도 확신을 못했습니다. 물론 경쟁시험이니까 확신을 못하는 건 당연하지만, 그와는 다른 의미로요. ‘나란 사람이 거기 합격할 자격이 있을까?’와 같은 보다 근본적인 자기부정이 깊은 불안감이라는 형태로 찾아오더군요. 명상과 글쓰기로 불안감을 쫓으면서, 나 자신밖에는 나를 믿어줄 사람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다른 사람이 나를 믿어준다고 내 불안이 걷히는 게 아니다, 내 불안의 구름은 내 스스로 만든 거다, 하는 걸 깨달을 수 있었죠.

이렇게 돌아보니 작년의 나에게 “브라보”같은 무심한 칭찬보다는 “에구 고생했네”하는 따뜻한 말을 건네고 싶네요.

“니 속의 너를 믿어주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 잘했어. 고생했어.”




글쓰기기 나와 세상울 바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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