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56. 집 나간 시골개 옹이
후회는 개나 줘.”
라고 하는 편이라서요.
그래도 뭔가 후회하는 것이 있다면….
엄마 아빠가 지내시던 시골집에 누렁이를 길렀습니다. 이름은 ‘옹이’였어요. 집 앞에 목줄로 묶어놓고 기르는 강아지였는데, 목줄을 풀어주면 사과밭을 한 바퀴 휙 돌고 와서 꼬리를 흔들었습니다. 그리고 또 풀어주면 동네 논밭을 휙 돌고 와서 꼬리를 흔들었습니다. 엉덩이와 꼬리를 같이 흔들어 댔는데, 어찌나 힘찬지 저도 모르게 따라 춤을 추곤 했습니다. 옹이. 말귀도 참 잘 알아듣고, 건강하고, 눈이 침착하고 몸이 단단해서 너무 좋았습니다.
시골집에 갈 때마다 보는데, 보면 볼수록 점점 더 좋아졌습니다. 그런 제 맘을 알아챘는지, 옹이도 가족들 중에 저를 더 좋아하는 눈치였어요. 한국에 휴가 나올 때마다 봤으니, 1년에 한 번 보는 건데도 헤어질 때가 되면 마음이 한껏 애틋해졌습니다. 평상에 앉아서 같이 햇빛을 쬐고 있으면, 이 순간이 좀 더 길게 이어졌으면 싶었어요. 목줄을 다 풀고 같이 뛰어서 마을 교회까지 가면, 휘날리는 옹이 귀를 따라 제 마음도 흩날렸지요.
그러던 어느 날, 시골에서 혼자서는 도저히 계속 못 지내겠다고 엄마가 도시로 나가시면서 옹이를 동네 사람한테 준다고 하더라고요. 개장수에게 팔지 않는 것이 다행이었지만, 시골 이웃이 옹이를 나중에라도 개장수에게 팔지 않을까 걱정이 됐습니다. 어떤 집인데? 하고 물어보니 엄마가 ‘강아지를 좋아하시는 댁이다, 괜찮을 거다’ 하십니다. 옹이를 해외로 데리고 갈까? 하는 마음이 잠시 들었지만, 휴가가 며칠 남지 않았기도 했고, 집에 있는 냥이님과 잘 지낼 수 있을까 자신이 없고, 옹이에게는 역시 시골이 좋겠지, 그렇게 이별을 했습니다.
얼마 전에 동료가 사무실에 키우는 시바를 데리고 왔습니다. 너무 의젓하고 누렁이를 닮아서 보자마자 반해버렸어요. 이름은 ‘옹카’, 이름마저 옹이를 떠올리게 하더라고요. 옹카는 어찌나 의젓한지 2시간이나 되는 회의도 “킁 “ 한 번 안 하고 가만히 기다렸어요. (개를 데리고 출근하는 사람들이 꽤 있어요)
옹이는 이웃집에 이사 간 다음 해에 집을 나가서 돌아오지 않는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때 무리가 좀 되더라도 데려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해요. 지금 자유롭게 견생을 즐기고 있을까, 아니면 어디 가서 고생하는 건 아닌가, 걱정이 되네요. 이런 걸 후회라고 하는 걸까요? 옹이의 행복을 위해 기도합니다.
글쓰기가 나와 세상을 바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