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느릿느릿

2025.8월

by Jee

따가울 정도로 더운 여름이 느릿느릿 지나갔다. 8월부터 10월까지는 바쁠 각오로, 7월에 이미 여름휴가를 당겨 쓰고, 8월은 테라스의 수영장을 위안 삼아 일했다. 주말엔 펜션에라도 갈 볼까 생각도 했지만, 집이나 펜션이나 별 다를 바가 없을 것 같아서 그만두었다.


가끔 가족이나 친구들이 놀러 와서 참방참방 물놀이를 했다. 두꺼운 돼지 5 겹살을 몇 시간 동안 훈연해 테라스에 바비큐 냄새가 가득했다. 물놀이를 하면 배가 금방 꺼진다. 고기 먹고, 과일 먹고, 고기 또 먹고, 물놀이를 하고, 참외를 수영장에 띄워서 빙글빙글 돌리며 놀았다. 어린 조카는 소변이 마려운데도 물에서 나오기 싫어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한여름 습한 공기가 가끔은 비가 되어 내렸다. 흐린 날엔 근처의 산에 올랐다. 피부에 흐르는 것이 땀인지 비인지 알 수 없어서 묘하게 유쾌해졌다. 비가 오는 날 수영할 때도 같은 기분이 든다. 하늘에서 내리는 물과 몸이 잠긴 물 사이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타국에서 뭔지 알 수 없는 외국어를 들었을 때와도 비슷한 느낌이다. 상황적으로 모호해져 버려서, 굳이 무언가를 구분하고 판단할 필요가 없다는 것. 그럴 때마다 나는 왠지 안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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