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9월
워낙에 계획하는 것을 좋아하는 체질이긴 한데, 업무로도 사업계획을 하다 보면 조금 지겹기도 하다. 아니, 업무량이 많아져 느끼는 자연스러운 감각이긴 하겠지. 아무리 재밌는 것도 지나치면 싫어진다. 늘어난 업무량에 대응하여, 처음으로 마라톤 대회에 등록하여 귀엽게 5km를 뛰며 체력을 관리했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지치곤 했어서 마련한 자구책이다.
사업계획을 하는 것이 지겹다기보다는, 자꾸 고치는 것이 지겹다. COP 닮은 꼴 이사회 구조상 권력이 constituency 별로 (대략 소득 수준별*대륙별로) 나뉘어 있고, 중앙집권화된 의사결정 권한이 없어 협의와 no objection에 기댄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많은 의견들이 오지만 뭘 정확히 반영해야 하는지는 미묘하다. 큰 목소리를 내는 일부 이사회 멤버의 의견이 과대대표되지 않도록, 하지만 어느 정도는 반영해 주어 동의는 해 줄 수 있도록, 그런 조율놀음이다.
선진국은 대체로 예산이 늘어나는 것을 싫어한다. 선호하는 평가주제는 젠더, ESS와 같은 규제적 성격의 safeguard 영역. private sector engagement, coherence & complementarity, FX 관리 같은 효율성과 관련된 주제도 좋아한다. 개도국은 대체로 (더 많은 지원이 맞춤형으로 필요하다고 결론이 나는) 취약국 또는 지역별 평가를 선호한다. 언제나 심각하게 자금이 부족한 adaptation의 다양한 영역을 자세히 평가하기 원하고, 같은 safeguard 내에서도 수혜자와 관련이 깊은 원주민 관련 주제를 선호한다.
3월부터 시작된 사업계획 수립절차는 가을이 되어야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