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추석과 미국에서 온 여동생

2025.10월

by Jee

추석이 되자 그제야 가을이 왔다. 구제불능 잠꾸러기처럼, 아침 10시가 넘어서, 그것도 깨워야 겨우 일어나는 백수 삼촌처럼.


10월은 가족을 위해 길고 넓게 펼쳐졌다. 1주일이 넘는 긴 추석 연휴, 10년 만에 미국에서 온 여동생과 여동생의 남편, 가족들과의 일정이 매 주말을 채웠다.


결혼 전에 여동생과 빌라 이층에 원룸을 얻어 살 때, 20대였던 우리는 자주 늦게까지 일을 하거나 놀았고, 오밤중의 야식도 종종 시켜 먹었더랬다. 종종 우리는 초저녁 맥주와 김치찌개로 촉발된 식욕에 무분별해졌다. 집에서 5분 거리에 치킨과 피자를 같이 파는 가게가 자정까지 문을 열었다. 밤 11시쯤 전화해서 치킨+피자+스파게티를 주문해서 깨끗이 해치우곤 했으니, 참으로 어리석었다. 우리는 스스로의 어리석음을 깨닫지 못할 정도로 젊었으므로 그저 신나서 주문전화를 넣곤 했는데, 어느 날 주인아주머니의 걱정스러운 그 한마디가 잊히지 않는다. "아가씨들이 이 시간에 이렇게 많이 먹으면 안 돼요".


여동생과 있으면 이상하게 B급이 된다. 대화도 뇌에서 입으로 바로 나온다. 논리는 없지만 고도의 통찰력으로 서로의 생각을 알아맞히고, 말하는 고민 너머 감추어놓았던 진짜 감정도 캐치해 버린다. 10년 만에 만나도 우린 여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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