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자마자 스르르,
오늘은 참 수월한 저녁이다.
매일이 이렇게 수월하진 않지만
요즘 나는 예전보다
너를 좀 더 많이 알게 된 것 같다.
밤 중 수유도 못 끊고,
낮잠도 삼십 분 만에 깨는 건
글쎄...
그냥 엄마자격고사에서
낙제를 안 할 정도는
하는 것 같다.
그래도
고 조그만 얼굴을 들여다보면
끔뻑끔뻑 잠이 오는 건지,
놀고 싶은 건지,
지루한 건지.
열에 일고여덟은 맞추는 편이다.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도,
얼굴만 보고
니 마음이 어떤지를
지금처럼 알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
신랑이
"힘들지 않아?"라고 가끔 묻는다.
그럼 난,
"힘들지. 당연히."
라고 대답한다.
그리곤,
"힘들지만 꾹 참지.
난 지금
내 인생 최고의 친구를 기다리는 중이니까.
지아가 크면 지아랑 여행도 다니고,
술도 마시고, 영화도 볼 거야."
라고 말해준다.
내 인생 최고의 친구.
얼굴만 보아도 모든 걸 알 수 있는.
'나'이면서
또
'너'인 사람.
서로의 기억이,
많은 것을 살게 해주는.
사랑하는 내 좋은 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