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달이 뜨는 것을,
본 적 있는가.
본 것 같은데.
싶을 땐 왼손을 들어 그 달이 겹쳐지는지 보라.
아마.
당신이 본 것은 초승달일 것이다.
그믐달은.
모두가 잠든 밤, 아주 깊은 밤에 조용히 길을 나선다.
밤이라기보다는 이른 새벽이 맞겠다.
아주 이른 새벽.
열이 올라 잠들지 못하는 지아를 둥기둥기 안고,
해열제 덕에 조금 식어진 볼에 뺨을 대고,
고개를 들었을 때 우연히 달머리가 보였다.
머리가 보이다가 금세 쑤욱,
달은 조용히 침착하게 빨리 올라왔다.
시계를 보니 새벽 네시쯤이었다.
조금 쓸쓸하고 처량한 모양새다. 싶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둥그스름하니 참 훤하다 하며
고맙게 올려다봤던 게 얼마 전인데,
똑같은 달님에게 좀 핼쑥해졌다고
처량하다니, 미안했다.
임신했을 땐,
보는 사람들마다
뱃속에 있을 때가 젤 좋을 때다, 그랬다.
좀 지나서 지아가 나니
그렇게 누워만 있을 때가
젤 좋을 때다, 또 그랬다.
그런데 요즘 지아랑 나가면
그때가 젤 좋을 때다, 또 그러기에
슬그머니 웃고 말았다.
그럼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지아랑 함께하면
매 순간이 젤 좋을 때예요.
어느 책 제목처럼,
웅크린 시간도 내 삶이니까.
이렇게 여윈 달을 보며
힘들게 지새우는 밤도.
통통한 달을 보며
달처럼 둥실둥실한 지아 볼을 쓰다듬는 밤도.
하나같이 모두 고마운 내 시간인걸요.
달님.
좀 핼쑥해졌다고 야박하게 군 것 미안해요.
오늘 날씬해서 그런가
더 예뻐 보이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