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서 걸으면 5분 거리에 있는 풀잎마을,
그곳 커피 생각에서 주문받는 아가씨는
긴 생머리가 참 매력적이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생머리는
샴푸 광고를 찍어도 될 만큼 참 예쁘다.
돌돌돌, 유모차 안에서 지아가 잠들었길래
또 커피 생각에 들렀다.
카페모카 한 잔에 이천 원.
너무나 매력적인 가격에 맛은 또 얼마나 좋은지.
바리스타 아저씨 솜씨도 예술이다.
아기가 참 잘 자네.
코를 찡긋거리며 웃는 그녀가 이천 원 계산을 하며
지아에게서 눈을 못 뗀다.
내가 바리스타 아저씨에게 커피를 받는 사이,
그녀는 계산대에서 나와 유모차도 살살 밀어보며
지아를 가만가만 내려다보았다.
안녕히 계세요, 인사하자
그녀가 몇 마디를 더 했는데
내가 알아듣질 못해 난처해하자
날 보고 또 코 찡긋, 하며 그냥 웃어줬다.
소아마비인가, 뇌성마비인가,
병명은 잘 모르겠는데 발음이 조금 알아듣기 힘들어
나는 가끔 그녀에게 이렇게 미안해진다.
나는
커피 생각을 나오는 길에
유모차를 만지작, 만지작 거리며
지아를 오래도록 쳐다보던 그녀가 자꾸 떠올라
코 끝이 조금 찡해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건
단지 나만의 착각일 수도 있다.
소아과에 갈 때마다
아이고, 이렇게 좁은 진료실에서 하루 종일 있는
이 불쌍한 냥반, 이라는 생각이
턱도 없는 나만의 착각이듯이
그녀는 그저
조금 피곤해 보이고 주름이 깊어 보이는
좀 못생긴 아줌마가 안쓰러워
유모차를 만지작 거렸을지도 모를 일이니 말이다.
어쩌면 우리는,
한 뼘 밖에 안 되는
좁디좁은 시야를 가져 행복한지도 모르겠다.
내 발뼘만큼만 내다보고,
내 속의 작은 나를 위로할 수 있어
하루하루가 소소하게
행복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천 원짜리 카페모카 참 맛있네.
착각 대장 지아엄마는
또 괜히 코 끝이 찡해져서는
달달한 커피 한 모금의 행복에 감사해하며
돌돌돌, 유모차를 끌고 내려온다.
내 안의 참 작은 나를 위로하며 살 수 있어서
나는 오늘 하루도
조금 소소하게 행복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