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지각이다'
면접 때마다 징크스가 있다. 면접 전날은 아무리 노력해도 잠이 안 온다. 밤을 뜬 눈으로 지새우다가 잠깐 졸았다. 일어나니 면접 시작하기 한 시간 전이다. 정말 입사하고 싶은 항공사 면접인데 지금 출발해도 이미 늦었다. 손이 떨리고 식은땀이 난다. 혹시 하는 마음에 정신없이 택시를 호출한다. 화장을 흔들리는 택시 안에서 하려니 잘되지 않는다. 마스카라는 포기하고 간신히 아이섀도를 한다. 드디어 면접장에 도착한다. 아침 면접이라 지원자들이 많지는 않다. 이미 내 면접 시간은 지났지만 혹시 하는 마음에 물어본다." 오늘 00시 00분 면접 지원자입니다." 나를 힐끗 보더니 이름을 확인한다."지금 오신 거예요? 경력직 면접이죠? 아까 문자 못 받았어요? 회사 사정상 갑자기 3시간 연기됐어요!! 2 시간 정도 남았으니 대기실에 있거나 근처 카페 있다가 시간 맞춰 오면 돼요! "
나는 일어나자마자 정신없이 나오느라 핸드폰을 집에 두고 왔다. 핸드폰을 진작 확인만 했다면 이렇게 당황하지 않았을 텐데... 그래도 면접을 볼 수 있어 다행이다. 나에게 이런 행운이 있다니 오늘 느낌이 좋다. 근처 카페에 가서 에스프레소를 주문한다. 잠을 자지 못해 정신이 몽롱하다. 이런 상태로 면접을 볼 수 있을지 걱정되지만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내년이면 내 나이 앞자리 숫자가 3으로 바뀐다. 지금 재취업을 못 하면 내년엔 하늘의 별 따기다. '괜히 그만뒀어. 미쳤어... 어딜 가던 힘든 일은 다 있는데 그냥 좀 참고 조용히 다니지.. 왜 그만둬서 이 고생인 거니.. 그나마 비행경력이 있어서 면접을 볼 수 있는 거니까.. 이번엔 제발 좀 붙자...' 계속 면접에서 줄줄이 불합격 행진이다. 이젠 불합격이란 말이 익숙하다. 신입일 때는 한 번에 떡하니 붙었는데 경력직은 붙을 기미가 안 보인다. 에스프레소를 원샷하고 면접 시간 한시간정도 여유를 두고 나온다. 경력직 대기실에서 기다리는데 누가 내 이름을 부른다. "00 아냐?? 너도 오늘 면접 보는 거야?? 너 다신 비행 안 한다고 하지 않았나? "
선배를 보는 순간 하늘이 노랗다. 내 운은 여기까진가 보다. 난 절대 비행 안 한다고 말한 적 없다. 너 같은 인간이랑 비행하기 싫다는 거였지. 습관적으로 고개를 숙인다. 선배는 후배를 괴롭히며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었다. 그냥 이유 없이 후배들을 괴롭혔다. 자기 기분 내키는 대로 행동했다. 전 항공사에서 선배와 비행할 때마다 노이로제 걸렸다. 비행하면서 승객을 케어하는 게 아니라 선배 눈치 보며 비위 맞추기 바빴다. 스트레스가 두배였다. 비행 내내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계속 머리가 아팠다. 선배 때문에 어쩔 수없이 제대로 인격 수양했다. ' 내가 전생에 뭔 죄를 지어서 선배를 또 만나는 거지? 그때 날 괴롭힌 걸로 부족했나!' 아래 위로 나를 째려보는 선배의 눈빛이 느껴진다. 경력직으로 입사해서 선배와 또 같이 근무하게 된다면 나에게 이곳은 또 지옥이 될게 분명하다. '그래, 그냥 내려놓자. 이번 생에 다시 비행하기는 글렀다... 그냥 편하게 면접 보고 맛있는 거나 먹으러 가자.' 마음이 조금 편안해진다. 이제야 고개를 들고 선배에게 표정 관리하며 인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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