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역시 사람은 안 변한다.

by 하니작가


눈을 의심하는 광경이었다. 분명 그 선배의 이름이 불리지 않았다. 같은 조일 리 없는데 왜 선배가 여기에 있는지 알 수 없다. 선배는 아무렇지도 않게 나를 시큰둥하게 쳐다본다. 뭔가 잘못됐다. 면접장 앞에서 대기하며 인사를 한번 맞춘다. 내 머릿속은 지금 복잡하다. 아무 생각이 없다.



​드디어 면접장에 들어간다. 전체 인사를 한 후 한 명씩 이름을 말한다. 선배 차례다.
"안녕하십니까. 0번 000입니다."
'어. 이건 뭐지..'. 내가 아는 선배의 이름이 아니다. 완전히 다른 이름이다. 아... 개명을 했나 보다. 이제서야 왜 같이 면접을 보는지 알았다.
"00씨, 인사하세요!"
선배 이름을 생각하다가 인사 순서를 깜박한다. 멀뚱멀뚱 있는 나를 면접관이 부른다.
'아.. 망했다. 인사부터 이렇게 되다니 ... 첫인상이 가장 중요한 면접에서 이런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하다니...'
"죄송합니다! 0번 000입니다."
인사가 끝난 후 면접이 시작된다. 먼저 공통질문이다.
" 우리 항공사 탑승 경험을 얘기해 주세요!"
역시 경력직 면접은 신입과 판이하게 다르다. 모두 프로페셔널하게 회사가 좋아할 만한 대답만 골라 대답한다. 선배 또한 유창하게 막힘없이 대답한다. 나는 00항공사를 언니와 조카와 함께 탑승한 적이 있지만 서비스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이미 처음부터 망삘이라 할 말을 하고 나오자는 마음으로 내경험을 말한다.

" 전 작년에 언니와 조카와 함께 이용한 적이 있습니다. 현대적이고 깔끔한 기내 환경과 다양한 기내식 덕분에 즐거운 비행이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조카가 8개월이라서 아기 바구니를 이용했고 워낙 장거리 비행이다 보니 아이가 많이 힘들어했습니다. 조카가 가끔 깨서 언니가 달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때 겔리 커튼이 열렸고 한 승무원이 입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며 조용히 하라는 주의를 줬습니다. 저도 승무원으로 일했기 때문에 그런 상황을 잘 이해합니다. 하지만 아이가 울 때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먼저 고객의 입장을 이해하는 행동을 했어야 합니다. 먼저 아이가 아프지는 않은지 도와드릴 일이 있는지를 먼저 여쭤보아야 합니다. 하지만 승무원은 이렇게 주의만 주고 어떤 행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세계를 주도하는 일류 항공사인 00항공사의 승무원의 이러한 서비스는 저를 실망시켰습니다. 제가 이런 경험을 말씀드리는 것은 00항공사를 정말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이 완벽하지만 승무원의 서비스가 좋지 않으면 절대 좋은 항공사로 기억될 수 없습니다. 이제
는 제가 00항공사의 승무원이 되어 승객 한 분 한 분께 공감하며 소통하는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습니다."

세분의 면접관님이 계셨는데 두 분의 표정이 밝지 않다. 다른 지원자들은 꼬리 질문을 받았지만 난 추가 질문 없이 바로 끝났다. 이제 개별 질문이다. 순서대로 진행되지 않기 때문에 누가 먼저 질문을 받을지 모른다. 갑자기 내 이름과 선배 이름이 불린다.
"00씨와 00씨 두 분 같은 항공사 출신인데 아는 사인 가요?
선배와 나는 동시에 "네'라고 말한다. 그러자 선배에게 질문을 한다." 그럼 비행할 때 00씨는 어떤 후배였나요?"
난 눈치 없고 영혼 없는 표정을 가진 후배에서 갑자기 싹싹하고 빨리 배우기 때문에 같이 일하고 싶은 후배로 바뀌었다.
"00후배는 눈치 빠르고 빠른 습득력을 가져서 같이 일하면 도움을 많이 받습니다. 방콕 비행을 같이 했는데 그때 후배 한 명이 비행 중 아파서 세명이 할 일을 후배와 같이 했는데 00후배는 아픈 동료의 일까지 완벽하게 처리해서 사무장님께 칭찬도 받았습니다. 이후배는 00항공사의 꼭 필요한 자산이 될 거라 확신합니다."

분명 나에 대한 칭찬인데 마음 한구석이 찝찝하다. 같은 항공사에서 일할 땐 매번 안 좋은 말만 듣다가 면접장에서 몸 둘 바를 모를 정도의 칭찬을 들었다. 물론 면접에서 후배가 별로라고는 할 수는 없지만 이렇게까지 과장해서 대답할 거라고는 생각 못 했다. 솔직히 방콕 비행은 내가 비행을 그만둔 가장 큰 원인이다. 그 비행은 생각하기도 싫을 정도로 나에겐 트라우마다. 일부러 내가 당황하도록 그 비행을 언급한 거 같다. 역시 사람은 안 변한다. 난 선배의 바람대로 그 비행이 나오자마자 선배에게 당한 일들이 떠오른다. 선배는 일을 거의 하지 않고 나에게 명령만 했다. 3명이 할 일을 2명이 한 게 아니라 나 혼자 한 비행이었다. 선배는 이렇게 거짓말을 해서라도 이곳에 입사하고 싶은가 보다. '내가 졌다' 난 그 비행을 생각하니 선배와 이곳에서 일한다는 생각만으로도 소스라친다.
' 그래 네가 이겼다.... 선배 같지도 않은 동갑인 선배님...'

"00씨, 00씨는 어떤 선배였어요?" 갖은 욕을 다하고 면접장을 나오고 싶었지만 내 얼굴에 먹칠하고 싶지 않다. 선배처럼 기똥차게 거짓말을 할 수 없어 간단하게 대답한다. " 항상 후배의 입장을 배려해 주고 배울 점이 많은 선배입니다." 미소 지으며 이 대답을 하는 내가 가증스러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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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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